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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섬진강은 말이 없지만, 사람은 죽었다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 2026.03.10     제 43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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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섬진강은 말이 없지만, 사람은 죽었다


재첩과 함께 울고 있는 하동의 봄

섬진강 물길을 따라 봄이 오면 하동은 늘 특별한 풍경을 보여 왔다. 강가에는 재첩을 잡는 어민들의 배가 떠 있고, 강 주변의 들과 산은 매화와 벚꽃으로 물들곤 했다. 섬진 강과 재첩은 단순한 특산물이 아니라 하동의 역사와 생 계, 그리고 공동체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올해 봄, 그 강가에서 들려온 소식은 축제나 꽃 소식이 아니었다. 섬진강 살리기 운동과 재첩업을 영위 하던 필자의 친구 이명환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비 극적인 소식이었다. 그의 죽음은 지역사회에 깊은 충격 을 남겼다.

겉으로는 강해 보였던 고인은 실상 범불안장애로 불면 증에 시달리며 약을 복용할 정도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친구들에게는 경상남도의 시설자금 대출과 관련한 감사 문제로 큰 고민을 하고 있 다는 이야기를 몇 차례 털어놓았다고 한다. 경남도의 감 사가 어떻게 시작되었냐에 대한 말들이 지역에서는 떠 돌고 있지만, 그 진위는 아직 분명하게 확인된 바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있다. 섬진강과 재첩을 지키 기 위해 십수 년을 바쳐 온 한 사람이 극심한 스트레스 속 에서 결국 생을 내려놓았다는 사실이다.

낙하산 인사로 시작된 재첩축제의 균열

고인은 생전 섬진강 살리기와 재첩축제를 둘러싸고 하동 군과 부단한 갈등을 해왔다.

전임 군수 시절 시작된 재첩축제는 한때 하동을 대표하 는 상징적인 행사였다. 축제가 처음 시작되던 시절, 어민 들은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듯 기뻐했고 섬진강 재첩의 명성을 전국에 알릴 수 있다는 기대에 들떠 있었다. 당시에는 ‘황금재첩을 찾아라’라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고, 200돈의 금을 하동 지역 금은 방에서 준비하도록 해 지역 상권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 는 세심한 배려도 있었다. 그 시절 재첩축제는 분명 지역 과 함께 성장하는 축제였다.

하지만 민선 8기가 들어서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재첩축제 추진위원장 자리에 하동과 연고도 없는 외지 인사가 낙하산처럼 내려오면서 갈등이 시작되었다. 지 역 어민들과 현장을 잘 아는 사람들의 의견은 제대로 반 영되지 않았고, 축제 운영은 점점 현장과 동떨어진 방향 으로 흘러갔다.

이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 고인과 주변 인물이 축제 운영에서 배제되거나 해촉 통보를 받는 일까지 벌 어졌다.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에서 지역 사람들의 목소 리가 배제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진 것이다.

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축제에 서 상징적인 ‘황금재첩’조차 외지 업체에 주문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다. 지역 축제의 취지가 무엇인지 묻 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여기에 더해 재첩 어민들이 오래전부터 요구해 온 핵심 문제들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섬진강 하류의 토사 유입으로 재첩 서식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문제, 염해 피 해와 수량 관리 문제 등 농어민들의 절박한 요구가 계속 제기되어 왔지만 행정의 대응은 더디기만 했다. 축제는 열리지만 정작 강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뒤로 밀려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섬진강을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이 남긴 질문

재첩축제에는 매년 3억에서 5억 원가량의 군민 혈세가 투입된다. 그러나 축제가 끝난 뒤 투명한 결산 보고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예산 집행 계획은 보고되지만, 실제 사용 내역에 대한 명 확한 결산은 공개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지역사회에서 꾸 준히 나왔다. 군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행사라면 최소한 의 투명성과 책임이 뒤따라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도 갈등은 계속되었고, 현장을 지켜온 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많은 하동 사람들에게 섬진강은 단순한 강이 아니다. 어 린 시절 여름이면 맨발로 뛰어다니던 금빛 모래사장이 있었고, 햇빛을 받으면 반짝이던 고운 모래는 섬진강의 상징 같은 풍경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강바닥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토사가 뒤섞이며 그 고운 금모래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어린 시절 그 풍경을 기억하는 사람들에 게 이 변화는 단순한 자연의 변화가 아니라 마음 깊은 곳 을 아프게 하는 상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진강을 근본적으로 살리기 위한 장 기적인 의지와 정책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강의 생태 와 재첩 자원을 지키는 일보다 보여주기식 행사와 행정이 앞서는 것은 아닌지, 많은 군민들이 묻고 있다.

그리고 결국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섬진강을 살려야 하동이 산다고 외치며 오랫동안 강과 재첩을 지켜 온 사람이었다. 그의 죽음을 단순한 개인의 불행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섬진강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강을 지키며 살 아온 사람들은 그 침묵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 다.

이번 비극 앞에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하동의 행정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섬진강 을 지켜 온 사람들은 왜 이렇게 외롭게 남겨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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