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異山 紀行詩 - 河東地域을 중심으로(8)
역자(譯者) 정경문 (茗谷 鄭慶文)
- 제 9 호
본문
김지백(澹虛齋 金之白)
過一蠹先生舊墟(과일두선생구허)
-일두 선생 옛터를 지나며-
宏高德業想嵯峨(굉고덕업상차아)
덕업이 크고 높아 우뚝 솟은 모습을 상상하니,
陳跡荒凉咽逝波(진적황량인서파)
옛 자취 황량하여 흐르는 물결에 목이 메이네.
天未喪斯人有作(천미상사인유작)
하늘이 보내신 유학자를 버리지 않으실 바엔,
道其衰矣事堪嗟(도기쇠의사감차)
道가 다했다 하시니 지난 일들 탄식할 만하네.
當年遣慟何時盡(당년견통하시진)
당시의 애통함 풀기를 어느 때에나 다할는지,
千古芳各獨不磨(천고방각독불마)
오랜 세월 꽃다운 향기 홀로 사라지지 않네.
萬疊頭流詩上語(만첩두류시상어)
만 겹으로 둘러싸인 두류산의 詩句 하나를,
一回吟罷感偏多(일회음파감편다)
한 차례 읊조리고 나니 많은 감정 일어나네.
一蠹(일두) : 동방오현(東方五賢) 중의 한 분인 정여창( 一蠹 鄭汝昌)선생의 號. 본관:하동(河東), 자:백욱(伯욱), 호:일두(一蠹), 시호:문헌(文獻). 무오사화(戊午士禍)에 연루되어 귀양 가서 죽었다. 함양의 남계서원(藍溪書院) 에 제향되었다. 문집에《일두집(一두集)》이 있다. 德業(덕업) : 어질고 착한 행실이나 사업.
嵯峨(차아) : 산이 높이 솟은 모습.
陳跡(진적) : 옛 자취.
荒凉(황량) : 황량하다. (인적이 드물어) 적막하다. 斯(사) : 사문(斯文). 유학자(儒學者)를 높여 이르는 말. 堪嗟(감차) : 탄식할 만하다.
慟[서러워할 통] 대단히 슬퍼하다. 서러워하다.
何時盡(하시진) : 어느 때 다하리,
萬疊(만첩) : 겹겹이 둘러싸임.
頭流(두류) : 두류산(頭流山)으로 지리산(智異山)의 이명 (異名).
偏多(편다) : 많은 편. 특정한 것을 지나치게 좋아한다.
※ 1655년(효종6) 10월 8일. 김지백(澹虛齋 金之白)은 서 문상(松坡 徐文尙), 이문재(石洞 李文載), 서대숙(徐大叔), 한여근(韓汝謹) 등과 동행하여 남원(南原)을 출발 구례 화엄사(華嚴寺)를 거쳐 연곡사(燕谷寺)에서 묵었다. 10월 9일. 연곡사 스님 천기(天機) 데리고 길을 떠나 쌍계 사(雙磎寺)까지 안내하게 하였다.
이날 저녁에 드디어 화개동(花開洞)에 도착하였다. 화개 동 조금 남쪽에 선현이 살던 옛터가 있는데, 곧 일두(一 蠹) 정여창(鄭汝昌) 선생이 집을 지어 살던 곳이다. 주위 를 배회하며 탄식하다 보니 훌쩍 떠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詩 한 수를 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