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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하동시장 누구의 책임인가? … 인과를 따지면 해법이 나온다

박기봉 하동시장번영회장
  • 2026.03.24     제 44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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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하동시장 누구의 책임인가? … 인과를 따지면 해법이 나온다 


박기봉

하동시장번영회장


전통시장은 단순한 상업공간이 아니다. 그 지역의 역사이고, 주 민의 삶이며, 공동체의 체온이 다. 그럼에도 오늘의 하동시장은 활기를 잃은 채 갈등과 불신 속 에 서 있다. 과연 이 책임은 누구 에게 있는가?

하동시장의 오늘을 두고 서로에 게 손가락질하는 일은 쉽다. 그 러나 감정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 과 인과관계로 따져본다면, 책임 의 구조와 해법의 방향은 보다 분명해진다.

1. 1977년의 약속과 미완의 정리

1977년 2월 25일 하동시장 현대화사업 준공식에서 경 남도지사 조병규, 국회의원 이수종, 하동군수 허순도는 추후 개인 불하에 대한 구두 약속을 했다.

그러나 당시 토지소유권은 필지별로 상이했으며, 지적 또한 정리되지 않아 즉시 불하가 불가능했다. 문제의 씨앗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약속은 있었으나 제도적 정리는 미완”인 상태가 수십 년간 지속되었다는 점이다. 행정은 구조적 문제를 근본 적으로 해결하지 못했고, 그 공백 속에서 시장은 관행 과 묵시적 승인 위에 운영되어 왔다.

행정은 일관성과 신뢰를 생명으로 한다. 그러나 그동안 의 정책은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고, 필요에 따라 해석 을 달리하며, 책임은 뒤로 미루는 모습을 반복해 왔다. 과거에는 사용자 변경을 사실상 묵인하거나 방관하다 가, 이제 와서는 이를 문제 삼는 식의 태도는 공공의 신 뢰를 훼손한다.

행정이 법과 원칙을 말하려면, 먼저 스스로의 행정 연 속성과 신뢰보호 원칙을 돌아봐야 한다. 수십 년간 형 성된 관행과 행정지도, 그리고 암묵적 승인 속에서 이 루어진 상인들의 거래와 투자에 대해 일방적으로 “없던 일”로 치부하는 것은 책임 있는 공권력의 자세라 보 기 어렵다.

2. 관행 (공매, 양도양수)

하동시장의 현대화 사업은 상인들이 직접 건축비를 부 담하며 참여했고, 그 과정에서 사실상 재산적 권리를 형성해 왔다. 또한 늘어난 점포는 공매 형식으로 인근 점포의 상인이 취득했으며, 한때는 개인 간 거래를 통 한 사용자 변경도 가능했다.

따라서 4백여 칸의 점포는 단순한 사용 허가 공간이 아 닌 지역 상권의 실질적 경제 기반이었고, 수십 년간 형 성된 거래 관행과 투자, 그리고 행정의 묵인은 상인들 에게 신뢰이익과 생활재산권에 준하는 기대권을 형성 시켰다.

이를 하루아침에 “불법” 또는 “단순 점유”로 규정하고 일괄 정리 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역사적 연속성을 부 정하는 일이다.

3. 민선 7기와 8기의 엇갈린 정책

민선 7기는 시장 대지 109필지 중 기획재정부 소유 30 필지를 매입하여 상인에게 토지 불하를 준비했었다. 이 는 과거 약속을 제도적으로 정리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민선 8기는 청춘마켓 공모사업비로 회수한 점 포를 활용해 청춘마켓 8개 점, 파크스크린골프장 1개 소(4칸), 키즈카페 1개소(10칸), 휴게소 2개소를 조성 했다.

결과적으로 예산 낭비는 물론, 기존 상권 질서와 충돌 하며 내부 갈등을 키웠다. 또한 시장 재개발을 추진한 다면서도, 영업보상비 명목의 추경예산 30억 원이 군의 회에서 전액 삭감되었다는 핑계로 사업을 멈추는 모습 은 정책에 대한 의지와 일관성의 빈틈을 보여주었다. 계획만 앞세우고 실행을 미뤘으며, 정비를 말하면서 구 조를 흔들었다. 이 역시 현재 혼란의 중요한 원인이다.

