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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장에게만 가혹한 잣대”라는 이름의 정치 … 횡천면 사태가 던진 경고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 2026.02.10     제 41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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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에게만 가혹한 잣대”라는 이름의 정치

… 횡천면 사태가 던진 경고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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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중립’의 칼날은 왜 늘 아래로만 향하나


정치 중립은 민주주의의 공기다. 그러나 공기가 오염되 면 사람은 숨을 쉬지 못한다. 최근 횡천면에서 불거진 이 장협의회 회장 관련 사태는, 중립의 원칙이 공정한 기준 이 아니라 선별적 단속의 명분으로 전락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정명채 횡천면 이장협의회 회장은 지방선거 하동군수 출마를 준비 중인 김현수 예 비후보자의 공개 밴드로 초대 문자를 받은 뒤 이를 지인 약 35명에게 문자를 전달한 것으로 고발을 받아 선관위 조사를 받았다. 해당 문자는 이미 개설된 공개 밴드 참여 를 안내하는 성격이었고, 특정 후보 지지나 투표를 요청하는 선거운동 문구는 없었다. 하동군 선거관리위원회는 조사 후 ‘공직선거 법 준수 촉구’ 문서를 발송했으며, 이는 경고·주의 차원의 행정 안내였던 것으 로 확인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 다. 선관위 절차가 종료된 이후, 횡천면 면장이 수 차 당사자를 직접 만나 이장 협의회 회장직 사퇴를 권유했다. 더 나 아가 면정보고회 자리에는 군수가 직 접 참석해 다수 주민이 모인 공개 석상 에서 해당 이장의 해임 가능성과 해임 권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는 사실상 공개적 압박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이와 별개 로 하동읍 이장협의회 회장 정경훈 역 시 유사한 면박을 당했다고 진술한다. 이는 정치 중립이 아니라 정치적 위력 행사라 할 수 있다.


선거법은 ‘입막음’ 도구가 아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최소한의 안전 장치다. 이장과 같은 지역 단위 직책에 선거운동 제한이 존재하는 이유는 마 을 공동체 안에서 이들의 말이나 연락 이 주민들에게 일정한 영향으로 받아 들여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법은 이 힘의 불균형을 조정하라고 존 재한다.


그러나 지금 횡천면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전혀 다른 차원이다. 선관위가 사실관계를 살핀 끝에 ‘경고·주의’ 수준으로 정리한 사안을, 행정 권력이 다시 끄집어내어 사퇴 압박과 자격 논란으로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선거의 공정을 지키는 행위가 아니라, 선거법을 방패 삼 아 사람을 찍어내는 방식에 가깝다.

법치란 법의 이름으로 공포를 확산시키는 것이 아니다. 경미한 위반까지 ‘목을 치는’ 잣대로 둔갑시키는 순간, 법 은 질서의 기준이 아니라 복종을 강요하는 도구가 된다. 그렇게 되면 남는 것은 자발적 중립이 아니라 침묵뿐이 다. 법은 시민을 길들이기 위한 몽둥이가 아니라, 권력과 시민 모두를 구속하는 규범이어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사퇴 압박이 법률 위반 소지, 나 아가 직권남용의 경계선에 서 있다는 점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 권한은 선관위에 있고, 그 판 단이 이미 경고·주의로 종결되었다면 행정 권력은 이를 존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수가 자신의 예하 공무원(면장)을 통해 사퇴를 종용하거나, 자격 문제를 거 론하며 압박을 가했다면 이는 법이 부여하지 않은 권한 을 행사한 것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형법상 직권남용은 공권력을 사적·정치적 목적에 사용 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특정 이 장에게만 반복적으로 ‘정치 중립’을 문제 삼고 공개적으 로 거취를 거론했다면 이는 권한을 이용한 위력 행사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며 정치 적 압박을 가하는 순간, 그 자체가 가장 노골적인 정치 행위가 된다.


