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록 그리움
시인 최증수
- 제 6 호
본문
나는 초록 그리움
소나무들이 친구처럼 서 있는
멀리서 본 풀밭은 초록 그림.
어쩜 이렇게 내 맘 홀리는지
연초록 파문 따라 물살처럼 끌려 갈 때
풀들이 부르는 생명의 노래와
같은 듯 서로 다른 아름다운 초록이
싱그런 풀 향내로 찬 마음 데워주니
나는 설렘의 초록 풀잎 키우는
무성한 풀밭의 한 포기 풀이요
초록 꿈꾸는 초록 꿈의 초록 풀포기.
좁은 틈새에서 이리저리 밀려도
작은 잎줄기에서 뿜어내는 생명력은
온 대지를 덮고도 남는다.
논밭의 기음 처지 아니라며
망초와 바랭이는 키만큼 뽐내나
질경이와 토끼풀은 키만큼 안쓰럽다.
정이 들면 때가 오듯
오랜 설렘으로 예쁜 꽃 피우면
벌과 나비들 찾아와 꿀 먹고,
꿀맛 본 입맛이 또 꽃 찾으려
풀밭 따라 풀밭 위로 벌 나비 분주하다.
내가 선 풀밭은 초록 그리움인가
초록에 묻혀 세월도 잊고 그냥
초록에 물든 몸과 맘 그대로 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