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어 좋은 날
시인 최증수
- 제 21 호
본문
바람 불어 좋은 날
시인 최증수
아가야!
바람 불어 좋은 날은 송림에 가자.
살랑대며 불어오는 바람결에
머리 감고 목욕하고 세심하니
나는야 기분 좋은 송림의 친구.
바람이 흔들어도 곧게 자란 소나무가
웃으며 두 손 들어 반기는
솔숲 아름다운 송림에 가면
때마침 강나루 지난 강바람이
내 마음 잡으려 서둘러 휘감는다.
눈길 훔치고 영혼 놀라게 해도
바람끼리는 이웃이요 친구인데
강바람도 소나무 흔들면 솔바람
나뭇잎이 가지 흔들어 큰 나무 세우듯
내 마음 흔들어도 솔바람이라.
먼 산의 산바람이 놀다가도
어떤 땐 운명에 외면당했는지
실바람도 싫어하는 나뭇잎이 낮잠이나 자고,
소나무는 이리 흔들 저리 흔들 거들먹대도
강풍이 불어도 바로서는 풀잎처럼
귀여운 아이들은 바람처럼 재잘거림으로
청아한 솔바람의 이름을 거룩하게 한다.
솔바람이 타는 거문고 가락 들으며
나도 언젠가 이웃들을 시원케 해주는
바람 불어 좋은 날엔
한 점 솔바람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