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락장송을 보며
시인 최증수
- 제 19 호
본문
낙락장송을 보며
시인 최증수
거목은 위대하기에 빛나고 아름답다.
크고 우람한 정간 보니 머리 숙여지고
수백 년 세월이긴 거룩함에 마음 뜨겁다.
뻗어나간 가지들도 너무 커
그 위용과 애애에 가슴 뛰는데
팔십 한뉘를 산 나는 탑본처럼 초라하다.
한창 청운의 꿈 키울 때
낙락장송을 스승 삼고 제자가 못된 것이 한(恨)
가까이 있어도 세상 볼 줄 몰랐고
나절이나 나절 가웃을 허송하며
힘써 벼름벼름하지 못했기에
헐거운 삶을 소주에 밥 말아 먹으면서
가슴 치며 후회하는 오늘의 나 일뿐.
순금의 정을 꿰어 내 혼에 걸어두고
지금은 쳐다보고, 안아보고, 재보며
나 혼자만의 기쁨으로 사랑 주고
살아온 힘과 살아갈 힘으로
시린 겨울에도 이기고 살아남은
긴 세월의 생존에 두 손 모아 경외한다.
나무 자르는 톱날에 솔향기 묻혀주고
바람 불어 춤출 때는 영혼마저 빼앗기에
널 닮으려면 어찌해야 할까를
하루 종일 서성이며 머리악 쓰니
행간 헤집고 삶의 큰 의미 찾듯
언젠가 나도 애면글면 하다보면
뜨겁게 살아가는 큰 나무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