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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글

맨몸으로 비를 맞는 사람

시인 최증수
  • 제 2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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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만물이 젖지요. 

땅도, 동식물도, 사람도 모두 다. 

비의 이야기와 풍요를 기리며

온 몸으로 젖기도 하고, 우산 받으며 젖기도 하지요. 

큰 가뭄에 물방울 보고 절하던 사람도 비에 젖고, 

긴 장마가 지겨워 한 숨 쉬는 사람도 비에 젖고, 

만혼에 첫 아기 낳고 기저귀 말리다 비에 젖고,

1등 당첨된 줄 모르고 무심코 버린 복권도 비에 젖고, 

기뻐서 웃다가 슬퍼서 울다가 비오는 줄 모르고 젖고, 

뼈가 부러지는 고통 참으려 차라리 폭우에 젖고, 

암으로 사경 헤맨 환자가 낫는다는 기쁨에 젖고,  

사업실패로 심신이 망가진 사장님은 분노에 젖고, 

첫사랑에 취한 로맨스그레이들은 행복에 젖고, 

등단 소식들은 시인이 빗속에서도 환호하며 젖었지요. 

우리네 인생이 비 맞았다고 달라지지 않겠지만 

그 무덥던 여름의 줄비는 만물을 살렸다나요. 

난 비가 오면 맨몸으로 뛰어나가겠습니다.

시 인 최 증 수 약 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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