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횡천면 이장 전원 사표”… 하동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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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횡천면 이장 전원 사표”… 하동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횡천에서 시작된 파문… 그러나 이것은 한 면(面)의 문제가 아니다


‘공직선거법 준수 촉구’ 한 장에서 시작된 균열

출발은 단순했다. 횡천면 이장협의회 회장 정명채 이장 이 군수 출마 예정자인 김현수 전 경남대외협력특보가 개설한 공개 밴드의 URL을 지인 35명에게 전달한 것이 발단이었다. 메시지의 내용은 특정 후보에게 투표해 달 라는 권유도, 조직적 선거운동도 아니었다. ‘동네 후배가 밴드를 만들었다’는 취지의 안내에 가까웠고,  반복적 선 거운동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

선관위 역시 이를 중대한 위반으로 보지 않았다. 형사 고 발이나 과태료 부과가 아닌 단지 ‘공직선거법 준수 촉구’ 통지에 그쳤다. 

이는 위반 확정도, 처벌도 아니다. 향후 유사한 오해 소지 가 있는 행위를 삼가라는 사전적 안내 조치에 가깝다. 선 거운동의 고의성과 적극성, 영향력 등을 종합해 보았을 때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 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장은 「지방자치법」상 공무원이 아니라 주민 자치적 성격을 띤 위촉직에 가깝다. 헌법이 직접 규율하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와 동일 선상에 놓고 해석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서도 법리적 논쟁의 여 지가 있다. 정명채 회장 측은 이러한 법적 신분과 행위의 성격을 근거로, ‘공직선거법 준수 촉구’ 자체가 과도한 판 단이라는 취지의 이의 신청을 선관위에 제기한 상태다. 즉, 이 사안은 이미 단정된 결론이 아니라, 법 해석을 둘 러싼 다툼의 영역에 놓여 있는 문제다.

그러나 사태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선관위 절차가 사실상 종결된 이후 상황은 오히려 더 거 칠어졌다. 횡천면장을 통한 사퇴 권유가 이어졌고, 하승 철 군수는 군정보고회라는 공식 석상에서 ‘정명채 이장 의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임 가능성 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법적 판단은 ‘준수 촉구’에서 멈췄는데, 행정적 판단은 한 단계, 두 단계 더 나아갔다. 이후 ‘이장 임명에 관한 규칙’ 개정 논의가 속도를 냈고, 위반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 서도 직권 교체가 가능하도록 문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적 장치가 정비되었다. 

특정 사안을 계기로 규칙이 바뀌고, 그 규칙이 다시 당사자에게 적용되는 흐름은 많은 군민에게 석연치 않은 인 상을 남겼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말 문제의 본질이 문자 한 통이었는가.

아니면 그 한 통의 문자를 빌미로 권력이 행사된 방식, 즉 경고를 넘어 압박으로, 절차를 넘어 결과로 직행한 태도 가 더 큰 문제였던 것은 아닌가.

횡천면 18개 마을 이장이 동시에 사표를 던진 현실은 우 발적 감정의 폭발로 설명될 수 없다. 이는 본건의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일방성과 과도함에 대한 집단적 항의 에 가깝다. 침묵을 택할 수도 있었던 이장들이 집단 사퇴 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동안 누적되 어 온 불신과 위축, 그리고 말하기 어려웠던 분위기가 임 계점을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확정되지 않은 의혹과 위험한 단정

사태는 자녀의 기초생활수급 의혹 보도로까지 번졌다. 그러나 이는 경남뉴스의 2026년 2월 13일자 보도에 따르 면, 하동군 주민행복과(행정복지과) 관계자가 “현재 조 사 진행 중인 사안이며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힌 내용이다. 행정 내부에서도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점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확정되지 않은 사안을 기정사실처럼 다루는 것은 극도로 신중해야 할 문제다. 특히 복지 정보는 법적으로 보호받 아야 할 민감한 개인정보다. 

그럼에도 해당 사안은 일부 언론 보도에 그치지 않고, 군 수가 단체 대화방에서 ‘부정수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 며 마치 확정된 사실인 것처럼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그 러나 앞서 확인된 바와 같이 행정 내부에서도 ‘조사 중’이 라는 입장이 공식적으로 존재했다.

형법 제307조는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타인의 명예를 훼 손할 경우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허위 사실 일 경우에는 그 책임이 더욱 무겁다. 아직 확정되지 않 은 사안을 공개된 공간에서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행위 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또는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에 해 당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 공 직자가 이러한 경계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발언한 다면, 그 자체로 신중함을 결여한 처신이라는 비판을 피 하기 어렵다.

아울러 군수가 단체 대화방에서 정명채 전 이장에 대해 ‘2025년부터 반복적 선거운동’, ‘수차례 경고’, ‘문자 발각’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 역시 당사자 측의 주장과는 전면적으로 배치된다. 이러한 내용이 객관적 증거 없이 반복 적으로 유포될 경우, 이는 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 키는 행위로서 형법상 명예훼손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가 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공적 지위에 있는 자의 발언 은 일반인의 발언보다 훨씬 큰 파급력을 갖는다는 점에 서, 그 법적·윤리적 책임은 더욱 무겁다.

조사가 끝나기 전에 낙인이 먼저 찍히고, 절차보다 공개 적 단정이 앞서는 구조라면 그것은 건강한 자치의 모습 이 아니다. 공권력은 강하다. 그러나 강하다는 이유만으 로 항상 정당한 것은 아니다. 힘이 클수록 절제는 더 엄 격해야 한다.

횡천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동 전체의 문제다

이장은 단순한 행정 전달자가 아니다. 마을의 가장 낮 은 자리에서 주민과 행정을 잇는 연결 고리다. 복지 서 류를 챙기고, 어르신의 안부를 살피고, 동네 갈등을 중재 하는 존재다.

그런 이장 18명이 한날한시에 사표를 던졌다. 이것은 개 인적 감정의 폭발이 아니다. “이 방식의 군정에 더 이상 동의할 수 없다”는 집단적 선언이다. 더 나아가 이들은 성명을 통해 하승철 군수가 사퇴할 때까지 투쟁하겠다 고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이는 단순한 항의가 아니라, 군 정 운영 방식에 대한 전면적 문제 제기이자 정치적 책임 을 묻겠다는 분명한 의사표시다.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이 횡천면 하나의 문제로 끝나지 않 는다는 점이다. 다른 읍·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다. 오늘 횡천에서 벌어진 일이 내일 또 다른 지역에서 반 복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지방자치는 제도로만 유지되지 않는다. 신뢰 위에 서 있 다. 신뢰가 무너지면 직위는 남아도 역할은 사라진다. 횡천면 이장단의 전원 사표는 하동 전체를 향한 경고다. 이를 특정 지역의 일로 축소할 것인가, 아니면 군정의 방 향을 다시 묻는 계기로 삼을 것인가.

하동은 갈등의 실험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권력은 위에서 행사될 수 있지만, 정당성은 아래에서 올 라온다.

횡천면 이장단의 전원 사표는 끝이 아니다. 하동 군정 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묻는, 무겁고도 분명한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