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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름다움을 가장한 불편한 도시 만들기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     제 35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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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아름다움을 가장한 불편한 도시 만들기


 ‘예쁜하동만들기’의 그늘에 가려진 행정의 허상


하동군이 추진 중인 ‘예쁜하동만들기’ 사업은 이름만 들으 면 낭만적이다. 군은 도로마다 꽃과 나무를 심고 화단을 조성하며 ‘미관 개선’을 외친다. 그러나 그 길을 직접 걸어 보면, 풍경은 정반대다. 

꽃은 아름답지만 길은 불편하다. 나무는 머리 위로 늘어 지고, 화단은 보행로를 잠식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 자블록은 엇나가 있고, 휠체어나 유모차는 지나갈 공간조 차 없다. 보도(步道)는 사람의 길이 아니라 ‘조경의 캔버 스’가 되어버렸다. 이름은 ‘예쁜하동’이지만 실상은 ‘불편 하동’이다.


꽃과 나무가 사람의 길을 막다


하동읍 군청에서 비파마을, 신촌마을로 이어지는 약 1km 구간을 걸어보면, 보도의 폭은 불과 1m 남짓이다. 본래 2m 였던 인도는 가로수와 화단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전신 주·가로등·교통표지판이 곳곳을 막고 있다. 

어르신들은 일부 구간에서 차도로 내려서야 했고, 실제로 그 구간에서는 보행자 사고가 발생했다. 행정은 이를 해결 하겠다며 일부 구간에 차도 한쪽을 붉은 페인트로 칠해 ‘ 임시 보도’를 만들었지만, 그것은 안전이 아니라 위험의 변 장일 뿐이다. 보행의 기본 원칙이 무너진 도시, 그것이 지 금의 하동이다.


하동은 이미 하나의 정원이다 — 인공의 화단이 덮어버린 천혜의 자연


외국의 도시들은 산과 바다, 강을 보기 위해 차를 타고 수 시간을 달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하동은 다르다. 이곳은 사방이 산과 강, 바다로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 속 도시다. 

지리산의 품, 섬진강의 흐름, 남해의 바람—이 모두가 하 동의 살아 있는 정원이다. 하동은 예로부터 꽃길과 물길의 고장으로 불려져 왔으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아름 답게 빛나는 곳이다. 

이러한 하동의 자연을 보존하는 일은 인공 정원을 만드 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굳이 도로 위에 나무를 또 심고, 꽃을 또 심고, 인공 화단과 정원을 만들 이유가 없다. 하동 은 이미 하나의 거대한 ‘녹지공간’이자 ‘자연공원’이다. 자 연이 곧 정원인데, 왜 행정은 그 위에 또 다른 정원들을 세 우며 군민의 발길을 가로막는가? 이 아이러니가 바로 행 정의 오만이다.


횡천면 도로 공사, 전시행정의 민낯


하동읍뿐 아니라 횡천면의 도로 공사는 ‘예쁜하동만들기’ 의 부작용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표 사례다. 횡천면 중앙리 일대 도로는 오랫동안 지역 상권과 주민들의 주정차 공 간으로 기능해왔지만, 군은 주민 의견 수렴도 없이 이 구 간에도 일률적으로 화단을 만들고 인도로 사용할 수도 없 게 만들어버렸다. 주민 대다수가 반대했음에도, 행정은 민 의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했다. 

이는 군민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행정 편의만을 앞세운 전 형적인 탁상행정이다.

그 결과 차량 진입은 불가능해지고, 인근 상가들은 매출 급감을 우려하고 있다. 인근 상인들과 주민들이 필요로 하 는 것은 화단이 아니라 주차 공간이다. 일상생활에 꼭 필 요한 기능적 공간을 없애고, 그 자리를 화단과 조형물로 채운 것은 행정의 방향을 완전히 거꾸로 돌린 결정이다. 주민이 원하는 것은 ‘예쁜 거리’가 아니라 ‘살기 좋은 거 리’다.

‘경관 개선’이라는 미명 아래 상권의 숨통을 죄어버린 셈 이다. 주민들은 불편과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행정의 일방 적 추진에 반발하고 있다. 도로는 통행의 공간이지, 관상용 정원이 아니다. 그럼에도 군은 화단을 내세워 주차를 막고, 불필요한 구조물을 세워 생활의 길을 가로막았다. 이것이 야말로 ‘예쁜 행정’의 탈을 쓴 ‘불통 행정’이며, 행정의 본질 이 무엇인지 잊은 전시행정의 민낯이다.


진짜 예쁜 하동은 사람의 길을 지키는 일이다


보도와 경관의 관계는 명확하다. 법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 고, 미관은 그다음이다. 

그러나 지금의 행정은 순서를 뒤집었다. ‘경관 우선’이라는 미명 아래 보도는 잘려나가고, 점자블록은 흐트러졌다. 시 각장애인과 노약자, 아이를 데리고 걷는 부모 모두가 불편 하다. “본말전도(本末顚倒)”—경관이 기준을 삼킨 셈이다. 기준을 무시한 미관은 ‘공공의 미(美)’가 아니라 ‘공공의 위 협’이다. 꽃은 눈을 즐겁게 할지 몰라도, 기준을 무시한 꽃 은 행정의 무지를 증명할 뿐이다.‘예쁜하동만들기’는 이제 방향을 바꿔야 한다. 나무를 심기 전에 기준을 세우고, 화단을 만들기 전에 사람의 길을 확 보해야 한다. 지장물 정비, 보행 동선 확보, 교통약자 접근 성 개선—이것이 먼저다. 

하동의 미는 꽃과 나무가 아니라, 그 길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주민의 발끝에서 시작된다. 또한 조경 예산의 투 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수목 단가, 계약 구조, 유지 관리비 등 모든 내역을 공개해 ‘이권(利權) 행정’의 의혹을 차단해 야 한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행정은 보여주는 행정이 아니 라, 군민의 삶을 편하게 하는 행정이다. ‘꽃길만 걷자’는 말 은 희망의 비유이지, 화단 속을 걸으라는 뜻이 아니다. 지 금 하동의 행정은 그 말의 본뜻을 왜곡하고 있다. 하동은 이미 자연의 품속에 있는 ‘살아 있는 정원’이다. 

여기에 또 인공의 정원들을 세우고, 군민의 길을 가로막는 것은 미화가 아니라 착각이다. 나무보다 사람, 경관보다 안 전이 우선이어야 한다. 보도보다 화단을 우선한 행정은 결 국 군민의 삶을 무너뜨린다. 행정은 미(美)가 아니라 정도 (正道)로 평가받는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하동의 꽃길이 아니라, 군민의 길 을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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