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기억하며
시인 최증수
- 제 22 호
본문
아버지를 기억하며
시인 최증수
전주 최씨 후손임을 자랑하시면서
논밭에서 땡볕보다 뜨겁게 일하셨고
무서운 황소 부리며 달구지로 큰 짐 나르느라
땀빠지게 애쓰셨습니다.
아버지의 사진 한 장 없어서인지
지금은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는 자식입니다.
아버지를 편히 모신 의자는 못돼도
후회도 세월 가면 그리움이 되듯
운 좋게 아버지를 모시고 논밭에 왔다면
어떤 말씀을 내게 해주셨을까요?
아마도 씩씩하게 자라 나라의 기둥 되라고
엄하게 그리고 자애롭게 당부하셨겠죠.
지금 꿈속에 계신 아버지를 기억한다고
얼굴도 모르는 불효를 용서해 주실까요?
자식 키우시느라 고생하시며 연익(燕翼) 주신
억척같이 사신 아버지에 대한 어리광은
얼굴 한 번 보여주시고
말씀 한마디 해주시길 고대하는
때늦은 절규도 효도라면 얼마나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