4. 압류 점포와 휴업 점포 문제

현재 사용자 11명의 27칸 점포 중, 매ㅇ상회 7칸은 지 난 해 8월 행정대집행이 단행되었고, 나머지 20칸은 여 전히 압류 상태에 있다. 또한 청춘마켓으로 임대한 8개 점포 중 일부도 휴업 중이다.

이 문제를 방치한 채 거시적 재개발만 논하는 것은 순 서가 뒤바뀐 접근이다. 현존 분쟁의 해소가 선행되어야 시장의 신뢰가 회복된다.

5. 제도와 현실의 괴리

사용자가 사망해야만 승계가 가능하거나 병가나 휴가 로 장기간(3개월 이상) 휴업이 불가능하고, 동일인에 대하여 10년 이상 장기 임대가 불가한 법규는 현실과 괴리된 제도이다. 영업은 생업이며, 생업은 연속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용기간 10년 만료시라도 직계에 한하여 승계 가 가능하고, 시장 내 요식업자의 점포 확장을 위한 합 리적인 사용자 변경의 제도화는 시장 기능을 살리는 최 소한의 장치다.

6. 번영회 지원의 필요성

번영회는 행정과 상인 간 소통의 창구다. 그러나 사무 국 운영비조차 부족한 현실에서 실질적 조정 역할을 기 대하기 어렵다. 사무국 인건비 보조는 특혜가 아니라 행정 비용을 절감하는 투자이다. 갈등을 사전에 조정하 는 것이 사후 집행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7. 그렇다면 누구의 책임인가?

시장이 침체된 원인을 상인의 무능이나 갈등 탓으로 돌 리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시장 활성화 정책이 이 벤트성 예산 집행에 치우치고, 구조적 문제 해결 대신 단기 성과 위주로 흘러온 점은 없었는지 자문해야 한 다. 행정과 상인이 따로 가는 정책, 소통 없는 결정, 사 후 통보식 행정은 시장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왔다.

하동시장의 오늘은 어느 한쪽만의 책임이라 단정할 수 는 없지만, 더 큰 책임은 권한과 결정권을 가진 행정에 있다. 권한이 큰 만큼 책임도 무겁기 때문이다. 역사적 약속을 제도화하지 못하고, 정책의 일관성 또한 없이 방향을 수시로 전환한 행정에 그 책임이 있다 하겠다. 그러나 상인 역시 내부 단결과 자치 역량을 충분히 보 여주었는지 자문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오늘의 모습은 행정의 미완의 정리와 정책 혼선, 그리고 상인의 제도 개선 요구가 제때 반영되지 못한 구조적 결과다.

8. 해법은 무엇인가?

일방적 집행이나 행정편의적 정리가 아니라, 합리적 보 상과 단계적 정비, 그리고 상인 자치의 회복이 해법이 다. 시장은 행정의 소유물이 아니다. 시장은 상인과 군 민의 삶이다.

하동시장의 현 모습이 누구의 책임인가를 묻는 질문 은 결국, 앞으로 누구의 책임으로 바로 세울 것인가라 는 질문과 같다.

지금이라도 행정은 겸허히 과거를 돌아보고, 상인은 단 일대오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책임을 따지는 데 머 무를 것인가, 아니면 책임을 나누어질 것인가. 하동시 장의 내일은 다음의 선택에 달려 있다.

첫째, 1977년 약속의 제도적 정리를 위한 로드맵을 수 립하여야 한다.

둘째, 압류 및 휴업 점포를 적절한 보상을 통하여 우선 해결하고, 직계 승계 및 사용자 변경 제도의 개선을 통 하여 영업의 의지가 있는 사용자의 점포 확장 및 양도 양수를 합리화 하여야 한다.

셋째, 번영회 사무국 운영비를 우선 지원하고 재개발 추진 시 건축비와 영업보상을 위한 예산의 확정적 확 보가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정리다. 과거를 인정 하고, 현재를 수습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용기. 그 용기 가 없다면, 시장은 또다시 같은 질문을 반복할 것이다.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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