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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권한은 ‘일’을 위한 도구일 뿐, 군림을 위한 왕관이 아닙니다

제윤경 전 국회의원
  • 2026.02.24     제 42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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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은 ‘일’을 위한 도구일 뿐,  군림을 위한 왕관이 아닙니다


제윤경 전 국회의원



우리  지역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게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표를 주었습니다. 그만큼 지 역 내 여론은 차가웠고, 그 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었 습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 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좋든 싫든 "일 하나는 확실히 잘 한다"는 평가가 우리 지역 에서도 눈에 띄게 늘고 있 습니다.


이장들의 집단 사표가 하동 행정에 묻는 것

이재명 대통령은 2026년 신년사에서 “국력의 원 천은 언제나 국민이며, 정부의 유일한 기준은 오 직 국민의 삶”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또한 경쟁과 갈등이 격화되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겸손한 자세’와 ‘국민의 신뢰’를 국정 운영의 최우선 가치 로 꼽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가 강조하는 '권한'과 '권력'의 차이 입니다. 공직자는 주권자가 허락한 권한을 잠시 빌 려 쓰는 대리인일 뿐입니다. 그 권한으로 오직 ‘성 과’와 ‘민생’을 증명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이 시민 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지금 우리 하동의 현실은 참담합니다. 최근 하동군 횡천면에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행정의 실핏줄이자 민심의 가교였던 이장단이 전 원 집단 사퇴한 것입니다. 마을을 지켜온 사람들이 왜 그 소중한 자리를 내려놓았겠습니까.

“군수의 독선과 직권남용에 맞서겠다”는 이들의 외침은 처절합니다. 이는 지금 하동 행정이 어디서 부터 잘못되었는지를 무겁게 되묻고 있습니다. 주 권자가 빌려준 ‘권한’의 의미를 심각하게 오독하고 있는 하동 행정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셈입니다. 군민과 다투는 군수, 권한의 사유화는 직무유기입 니다

지자체장에게 부여된 권한 중 가장 중요한 덕목은 ‘갈등 관리와 조정’입니다. 리더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공동체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하동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갈등을 조 정해야 할 군수가 오히려 갈등의 발원지가 되었습 니다. 지역 사회는 유례없는 분열과 반목에 신음하 고 있습니다.

심지어 군수가 직접 단체 채팅방에 댓글을 달며 군민과 설전을 벌입니다. 참으로 경악스럽고 비애감 이 느껴지는 풍경입니다. 

군정을 돌보고 하동의 미래를 설계해야 할 귀중한 시간입니다. 그 시간에 주권자와 기 싸움을 벌이는 것은 명백한 일상적 직무유기입니다.

‘군수’라는 자리는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만을 위한 자리가 아닙니다. 자신을 비판하는 군민까지도 온 마음을 다해 섬겨야 합니다. 군수가 가진 모든 힘은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권력은 권한을 빌려준 실질적 권력자, 즉 군민의 ‘신뢰’ 위에서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비판하는 주 권자를 적으로 돌리는 행위는 스스로 제 발등을 찍 는 것과 같습니다. 이는 명백한 직권남용이며 공적 권한을 사유화하려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이제 하동에는 군림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진정으 로 낮은 곳에서 땀 흘리는 ‘머슴’이 필요합니다. 머 슴은 주인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존재입니다. 주 인이 준 밥값을 하기 위해 밤낮으로 고민해야 합 니다.

군민의 한 표는 군수에게 왕관을 씌워준 것이 아 닙니다. 하동의 소멸 위기를 막고 민생을 살피라는 엄중한 ‘노동 계약서’를 쓴 것입니다. 주인의 눈치 를 보며 갈등을 봉합해야 할 머슴이 오히려 주인에 게 호통을 칩니까? 그 계약은 이미 파기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헌법상 실질 권력자인 군민이 잠시 보장해 준 표 의 의미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권력의 단맛에 취 해 주권자를 섬기지 않는 정치는 결국 정당성을 잃 게 됩니다. 

군청 측은 이번 사태를 이장들의 문제로 몰고 갑니 다. 하지만 우리는 하동군수에게 뼈아픈 질문을 던 져야 합니다.

“만약 이장님들의 행위가 군수 본인을 찬양하는 것 이었어도, 과연 집단 사퇴라는 극한의 사태까지 몰 고 갔겠습니까?”

권한 행사의 기준이 ‘법과 원칙’이 아닌 ‘내 편이 냐 아니냐’라는 감정에 매몰되어 있다면, 그 권력의 끝은 비참할 것입니다. 지도자가 권한과 권력을 착 각해 주인을 섬기지 않는다면, 주권자는 언제든 그 권한을 회수할 권리가 있습니다.

하동은 지금, 채팅방에서 군민과 다투는 군수가 아 니라 군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진정한 일꾼을 원합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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