‘하동군 이장 임명 규칙’ 개정—원칙 강화인가, 판정 바꾸기인가


하동군은 최근 「하동군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 규칙안을 통해, 이장이 공직선거법 또는 정치자금 법을 위반한 ‘사실’만 있을 경우, 직권으로 교체할 수 있 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고, 공포한 날부터 시행에 들어 간 것으로 확인된다. 형식상으로는 ‘정치적 중립 강화’와 ‘기강 확립’을 내세우고 있지만, 시점과 적용 대상만 놓고 보더라도 군민들의 의문은 자연스럽게 커질 수밖에 없 다. 왜 하필 지금이며, 왜 수많은 지역 직책 가운데 이장 만을 대상으로 삼는가라는가 하는 질문이다. 특히 횡천 면 사태가 불거진 시점에서 이 규칙 개정은 더욱 예민하 게 읽힐 수밖에 없다. 더구나 최근 군수 본인 역시 선관 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일한 잣대가 적용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경고·주의 수준의 사안을 곧바로 ‘자격 배제’로 연결한다면, 그 기준

은 이장에게만 엄격하게 작동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피하기 어렵다. 군민의 눈높이에서 이 문제를 풀어보면 훨씬 단순해진 다. 이미 선관위가 사실관계를 조사해 ‘공직선거법 준수 촉구’ 통보로 종결한 사안은, 법 위반 사실이 확정되지 않았고 처벌이나 수사로 이어지지 않은 경우다. 사회적· 법적으로도 잘못의 경중이 낮다고 판단된 사안에 해당 한다. 그런데 행정이 규칙을 바꿔 이러한 사안까지 일괄 적으로 ‘이장이 될 수 없는 사유’로 묶는다면, 이는 잘못 의 크기와 무관하게 곧바로 퇴장을 명령하는 것과 다르 지 않다.

법과 규칙은 행정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 식과 비례의 원칙 위에 서야 한다. 고의적이고 중대한 위 반과 단순 실수는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한데 묶어 결격 사유로 만들어 버린다면, 규칙 은 공정한 기준이 아니라 특정 상황에 맞춰 던져진 그물 로 오해받기 쉽다.

압박과 단속의 일상화가 남기는 것

사퇴 압박 국면과 맞물려 해당 이장이 운영하는 재첩 가 공 공장에 불시 위생 점검이 이뤄졌다는 진술 역시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장 측 주장에 따르면, 이러 한 점검이 사퇴 권유가 이어진 시점과 맞물려 진행돼 행 정 권한 행사의 맥락을 둘러싼 의혹을 키우고 있다. 물론 행정에는 위생 점검을 실시할 권한이 있으므로 이를 문 제 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언제, 누구에게, 어 떤 방식으로 집행되었는가다. 정치적 갈등이나 사퇴 압 박이 불거진 직후, 그 당사자를 향해 불시 점검이 이뤄졌 다면 행정은 스스로 불필요한 의심을 초래한 셈이 된다. 공정한 행정이라면 권한 행사 그 자체보다도 절차의 투 명성과 집행의 일관성으로 신뢰를 증명해야 한다. 평소 에는 거의 이루어지 않던 점검이 특정 시점, 특정 인물 에게 집중된다면 군민들은 이를 우연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행정은 ‘우리는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행정의 신뢰는 말이 아니라 맥락에서 무 너진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방식이 반복될 경우 남기는 후유증이 다. 행정 권한이 언제든 불시 점검과 단속의 형태로 돌아 올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 이장들은 주민을 대표해 목 소리를 내기보다 먼저 눈치를 보게 된다. 그렇게 되면 마 을의 갈등은 조정되지 않고, 민원은 행정에 전달되지 않 으며, 지역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장을 ‘말 잘 듣는 사람’으로 길들이는 순간, 이장은 주 민 대표가 아니라 행정의 하부기관으로 전락한다. 그때 지방자치는 이름만 남고, 실제로는 침묵과 복종 위에 세워진 껍데기만 남게 된다.


중립을 말하려면, 권력부터 중립하라


정치 중립은 약자를 단속하는 쉬운 구호가 아니다. 권력 이 스스로를 절제하는 가장 어려운 윤리다. 군수가 진 정 정치 중립을 말하려면, 특정 인사를 겨냥한 압박 의 혹부터 투명하게 해명해야 한다. 규칙 개정은 표적화의 도구가 아니라 공동체 상식과 비례성 위에서 다시 설계 돼야 한다.

군정은 군수의 것이 아니라 군민의 삶이다. 권력이 법을 원칙이 아닌 무기로 쓰는 순간, 자치는 통치로 변질된다. 그리고 그 끝은 늘 같다. 침묵과 분열, 그리고 쇠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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