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백수건달
시인 최증수
- 제 9 호
본문
어뜩비뜩 하는 횃대 밑 사내로
일마다 밥 질더니 이 모양 이 꼴
일 없고 있어도 못하는 백수건달.
제법인양 나만의 아름다움 찾아
손톱 여물을 썰곤 했지만
늘쌍 삿대질이나 희영수하면서
하수분만 바라며 밴둥밴둥하니
피천 한 잎 없고 군색한 나무거울.
면벽하며 백수 북면해도
뱃심이 좋다는 평판뿐이요.
동기가 아름다운 일 욕심은
이미 날 떠난 오랜 과거이고,
가끔가다 배참하고 반지빠른
나는야 지청구하는 뱃놈의 개.
그래도 순순하고 순천했기에
꿈속에 호박이 덩굴째 굴렀는지
한줌의 미래위해 걷고 뛰고
앞선 바람보다 먼저 웃으니
어련무던한 순정의 백수풍신 되었나
발걸음 가볍고 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