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조 3천억 원 규모 LNG발전소 유치 쇼에 가려진 진실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 제 37 호
본문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1조 3천억 원 규모 LNG발전소 유치 쇼에 가려진 진실
열흘 만에 영웅이 된 군수 – ‘유치 성공’이라는 착시
하동군이 “1조 3천억 원 규모 LNG 복합발전소 유치 성공” 이라는 보도자료를 뿌리기 불과 열흘 전, 하승철 군수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언론 앞에 서 있었다. 그때 군수가 손 에 쥐고 있던 것은 ‘유치 성공’의 깃발이 아니라 ‘하동화력 발전소 폐쇄 대비 상생협약’이라는 제목의 종이였다. 제목 부터가 상징적이다. 핵심 단어는 LNG발전소도, 유치도, 성 공도 아니고 오직 ‘폐쇄’와 ‘대비’다. 협약 내용 역시 화력발 전소 조기 폐쇄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 우려, 일자리 상실 문제,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 지정을 위한 공동 건의, 향 후 대체·신규 전원 발굴을 위한 협력 의지 등 “앞으로 함께 방안을 찾아보자”는 수준의 선언에 머물러 있다. LNG 전환 계획을 군이 주도했다면 최소한 그 방향에 대한 구체 적 언급이 나왔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상생협약 어디에도 LNG 복합발전소 건설이나 그 위치, 규모, 재원, 군의 역할 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상식적인 질문이 생긴다. 열흘 전까지 강조한 것은 “폐쇄의 충격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였다. 그런데 열 흘 후에는 “우리가 LNG 복합발전소를 유치했다”는 식의 승전보가 된다. 열흘 사이에 도대체 무엇이 바뀐 것인가. 발전소의 운명이 바뀐 것이 아니라 설명의 방향이 바뀐 것 뿐이다. 결정은 이미 중앙의 전기위원회와 공기업의 내부 절차 속에서 진행되고 있었고, 군은 그 흐름을 따라가며 ‘ 폐쇄 대비’라는 말로 스스로의 무기력을 포장하고 있었다 가,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태세를 전환해 ‘유치 성공’이라는 화려한 문장으로 갈아탄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상생협약이 군수에게는 일종의 안전 장치로 쓰였다는 점이다. 만약 LNG 전환이 성사되지 못했 다면 군수는 “폐쇄 피해 최소화를 위해 상생협약을 체결 했다”고 말하며 책임을 피해 갔을 것이다. 반대로 LNG 승 인이 나자 이번에는 “상생협약을 통해 끝까지 대안을 모색 한 결과 LNG 유치에 성공했다”고 말하며 공을 가로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본인은 항상 옳았다는 식의 자기 면 죄부를 설계해 둔 것이다. 협약의 내용보다 협약을 활용하 는 방식이 더 정치적이다.
군민의 입장에서 보면, 더 황당하다. 열흘 전까지는 “폐쇄 에 대비한 공동 대응”의 동원 대상으로, 열흘 뒤에는 “유 치 성공”을 축하해야 하는 관객으로 취급된다. 이처럼 같 은 사안을 두고도 상황에 따라 설명을 뒤집는 행정은 신뢰 를 갉아먹고, 협약이라는 말 자체를 공허한 정치 연출 소 품으로 전락시킨다.
결국 열흘 만에 영웅이 된 것은 하동의 산업 구조도, 에너 지 정책도 아니다. 바뀐 것은 보도자료의 수사뿐이다. 특별 한 역할도 하지 않았으면서 결과가 좋으면 공을 가로채고, 결과가 나쁘면 협약 뒤에 숨겠다는 이 양면적 태도야말로 ‘유치 성공’이라는 말 뒤에 숨은 진짜 착시다. 이 착시를 깨뜨리지 못한다면, 군민은 앞으로도 중요한 결정이 내려 질 때마다 진실이 아니라 연출된 장면만 보게 될 것이다.
대송산단 유치 무산에서 배운 것은 없었나?
이번 LNG 발전소 건설은 하동군이 처음 시도한 사업도 아니고, 지역사회에 처음 제시된 대안도 아니다. 대송산 단에 LNG 발전소를 유치하려던 과거 시도는 절차적 정당 성 부족과 시민단체의 깊은 우려 속에 무산되었다. 그 실 패는 분명한 경고였다. 주민 동의 없는 결정은 지속될 수 없다는 것, 산업 전환은 공론화와 투명성이 바탕이 되어 야 한다는 것.
그러나 군정은 이 교훈을 철저히 외면했다. 변한 것이라고 는 부지의 위치뿐이고, 접근 방식은 더 은밀해졌으며, 비 판에 대응하는 방식은 더 교묘해졌다. 이번 유치 홍보에서 군정은 과거 실패의 원인에 대해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 는다. 왜 무산되었는지, 그 우려는 어떻게 해소되었는지, 기후 리스크와 경제성 문제는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철저 히 침묵하고 있다. 실패의 과거를 외면하고 성공의 현재만 대대적으로 부각하는 것은 관치 행정과 선거 홍보가 결합 한 전형적 정치 술수다.
하동군은 LNG 발전소가 하동의 경제를 살릴 구원줄인 양 외친다. 그러나 전국 LNG 발전소의 낮은 가동률, 연료비 상승과 전력 수요처와의 거리 문제는 외면한다. 군민에게 필요한 것은 숫자만 부풀린 선전이 아니라 명확한 근거와 지속 가능한 산업 전략이다.
하동의 미래를 위협하는 진짜 문제 – ‘정책’이 아니라 ‘ 선거’를 위한 행정
필자는 발전소 유치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지역경제 유지와 일자리 보존을 위한 다양한 시도는 반드시 필요하 다. 그러나 자유시장경제가 살아 숨 쉬려면 투명성, 절차적 정당성, 책임이 전제되어야 한다. 지금 하동군에서 사 라진 것이 바로 그것들이다.
하동군은 군민을 설득해야 할 민주적 주체가 아니라 홍보 전략의 배경 정도로 취급한다. 공론화 없이 결정하고, 리 스크는 숨기며, 군민에게는 박수만 요구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마치 다음 선거를 위한 치적 쌓기 작업처럼 보이는 것은 기분 탓만이 아니다. 정책이 아니라 성과 포 장을 위해 움직이는 행정은 군민의 삶을 도구화하고 미래 를 거래한다.
하동의 미래는 보도자료 속 문구가 결정하지 않는다. 생 존을 위한 산업 전환은 홍보 문구가 아니라 냉정한 판단 과 책임 있는 선택 위에서만 가능하다. 군민과 함께 계획 하고, 함께 감당하는 행정만이 진짜 미래를 만든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간판이 아니라 더 큰 진실이다. 군정이 진실을 왜곡하며 치적만 쌓는다면 그것은 군민과 역사를 기만하는 것이다.
화려한 쇼의 막이 언제까지나 내려가지 않기를 바라는가. 다음 선거를 위해 만들어진 구호에 속아서는 안 된다. 하 동의 에너지와 산업 문제는 정치인의 선전물이 아니다. 군 민의 생존이며, 하동의 존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