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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하동을 다시 살아 숨 쉬게 하려면

삶의 현장에서 만난 하동의 과제들
  • 2026.01.13     제 39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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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을 다시 살아 숨 쉬게 하려면

삶의 현장에서 만난 하동의 과제들


얼마 전 저는 악양 평사리 들판에서 대봉감 수확 봉 사에  참여했습니다.  감나 무 위에서 장대로 감을 따 는 일손을 도우며 농촌의 구슬땀을 가까이서 마주보 았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어르신 은 저에게 “감 하나 따려면 허리가 두 번 굽는다”며 일 손 부족의 어려움을 토로 하셨습니다. “하동 감이 맛은 더 좋지만 알려지는 데는 뒤처져 있다”는 다른 농민의 말씀에서는 우리 농산물을 널리 알리지 못 하는 안타까움도 느껴졌습니다. 

땀 흘려 일하는 분들의 곁에서 저는 작은 농산물 하나가 소비자의 손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 력과 정성이 들어가는지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마을 곳곳을 찾아다니며 느낀 것은, 우리 하동의 숨결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인구가 줄고 마을이 쇠락하면서 예전의 활기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5년 말 5만여 명이던 하동군 인구가 올 해 4만 명 남짓까지 감소했습니다. 출생아보다 사 망자가 훨씬 많고, 청년 인구의 유출도 지속되고 있 습니다. 그나마 최근 몇 년 사이 귀향하거나 남아 있는 젊은이들의 존재가 전체 감소 폭을 일부 완화 시키는 듯 보이지만, 근본적인 흐름은 여전히 녹록 지 않습니다.

육아수당에 대한 신중한 성찰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하동군은 7세 미만 아동에게 매월 60만 원을 지급하는 '하동형 육아수당'을 시행 하기로 했습니다. 

많은 젊은 부모님들께서는 이를 환영하고, “적어도 아이 키우는 데 드는 경제적 부담이 조금은 줄어든 다”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그 말씀을 진심으로 존 중합니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공동체적 지지가 절 실한 지금, 이런 제도가 고향을 지키는 데 하나의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 역시 같습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우리는 이 정책이 하동군 예 산으로 전액 충당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중앙정부의 특별한 지원이 새로 투입된 것이 아니 라, 우리가 원래 쓰던 예산 안에서 일부를 이 제도 에 배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말은 곧, 돌봄, 의료, 청년 일자리, 생활 인프라 등 다른 필수 영역의 재 원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육아는 단지 7세 미만의 시기에만 드는 부 담이 아닙니다. 오히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를 지나면서 드는 교육비는 더욱 커지기도 합니다. 모든 세대의 형평을 함께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정책은 찬성과 반대를 넘어, 우리가 가진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매우 섬세한 선택의 문제입니다. 그 선택은 더욱 신중하고 균형 있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런 고 민이야말로 하동의 미래를 진지하게 설계하려는 군민 여러분의 마음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화의 기반을 다지기 위하여

하동은 예로부터 녹차와 대봉감 등 풍요로운 농산 물의 고장이지만, 정작 그 농업 현장은 빠르게 고 령화되고 있습니다.

농촌 지역에서는 농가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 인 구 비율이 55%를 넘을 만큼 일손 부족이 심각하며, 농가들은 가격 변동과 판로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 고 있습니다. 

악양 들판의 농민들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사람은 부족하고 밤새워 수확해도 제값을 받지 못할까 걱 정이 큽니다. 저 역시 봉사 현장에서 땀 흘리는 농 민들의 자부심과 한숨을 함께 들었습니다. “농사지 어서 뭐하나” 하는 푸념이 다시 “농사짓기 잘했다” 는 보람으로 바뀔 수 있도록, 지역의 유통·홍보를 강화하고 부족한 일손을 채우는 실질적인 방안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일상의 어려움을 넘어 하동이 새로운 전기 를 맞이하려면 보다 구조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 갈사산단과 대송산단과 같은 산업단지가 단지 땅 으로만 남지 않으려면, 기업이 오고 싶어 하는 환경 을 갖추는 것이 선결 과제입니다. 

기업이 찾아오는 지역은 단지 지리적 여건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도로와 전력 등 기초 인프라와 정주 여건뿐 아니라, 누가 어떻게 협의하고 설득하 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이제는 행정의 형식적 절차를 넘어서는 실질적 소 통과, 지역을 이해하고 외부와 연결할 수 있는 역량 이 필요합니다. 중앙정부의 문턱과 기업의 판단은 단순히 정책 문서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다양한 배경과 언어를 아우를 수 있는 교류의 경험, 그리고 낯선 이들과의 접점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과 환경이 절실합니다. 하동이 다 시 숨을 쉬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통로와 연결점 들이 곳곳에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연결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 닙니다. 오래 걸려도 진심을 담아 다가가고, 이해의 폭을 넓히며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 속에서 서서히 완성되는 것입니다. 

하동에도 그런 외연의 확장을 가능케 할 기반은 충 분히 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좌절을 겪어왔지만, 그만큼 단단해진 눈빛과 지혜가 있습니다.

우리는 거창한 수사보다 작고 단단한 변화를 원합 니다. 그것은 결국 ‘길을 트는 일’에서 시작될 것입 니다. 조용히 사람을 만나고, 진심으로 설득하고, 마침내 오래 닫혀 있던 문 하나를 여는 일, 하동이 원하는 변화는 어쩌면 그 작고 꾸준한 시도 속에서 싹틀지 모릅니다.

하동은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첫걸음을 이미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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