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구는 붕괴되고, 선전만 남았다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 2026.01.27 제 40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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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인구는 붕괴되고, 선전만 남았다
하동의 인구 문제는 이제 탄식으로 덮을 수 없 는 단계다. 군정의 책임은 체온을 올리는 일이 지, 체온계를 흔들어 숫자를 예쁘게 만드는 일 이 아니다.
요즘 “청년층 유입”, “청년 인구 증가” 같은 제 목이 넘친다. 그러나 군민이 체감하는 일자리· 주거·교육·문화의 기반이 나아졌는지 묻는 순 간, 그 문장들은 의미가 없어진다. 특정 수치를 떼어 ‘구조적 반등’으로 포장하는 것은 과대 또 는 허위 선전이다.
2025년말을 기준으로 하동군 인구는 4만 명 선 이 붕괴되며 사상 처음으로 남해군보다 인구수 가 적어졌다. 청년 유출이 심각하다는 남해보 다 하동의 인구 감소 속도가 더 빨랐다는 뜻이 다. 필자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단일 사건이 아 니다. 현실이 불리할수록 포장을 키우고, 책임 져야 할 시간에는 비켜 서 있다가, 결과가 나오 면 공을 챙기는 방식, 그 습관이다. 인구 문제와 LNG 발전소 ‘유치 성공’ 홍보는, 그 습관이 얼마 나 위험한지 보여 준다.
통계의 마술: ‘청년 증가’라는 말 뒤에 숨은 순 유출
최근 군정은 청년층 유입을 반복해 강조한다. 그러나 이는 ‘증가’라는 단어로 ‘순유출’의 현실 을 가리는 전형적인 통계 왜곡이다. 실제로 경 남일보 보도에 따르면 하동군의 20~24세 순이동률은 -16%로 전국 시·군·구 중 네 번째로 높 았다. 전국 최상위권의 젊은 층 유출 지역이다. 이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청년이 빠른 속도 로 떠나고 있다는 뜻이며, 하동이 ‘정착지’가 아 니라 ‘경유지’로 전락했음을 보여 준다. 그럼에 도 군정은 일부 시점의 전입만 떼어내 ‘청년이 늘었다’고 말한다. 늘어난 것은 청년이 아니라, 홍보 문구다.
이를 두고 김현수 전 경남도 대외협력특보는 “ 군민을 안심시키는 달콤한 말 뒤에 참담한 순유 출의 진실이 가려져 있다”고 썼다. 통계는 거짓 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군민을 속일 수 있을 뿐이다. 혹세무민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남해보다 적어진 하동
하동 인구가 3만 9천 명대로 내려앉아 남해군에 처음으로 뒤처졌다는 사실은 상징적이다. 김현 수는 이를 ‘4만 명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의 붕 괴’라고 표현했다. 이는 단순한 순위 변화가 아 니라, 군민이 붙들고 있던 마지막 자부심의 붕 괴다.
남해군 역시 인구 감소 지역이지만 중앙정부 를 향해 실질적인 정책을 요구하고, 전 군민에 게 매달 1인당 15만원이 지급되는 국비 지원 농 어촌 기본소득 등 구조적 대안을 확보해 왔다. 반면 하동은 무엇을 했는가. 수백억 원을 들인 전시성 조경과 ‘예쁜 하동’ 사업이 인구를 붙잡 았는지, 청년의 삶을 바꾸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구는 지역정책의 종합 성적표다. 하동이 남 해보다 적어졌다는 사실은 결과이고, 그 결과를 만든 시간은 군정의 선택이었다. 무엇을 우선했 고, 무엇을 미뤘으며, 무엇을 포기했는가. 그 질 문 앞에서 군정은 아직도 ‘성과’라는 말만 반복 하고 있다.
LNG ‘유치 성공’이라는 착시
하동군이 “1조 3천억 원 규모 LNG 복합발전소 유치 성공”을 외칠 때, 군민은 한 번 더 묻게 된 다. 유치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설득하고 공개하며, 위험을 관리하고 상생을 설계하는 일 이다.
그런데 주간하동 2026년 1월 13일자에 실린 제 윤경 전의원의 기고문에 따르면, 하동군은 과정 의 자리에서 비어 있었다. 해당 기고의 요지는 간단하다. 이 LNG 발전소는 군수가 ‘따 와서’ 만 든 사업이 아니었다. 이미 2021년 10월 대송산 단에 입주하는 것을 전제로 기획재정부 예비타 당성 조사까지 통과한 상태였다 국가 재정과 정 책 타당성을 모두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사업이 었다. 그런데 2024년 7월, 산업통상자원부 경제 자유구역심의위원회가 이 사업에 제동을 걸어 ‘보류’ 판단을 내린 바로 그 순간부터가 문제였 다. 그 중요한 시기에 하동군은 도대체 무엇을 하였는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이 사업이 보류된 사유가 무엇인지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라도 했 는가. 보류 사유에 대해 설명을 요구한 기록도, 그리고 그 결과를 군민에게 알린 흔적도 현재로 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중요한 고비에서 행정은 멈춰 있었고, 하동은 방치되었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사업이 사실상 취소·보류 국면에 들어섰을 때, 군수는 무엇을 했어야 했는가. 답은 분명하다. 철저한 준비로 중앙정부를 상대로 강력하게 설득하고, 군 차원 의 공식 입장문, 주민 설명회, 산업부 항의 방문, 국회 방문 등 필요하다면 정치적·행정적 실력 행사까지 불사했어야 했다.
