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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하동과 하동인을 사랑한 군수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     제 27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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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하동과 하동인을 사랑한 군수


군수가 아니라 동행자였던 사람


“집에서만 팔지 말고 이고 지고 나가서라도 팔아라. 그게 그분의 방식이라.” 하동에서 농산물 가공품을 만드는 한 생산자의 회고는 하나의 상징이다. 

그는 책상머리에 앉아 지시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행 사마다 직접 발로 뛰며 군민들의 제품을 앞장서 팔았다. 업자들 사이에서는 “군수님이 아니라 판매 사장님”이라 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누구 하나 특별히 밀어주는 대신, 모든 농가와 소상공인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나눠주었다. 군청의 자원을 총동원해 생산자들을 전국 장터로 이끌었 다. 그때 하동에는 군청이 곧 마케팅 팀이었고, 윤상기 군 수는 제1호 영업사원이자 전략가였다. 그만큼 군청 직원 들도 전국을 누비며 고단한 일정을 감내해야 했고, 때로는 복지부동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하는 피로감도 있었던 것 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열정에 감화되어 현장 중심의 행 정이 군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가끔 미소 지으며 “내가 나서면 팔 수 있다”고 말하곤 했 다. 그 말이 과장이 아님을 군민은 체감했다. 사람들이 모 인 곳이라면 어디든 나타났고, 기꺼이 살아 있는 홍보대사 가 되었다. 명함을 건네며 “이건 우리 하동 고춧가루입니 다, 한번 써보시죠”라고 권했던 그 모습은 아직도 기억하 는 이들이 많다.


축제가 아니라 장터였던 현장


그 시절, 축제는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닌 ‘팔 수 있는 장’이 었다. 서울 남이섬에서는 해마다 ‘하동의 날’을 주최해 하 동 농민들이 부스를 설치하고 국내외 관광객을 상대로 판 매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했다. 

교통편, 숙박, 식사 일부까지 군청이 전담하며 “하동 농산 물 완판”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서울 어린이대공원, 창원, 부산 해운대 등 전국 방방곡곡에 안 간 곳이 없었다. 한겨 울엔 풋고추, 봄에는 취나물, 가을엔 산나물을 짊어지고 나 가면 전부 팔렸다.

이 모든 현장을 군청이 계획했고, 공정한 참여 기회를 위 해 부스 배치조차 추첨으로 결정했다. 군민 한 사람 한 사 람을 소중히 여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행사 하나에도 민 심이 묻어 있었고, 그 현장을 그는 직접 지켰다.

그 시절엔 군청 담당자와 군수가 함께 하동 생산품을 판매 하는 영업사원이었고, 업자들과 다 같이 도시락을 나눠 먹 곤 했다. 행사 끝엔 잔돈이 떨어진 업자를 위해 자신의 지갑을 열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행정이 따뜻할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준 지도자였다.

그의 철학은 “지자체는 복지 이전에 민생이다”였다. 복지 는 분배지만 민생은 생산이며, 생산이 살아야 진짜 복지가 가능하다는 신념이었다. 단순히 나눠주는 행정이 아니라, 살길을 만들어 주는 행정이었다.


세계를 향한, 땀과 설득의 수출 외교


그의 진가는 해외에서 더 빛났다. 대표적인 사례는 세계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와의 계약이다. 미국 시애 틀 본사를 수차 찾아가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현지 담당자를 겨우 만나 “이게 하동 녹차입니다” 라며 네 종류의 말차를 가루로 펼쳐 보이고, 품질의 차이 를 설명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 결과 하동녹차는 5년간 단 한 번의 품질 문제 없이 스타 벅스에 납품되었고, 수출량은 두 배 이상 늘었다. 전 세계 소비자에게 하동의 향이 닿는 순간이었다. 일본 교토의 고 급 설비를 도입해 위생과 미세도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 린 것도 그의 결정이었다. 단순한 외교가 아닌, 현장 이해 와 끈질긴 실행력이 만든 쾌거였다.

그 외에도 미국, 캐나다, 두바이 등에 직접 판로를 개척하 러 갔고, LA에서는 하동 섬진강 재첩국을 내놓아 큰 호응 을 얻었다. 외국 바이어를 하동으로 초청해 상담회를 열고, 가공업자들과 직접 연결해 수출 주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좋은 포장재를 발견하면 군청 직원을 시켜 구입하게 한 후, 농민들에게 나눠주며 “싸구려로 팔지 말고 비싸게 받 아라”고 격려했다. 생산자들에게 경쟁력을 심어준 진짜 행 정이었다. 그는 하동을 팔지 않았다. 하동의 가치를 세계 에 알렸다.

누군가는 외국어 한마디 못 한다며 조롱했지만, 그는 번역 기를 들고 당당히 나섰고, 그 진심은 언어를 넘어 마음이 전달되었다. 진정성은 말이 아니라 눈빛으로, 손끝으로 전 해진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공항에 도착하면 새벽까지도 피곤한 기색 없이 바로 군청 으로 복귀해 업무 보고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그가 얼마나 하동을 마음에 품고 살았는지를 보여준다. 해외 출장이 곧 관광이라는 오해를 깨뜨린 인물이기도 했다.


