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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군수가 되어서는 안 되는 최소한의 조건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 2026.03.10     제 43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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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군수가 되어서는 안 되는 최소한의 조건


지방권력의 민낯을 묻다


지방자치는 주민의 삶을 세밀하게 돌보라는 제도다. 그 러나 어느 순간부터 지방권력은 ‘생활 행정’이 아니라 ‘ 지배 행정’으로 변질되고 있다. 군수 한 사람이 예산을 쥐 고, 인사를 쥐고, 사업을 쥐고, 여론까지 쥐려 드는 구조. 지방에서 마치 왕처럼 군림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 르는 기초단체장들의 행태가 곳곳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정 지역의 사례를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 한 ‘이런 유형의 군수’만큼은 다시는 선택하지 말아야 한 다는 교훈은 분명하다.

허물기, 다시 짓기 – 혈세는 누구를 위해 쓰이나

첫째, 공공사업이 특정 업체 주변을 맴도는 경우다. 군수 측근 인사 소유의 업체에 공사를 반복적으로 몰아주어 경쟁을 무력화하고, 결과적으로 익숙한 얼굴들만 드나들 게 만드는 방식은 행정의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둘째, 군민의 기억과 애정이 축적된 공간을 굳이 허물고 다시 짓는 행태다. 기능 개선이나 안전 보강이 아니라, 잘 가꿔져 군민의 산책길로 사랑받아 온 옛 철길의 흔적을 걷어내고, 오랜 시간 지역의 얼굴 역할을 해 온 공원 입구 의 정원을 통째로 들어내는 식의 ‘전면 철거 후 재조성’이 반복된다면, 그 명분은 늘 화려하지만 결과는 늘 비슷하 다. 공간의 가치보다 공사의 필요성이 앞서고, 유지보다 파괴가 선택되는 순간, 새로 짓는 과정에서 누구에게 기 회가 돌아가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그 지점에서 행정은 조용히 공공성을 잃는다.

셋째, 군민의 혈세가 집단적 합의가 아닌 단체장의 독단 으로 집행되는 구조다. 위원회는 거수기로 전락하고, 공 청회는 요식행위가 된다. 예산은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통치의 도구가 된다.

‘복지’라는 이름의 과시, ‘개발’이라는 이름의 낭비

근로자·노인 주택을 짓는다며 서울 고급 분양아파트 건 설에 준하는 예산을 쏟아붓는 사례는 지방행정의 왜곡을 상징한다. 필요한 것은 실거주 가능한 주택이지, 보여주 기식 외관이 아니다. 복지는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삶을 안정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특히 조경 사업과 관련하여 주차장 주변 자연석을 걷어 내고, 수십 년 자란 조경수를 베어내고, 출처도 불분명한 수종을 심는 일. ‘조경에 한이 맺힌 듯’ 반복되는 이 사업 들은 이상할 만큼 특정 시기, 특정 업체와 함께 움직인다. 예산은 사라지고, 경관은 조잡해진다.

모든 결재 권한은 군수에게 – 조직은 침묵을 배운다

예산 집행을 500만 원 단위까지 단체장이 관여하는 행 정. 이는 행정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 통제의 방식에 관한 문제다. 모든 권한은 위로 집중되고, 현장의 판단과 책임은 아래에서 점점 사라진다. 사소한 집행 하나까지 결재선을 끌어올리는 구조는 조직 전반을 눈치와 대기 상태로 묶어 두는 장치에 가깝다. 공무원은 결정하는 주 체가 아니라 눈치를 살피는 전달자가 되고, 행정은 숙의와 전문성이 아니라 승인과 충성의 언어로 재편된다. 질 문은 조직의 부담이 되고, 원칙은 위험 요소가 된다. 그렇 게 조직은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법, 더 정확히는 생각하 지 않아야 안전하다는 법을 학습하게 된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특정 시기에 맞춰 움직이는 예산의 흐름, 행정의 울타리 밖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친목 과 추종의 네트워크, 마을과 단체의 대표 자리를 둘러싼 불필요한 정치적 해석과 눈치 보기. 각각은 설명될 수 있 을지 모르나, 이 장면들이 반복될수록 하나의 공통된 풍 경이 선명해진다. 제도가 중심이 되어야 할 행정이 사람 을 중심으로 재배열되고, 공공의 기준보다 개인의 의중 이 더 빠르게 읽히는 순간에 나타나는, 지방권력의 전형 적인 퇴행 양상이다.

비판은 죄가 되고, 침묵은 미덕이 된다

기간제 근로자 채용처럼 원래는 행정의 말단에서 투명하 게 처리되어야 할 영역에까지 단체장의 영향력이 미친다 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오르내리는 환경. 일부 기초의원, 지역 언론, 지역 공사업자들이 정책의 동반자가 아니라 권력의 입맛에 따라 움직인다는 인식이 퍼질수록, 행정 에 대한 신뢰는 급속히 허물어진다. 

또한 조그마한 비판도 곧장 ‘적대 행위’로 해석되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순간 반대 세력으로 분류된다는 두려움 이 지역 사회 전반에 드리워져 있다. 그 결과, 침묵은 생 존 전략이 되고, 아부는 합리적 선택처럼 받아들여진다. 이와 맞물려 군민을 상대로 한 잦은 고소와 법적 대응, SNS를 통한 과도한 치적 홍보와 감정적 댓글 공방은 행정의 품위를 더욱 깎아내린다. 과거의 정책과 성과를 계 승하기보다 전임 군수의 흔적을 지우는 데 집착하고, 개 인적 인연과 정치적 입장을 기준으로 사람을 가르는 태 도는 지역 사회를 불필요한 갈등 속으로 밀어 넣는다. 이 지점에서 행정은 정책 경쟁의 장을 떠나, 권력 투쟁의 문 법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지역은 실험장이 아니다

대형 공사는 관외 업체가 가져가고, 지역경제는 구호 속 에 방치된다. 비호 세력만 수시로 불러 잔치를 벌이며 편 을 가르고, 군민은 구경꾼이 된다. 공사 수주와 광고, 각 종 이권이 특정한 주변으로만 흘러가고 그 안에서 서로 의 몫이 불어나는 동안, 다른 한편의 군민들은 그 혜택의 문턱에도 닿지 못한다. 어느 쪽은 배가 부르도록 이익을 나누고, 다른 한쪽은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형국이라면, 그것이 과연 공동체의 행정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군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런 군수를 선택한다면, 그 지역민이 불행할 따름이다. 그리고 분명한 사실 하나. 이런 유형의 단체장은 다시는 선택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는 개인의 야망을 실험하는 무대가 아니다. 군 민의 삶을 맡긴 자리다. 최소한 이런 군수는, 반드시 피해 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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