하 군수는 군민 앞에 숨기지 말고 즉시 털어놨 어야 했다. 왜 보류됐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군민 앞에 그대로 공개하고 “지금 하동이 무엇을 걸고 있는지”를 분명히 설명했어야 한다. 그리 고, 빈손으로 외치지 말고 조건을 들고 싸웠어 야 한다. 무조건 유치가 아니라, 안 되면 이렇게, 바뀌면 이렇게 하겠다는 분명한 요구 조건을 정 리해 중앙정부에 공식 문서로 들이밀었어야 한 다. 당연히 이러한 과정은 혼자 판단하지 말고 공개적으로 토론했어야 한다. 군의회와 군민을 불러 놓고 찬반과 대안을 모두 올려놓은 공개 토론을 거쳐, 하동의 최소한의 공동 입장을 만 들었어야 한다. 또한, 말로 끝내지 말고 흔적을 남겼어야 한다. 언제 누구를 만나 무엇을 요구 했고 어떤 답을 들었는지, 그 기록이 남아 있어 야 지금의 결과가 진짜 성과인지, 아니면 뒤늦 은 연출인지 가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단계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결 국 지역 주민들의 염원으로 2025년 7월 남부발 전은 경영총괄 차원에서 하동에 입주하는 것으 로 결정하고, 이사회 최종 확정으로 이어진 뒤 에야 군수만 전면에 나서 ‘유치 성공’을 외친다. 사업이 취소된 시간엔 침묵하고, 확정의 순간엔 만세를 부르는 행정, 이것이 성과인가, 연출인 가.
행정 무능보다 더 나쁜 건 부재다
LNG 발전소 문제와 관련하여 제윤경은 기고문 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성과는 가로챘지 만, 책임을 져야 할 시간에는 행정이 비어 있었 다.”
이 문장이 날카로운 이유는 간단하다. 실패는 시도라도 있다. 더 위험한 것은 ‘부재’다. 보류 판 정이 났을 때 무엇을 했는지, 어떤 자료로 설득 했고, 어떤 자리에서 누구와 협상했는지, 군민 에게 무엇을 공개했는지 - 기록이 없다면 행정 은 비어 있었던 것이다.
인구도 같다. 청년이 떠나는 구조를 분석했는 가, 산업 로드맵을 세웠는가, 주거·보육·교육· 교통을 정착 패키지로 묶었는가, 지표를 투명하 게 공개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늘었 다”는 문장만 남발한다면, 그 역시 ‘비어 있었던 시간’을 가리는 포장이다.
인구를 되살리는 처방: ‘홍보’가 아니라 ‘기반’에 예산을 써라
하동이 살아야 한다. 인구 문제의 처방은 이미 교과서처럼 분명하다. 문제는 ‘알고도 안 하는 것’이다.
첫째, 일자리의 질을 바꿔야 한다. 단기 공공일 자리로 청년을 붙잡을 수 없다. 하동의 강점(농 식품, 관광, 재생에너지 연관 산업, 원격근무 기 반)을 산업으로 연결해 ‘민간 고용’이 늘어나는 구조를 만들고 실제 투자·가동·고용으로 증명 되어야 한다.
둘째, 정착 패키지를 설계해야 한다. 청년이 지 역을 떠나는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니라 ‘생활의 총합’이다. 주거 여건 개선, 보육·교육 접근성, 문화 인프라, 의료와 교통을 묶어 ‘젊은 가족이 살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안 되면 인구 반등은 구호로 끝난다.
셋째, 인구정책의 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 다. 군민이 정책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연령 대별 순이동, 정착률(전입 후 일정 기간 유지), 고용·창업 지표, 주거·보육 이용률 같은 핵심 지표를 상시 공개하고, 정책 실패의 원인까지 공개하는 행정만이 신뢰를 회복한다.
넷째, 홍보용 ‘플래카드’에 기대는 습관을 끊어 야 한다. LNG든 무엇이든, 군민의 혈세를 홍보 비로 낭비하는 순간 행정은 선거의 도구가 된 다. 사업은 군민의 삶을 개선할 때만 가치가 있 다. 군민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숫자가 아니 라, 그 숫자가 생활로 떨어지는 경로 - 고용, 소 득, 지역상생, 안전, 환경 - 의 명확한 설계다. 마지막으로, 행정의 언어를 바꿔야 한다. 하동은 보도자료 속 문장으로 살아나지 않는다. 인구는 현실이고, 현실은 생활이며, 생활은 신뢰다. 신뢰 를 깎아 먹는 홍보는 결국 인구를 깎는다.
군민이 분노해야 할 지점은 분명하다. 인구가 무너지는 동안, 행정은 비어 있었고, 그 빈자리 를 메운 것은 정책이 아니라 포장이었다. 이제 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하동의 미래를 살리는 일 을 누가 하고 있는가. 그리고 누가, 그 일을 했다 고 가장하며 사진과 문장만 남기고 있는가. 하 동은 더 이상 ‘착시’로 버틸 수 없다.
“정직은 최선의 정책”이라는 오래된 명언은 행 정에서 더 무겁다. 진실을 말하지 않는 행정은, 결국 미래를 말할 자격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