그리움 속에 사라진 현장, 사라진 사람


이처럼 군청과 사업자, 군수가 하나가 되어 국내외를 뛰어다니던 시절은 이제 추억이 되었다. 그가 떠난 이후, 지원 은 멈췄고 업자들은 생존을 위해 백화점에 수수료를 떼어 가며 겨우 판매처를 구하고 있다. “요즘은 우리가 알아서 다 해야 해요.” 한 업자의 말이 현실을 대변한다.

더 심각한 것은 군수의 무관심이다. “굵직한 업자들은 다 외면당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군의 손길은 자취를 감 췄다. 판로 행사는 중단되고, 외부 판매 기회는 줄었으며, 그 흔한 간담회조차 자취를 감췄다. 

그 시절 정성껏 심은 벚꽃나무와 무궁화도 뽑혀나가고, 그 자리에 억지로 들인 꽃들은 다 말라 죽었다. 뿌리를 모르 면 꽃은 피지 못한다. 하동은 지금 뿌리 없이 표류 중이다. 군수는 어디에 있는가. 군민이 있는 곳에 있어야 할 사람 이 지금은 행사장에서 사진만 찍고, 해외 출장 보고서에 실적만 포장하고 있다. 예산은 줄고, 사업은 취소되고, 그 자리에 남은 건 군민의 탄식뿐이다.

한편 그 시절 1심에서 완승했던 갈사산단 소송은 현 군정 들어 2심에서 284억 원 배상 판결로 뒤집혔다. 그러나 군 은 이를 “대성공”이라 포장했다. 군민의 혈세가 빠져나가 는 마당에 어느 지역 언론은 “339% 절감”이라는 수치놀음 을 하고 있었다. 실적은 없고, 포장만 남았다. 가짜 실적, 가 짜 통계가 군정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시절에는 군민을 위한 새로운 시도 가 끊이지 않았다. 관광과 농업, 복지를 연계한 시범 사업 들, 어린이와 노인을 위한 실질적 지원 정책들, 인재 육성 을 위한 장학 시스템까지.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 니라, 군민 삶을 구체적으로 변화시키는 시도였다.

이제는 이런 일들을 누가 기억하고 있는가. 누가 그 정신 을 잇고자 하는가. 이름은 잊힐 수 있어도, 마음을 다해 일 한 사람의 숨결은 땅에 남는다.


다시 묻는다, 우리는 어떤 군수를 원하나


하동에는 진짜 군수가 있었다. 하동을 사랑했고, 군민을 위했고, 그 손을 잡고 함께 걸었다. 그 시절 군정의 중심에 는 사람이 있었다. 공약보다 약속을, 선심보다 진심을 중 시한 행정이었다. 지금도 그 이름을 꺼내는 군민들이 많 은 이유는, 그 시절의 행정이 머리가 아닌 가슴에 새겨졌 기 때문이다.

그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줬다. 팔짱 끼고 구경하는 대신, 물건을 들고 앞장섰다. 땀 흘려 얻은 성과는, 지금도 하동 의 곳곳에 남아 있다. 축제의 흥겨움, 포장재 하나하나, 벚꽃과 무궁화의 향기까지도....

누군가는 그를 '촌스러운 사람'이라 평가했지만, 군민은 그 를 ‘우리 사람’이라 불렀다. 전시용 행사보다 진짜 성과를 추구했던 그, 하동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보다 앞세웠던 그, 정쟁보다 민생을 돌봤던 그, 그가 있었기에 하동은 한때 다시 숨 쉬었다.

그의 행정은 권력이 아닌 헌신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퇴 임 후에도 조용히 군민을 걱정하며, 때로는 행사장을 찾아 인사를 건네고, 불편한 일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그렇습 니까? 알아보겠습니다” 하고 돌아섰다. 그의 그런 말투를, 우리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시 그런 사람이다. 외면하지 않고, 포장하지 않고, 언론에 의지해 자기를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군민에게 말을 듣고, 함께하는 사람이다. 그런 군수 가 있던 시절, 하동에는 웃음이 있었고, 가능성이 있었고, 사람 사이에 온기가 있었다.

이제는 군민의 선택이 중요하다. 다시금 하동을 일으킬 사 람은 누구인가? 외양보다 내용, 사진보다 실천, 구호보다 숫자로 증명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 군정은 군민의 삶을 살찌우는 것이지, 권력을 치장하는 무대가 아니다.

우리는 이제 지켜보는 군민이 아니라, 선택하는 주권자다. 다음 선거에서 하동의 뿌리를 다시 세울 수 있는 일꾼을 찾자. 진심을 가진 군수, 하동을 품에 안고 함께 걸을 사람 을 찾자.

그날, 다시 하동은 꽃피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군 수를 뽑은 지혜로운 군민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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