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림 지킴이
시인 최중수
- 제 11 호
본문
그때 나는 송림을 사랑했으므로
솔향기를 가슴에 가득 품을 때는
센 비바람이 나뭇가지 부려 뜨려도
마음을 붙잡고 송림을 지켜야했다.
그때 나는 송림을 사랑했으므로
보살피기 싫증나고 짜증낼 때도
이 핑계 저 핑계 꾸며대지 말고
꼭 그렇게 송림을 지켜야했다.
그때 나는 송림을 사랑했으므로
소나무의 고마움을 가슴에 새길 때도
뜨거운 햇볕이 옷 태우고 살 익혀도
그늘에 가지 말고 송림을 지켜야했다.
그때 나는 송림을 사랑했으므로
낙락장송의 우뚝함을 인생목표로 삼을 때 잔 마음에 이리저리 흔들리지 말고
꿈쩍 않고 바로 서서 송림을 지켜야했다.
송림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 일 때
할 수 있다 없다는 회의에 휘둘리지 말고 내가 아니면 누가 하랴는 사명감으로 그 때 나는 송림을 지켜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