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바람
시인 최증수
- 제 8 호
본문
아가야!
바람 불어 좋은 날은 송림에 가자.
살랑대며 불어오는 바람결에
머리감고 목욕하고 세심하니
나는야 기분 좋은 송림의 친구.
바람이 흔들어도 곧게 자란 소나무가
웃으며 두 손 들어 반기는
솔 숲 아름다운 송림에 가면
때마침 강나루 지난 강바람이
내 마음 잡으려 서둘러 휘감는다.
눈길 훔치고 영혼 놀라게 해도
바람끼리는 이웃이요 친구인데
강바람도 소나무 흔들면 솔바람
나뭇잎이 가지 흔들어 큰 나무 세우듯 내 마음 흔들어도 솔바람이라.
메숲진 먼 산의 산바람이 놀다가도
어떤 땐 운명에 외면당했는지
실바람이 불어도 나뭇잎이 낮잠이나 자고, 소나무는 이리 흔들 저리 흔들 거들먹대도 나무돌이 하는 솔바람이 신바람 날 때
귀여운 아이들은 바람처럼 재잘거림으로 청아한 솔바람의 이름을 거룩하게 한다. 솔바람이 타는 거문고 가락 들으며
나도 언젠가 이웃을 시원케해주는 바람 불어 좋은 날엔
한 점 솔바람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