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남해의 기본소득과 하동의 불안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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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남해의 기본소득과 하동의 불안

현금의 달콤함, 지역의 미래는 어디로 가는가


남해군이 올해 2월부터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하기 시작 했다. 겉으로는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대담한 실험처럼 보 인다. 그러나 정책은 단지 선의(善意)로 평가되지 않는다. 그 구조가 무엇을 잠식하고, 무엇을 왜곡하며, 무엇을 남기 는지를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

남해군 인구를 4만 명으로 가정하면 1인당 월 15만 원 지 급 시 한 달에 60억 원, 1년이면 720억 원이 소요된다. 국비 와 도비가 포함된다고 하지만, 그 돈이 새로 생겨나는 것 은 아니다. 국비 40%, 도비와 군비 60% 구조라면 결국 지 방 재정이 감당해야 할 몫은 연간 4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군비만 따져도 200억 원대다.

이 돈은 어디선가 줄어들어야 한다. 복지든, 보조금이든, 산업 기반 사업이든, 도로·의료·교육 인프라든, 재정은 결 국 선택의 문제다. 무언가를 더하면 다른 무언가는 줄어 든다. 

더구나 국비와 도비가 포함된다고 해서 남해군으로 내려 오는 전체 국비와 도비가 새로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중 앙과 도의 재정 역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농어촌 기본 소득에 투입되는 국비와 도비는 남해군에 투입되는 다른 지역 사업이나 다른 정책 분야에서 빠져나온 재원일 가능 성이 크다. 

결국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다른 농어촌 사업·복지 사업·지 역 개발 사업의 몫이 줄어드는 구조가 된다. 현금이 하늘 에서 떨어지지 않는 한, 기본소득은 결국 다른 분야의 기 회를 잠식하는 재정 재배분 정책일 뿐이다.

포퓰리즘의 유혹, 마중물의 환상

농어촌 기본소득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서 출발했다. 좌파 진영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보편적 현금 지급 철학이 농어촌 정책으로 구현된 것이다. 주민에게 직접 돈을 주면 소비가 늘고 지역이 살아난다는 논리다.

그러나 마중물은 본 물이 터질 구조가 있을 때 의미가 있 다. 일자리도, 산업 기반도, 교육·의료 여건도 변하지 않은 채 현금만 주입하면, 소비는 일시적으로 늘어날 수 있어 도 지역의 체질은 바뀌지 않는다. 마중물이 아니라 수혈 에 가깝다. 수혈은 잠시 숨을 붙여줄 수 있지만, 근본 치료 는 아니다.

이 정책이 전국으로 확대된다면 연간 수조 원 단위의 재정 이 필요하다. 한정된 재정을 반복적 현금 지급에 묶어두는 순간, 국가는 점점 투자 여력을 잃는다. 분배는 필요하지 만, 기반 없는 분배는 결국 미래를 당겨 쓰는 일이다. 달콤 한 정책일수록 계산서는 뒤늦게 찾아온다.

“차라리 현금이 낫다”는 위험한 심리

하동에서도 이 제도를 부러워하는 시선이 있다. 이유는 단 순하다. 민선 8기 쓸데없는 예산 낭비를 보느니 차라리 주 민에게 현금으로 나눠주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생각이다. 끊임없는 수목 식재, 실효성 논란이 따르는 키즈카페와 만 화카페 사업, 하동공원 엘리베이터, 과도한 청년주택 사업 비, 철길 평탄화 등 논쟁적 사업을 보며 주민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정책 신뢰가 무너지면 주민은 이렇게 말한다. “그 돈, 그냥 우리에게 줘라.”

그러나 이것은 해결이 아니라 체념이다. 낭비를 바로잡는 것이 정답이지, 현금으로 돌리는 것이 대안은 아니다. 지자체의 발전은 투자와 산업 기반 확충, 기업 유치, 교통과 교육 인프라 강화에서 나온다. 현금 지급은 구조 개혁을 대신할 수 없다. 오히려 정치적 인기를 얻기 쉬운 분배 정 책이 투자 정책을 밀어내는 순간, 지자체는 점점 자립 능 력을 잃는다.

현금은 체감이 빠르다. 그러나 발전은 느리고 고통스럽다. 지방이 현금 정책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재정은 경직되고,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커진다. 지역을 살리겠다 던 정책이 오히려 지역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역설이 벌어 질 수 있다.

남해의 실험은 단지 한 군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이 투자 대신 분배로 방향을 틀기 시작할 때, 그것은 발전의 길이 아니라 베네수엘라로 가는 퇴행의 길이 될 수 있다.

현금은 달콤하다.

그러나 달콤함이 곧 미래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