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다가간다
시인 최증수
- 제 20 호
본문
숲에 다가간다
시인 최증수
송림의 소나무가 초록에 감겨
실 같은 푸른 바람에 흔들릴 때
숲이 다정히 내 가까이 다가오면
나는 일기죽일기죽 힘없이 걷다가
그만 놀라 작은 눈을 크게 뜬다.
숲이 좋아라하며 나를 반기는 송림에서 오직 나 혼자만의
비밀통로를 비밀이 아닌 듯 걸으면
아련한 꿈속에 꿈꾸듯 갇혀
눈 뜨고도 숲의 마음보지 못해도
바람에 나뭇가지 부딪치는 소리에
숲은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오고,
솔바람이 반갑다며 솔 향 뿌리면
나는 탯줄 잡듯 마구 잡는다.
숲이 우람하게 우거져 아름다울 때
그제야 삶의 기쁨을 온 몸으로 이연하며 두 발 더 가까이 숲에 다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