천리길 달려온 벗님
시인 최증수
- 제 25 호
본문
천리길 달려온 벗님
시인 최증수
날 어떻게 생각했기에
내가 선 그 자리를 가슴에 새겼다가
눈 감고도 찾아오는 사람.
두고두고 간직한 애틋함이 하늘 울렸는지
두 발로 쿵쿵거리며 폼 나게 걸으니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요.
만나는 기쁨만큼 신나는 일 있을까?
푸른 잎이 반짝이며 반기고
아름다운 우정 보이는 나뭇가지가 손 흔들면
송림 찾아 천리 길 달려온 벗님이 웃는다.
날 무엇으로 여겼기에
내가 있던 그 자리를 마음에 담았다가
잊지 않고 찾아오는 사람.
오늘은 무슨 얘기 나눌까 고민고민 애쓰며
두 발로 선듯선듯 큰 걸음으로 나서니
그 마음이 천사를 닮았구요.
찾아주는 사람만큼 예쁜 얼굴 있을까?
반갑다고 꾀꼬리들이 노래할 때
소나무들이 영차영차 손님맞이로 땀빠지면
인생을 지고 오는 벗님의 얼굴이 빨갛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