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663억 원 상환’이라는 화려한 선전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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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1,663억 원 상환’이라는 화려한 선전

채무 상환’ 주장은 재원 구조와 상환 내역으로 검증돼야 한다


하승철 군수는 최근 국민의힘 정견발표회와 페이스북 등 을 통해, 민선 8기 출범 당시 하동이 마치 “엄청난 빚을 떠 안은 파산 상태”였고, 자신이 3년 만에 1,663억 원의 채무 성 자금을 갚아 갈사산단과 대송산단 문제를 정리한 것처 럼 거듭 말했다. 그 말의 구조는 단순하다. 전임들은 무능 했고, 자신은 해결사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민은 이제 그 익숙한 영웅 서사에 쉽게 박수치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화려한 총액이 아니다. 그 1,663 억 원이 정확히 무엇이며, 어디서 마련했고, 어떤 방식으로 상환했는가 하는 점이다. 숫자는 크지만 설명은 비어 있다 면, 그것은 성과가 아니라 선전에 가깝다.

갈사산단과 대송산단 문제는 어느 한 군수 개인의 단순 실 정으로만 생긴 일이 아니다. 하동의 미래를 걸었던 대형 개발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는 사이 경기 악화, 민간사업자 부실, 소송, 행정 난맥이 겹치며 누적된 부담이다. 그런데 이런 복합적 문제를 마치 “전임들이 빚더미를 만들었고 내 가 다 치웠다”는 식으로 단순화하는 순간, 군정 설명은 사 실에서 멀어지고 정치 구호에 가까워진다.

이런 방식은 낯설지도 않다. 한국 정치에서는 오래전부터 ‘빚 청산’이 가장 손쉬운 치적 홍보의 소재였다. 그러나 시 간이 지나면 늘 같은 질문이 따라붙었다. 그 빚은 정확히 무엇이었나. 실제로 갚은 돈은 무엇이었나. 그 과정에서 다른 예산은 무엇이 깎였나. 결국 “전임이 망쳐 놓았고 내가 다 갚았다”는 말은, 내역과 재원 구조가 따라붙지 않으면 한 편의 선전문에 불과하다.

총액만 요란하고 내역은 없다

하 군수가 말한 1,663억 원은 정확히 무엇으로 이루어진 돈인가. 갈사산단 관련 부담은 얼마이고, 대송산단 관련 부담은 얼마인가. 그 안에 소송비용, 공사대금, 정산금, 지 방채, 보증채무, 기타 행정 부담은 각각 얼마나 들어 있는 가. 이것은 정치공세가 아니라 회계의 기초이고 행정의 최 소한이다.

총액만 던지는 방식은 늘 자극적이지만 실체는 흐린 법 이다. 군민이 알고 싶은 것은 “많이 갚았다”는 구호가 아 니라, 도대체 무엇을 갚았느냐는 사실이다. 장기 구조 부 담을 정리한 것인지, 단기 유동성 문제를 메운 것인지, 법 적 책임을 해소한 것인지, 단순 회계 정리인지조차 구분되 지 않는다면 그 숫자는 행정의 언어가 아니라 정치의 소 품일 뿐이다.

지금 하 군수의 설명은 바로 거기서 멈춰 있다. 숫자는 크 고 말은 거칠지만, 정작 핵심 내역은 없다. 군민 앞에 총액 만 흔드는 것은 치적 홍보일 수는 있어도 책임 행정은 될 수 없다.

갚았다는 돈의 출처를 말하라 — 군민 몫을 돌려막은 것 은 아닌가

더 본질적인 문제는 재원이다. 민선 8기 들어 하동군이 갑 자기 큰돈을 벌어들인 것도 아니다. 갈사산단이 정상화돼 수익을 낸 것도 아니고, 대송산단이 대규모 분양으로 돈 을 가져온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 1,663억 원은 어디서 나왔는가.

별도의 생산적 수익이 없었다면 답은 많지 않다. 결국 다 른 곳에 써야 할 예산을 줄였거나, 미뤘거나, 돌려 썼을 가 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정말 성과라면 “갚았다”로 끝날 일 이 아니다. 무엇을 줄였고, 무엇을 포기했고, 무엇을 뒤로 미뤘는지까지 함께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군민이 그 상환 의 대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군민이 지난 4년 동안 본 것은 무엇인가. 끊임없는 수목 식재와 각종 조형성 사업, 실효성 논란을 부른 공공 건물 건축 같은 불요불급해 보이는 지출이 더 강하게 남 아 있다. 꼭 필요한 곳은 여전히 허전한데, 불요불급한 곳 에는 돈이 넘쳤다는 인상이다. 그렇다면 군수는 답해야 한 다. 빚을 갚으면서도 그런 지출을 계속한 구조가 무엇인지, 군민이 모르는 절감과 구조조정의 실체라도 있었는지 구 체적으로 밝히라.

출처를 말하지 않는 채 “내가 다 정리했다”는 말만 반복하 는 것은 성과를 입증하는 일이 아니라 의문을 키우는 일 이다. 

전임에게 뒤집어씌운 책임

어느 군수든 전임이 남긴 성과와 과제를 함께 이어받는 다. 그런데 성과는 자기 공으로 챙기고, 과는 모두 전임 탓 으로 몰아넣는 태도는 정치적으로는 쉬워도 행정적으로 는 비겁하다.

특히 갈사산단과 대송산단처럼 하동의 미래를 위해 시작 됐다가 무거운 부담으로 돌아온 사안을, 전임 매도의 재료 로만 소비하는 것은 책임 있는 군수의 언행이라 보기 어렵 다. 전임 비난은 자극적이지만, 하동의 내일을 한 걸음도 앞으로 옮기지 못한다.

군민은 더 이상 큰말에 속지 않는다. 설명 없는 과장, 내역 없는 총액, 남 탓으로 부풀린 치적은 결국 민심 앞에서 무 너진다. 군민이 끝내 묻게 될 것은 하나다. 정말 빚을 잘 갚 은 것인가, 아니면 숫자를 앞세워 정치를 한 것인가.

이제 답할 차례는 하승철 군수에게 있다. 총액이 아니라 내역으로 답하라. 남 탓이 아니라 재원 구조로 답하라. 거 친 선전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사실로 답하라. 군민은 박 수가 아니라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