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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예쁜 하동 만들기’ 실상 - 꽃으로 가린 무능과 독선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     제 25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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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예쁜 하동 만들기’ 실상 - 꽃으로 가린 무능과 독선


군민 삶 외면한 '예쁜 하동'


‘예쁜 하동 만들기’라는 말은 그 자체로는 따뜻하고 긍 정적인 이미지다. 그러나 민선 8기 하동군이 내세운 이 구호 아래 벌어진 각종 사업들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군 민의 삶을 위한 행정이었는지, 아니면 군수 개인의 치적 을 포장하기 위한 전시행정이었는지 되묻게 된다. 

거리마다 놓인 화분, 중앙분리대에 심긴 나무, 군청 앞 정원, 구 철길 평탄화와 카페거리 계획까지—이 모든 것 이 정말로 하동의 미래를 위한 설계였는가?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하동은 지난 10년간 인구가 1만 명 이상 줄어들었고, 고령화와 청년 유출이 심각한 지역이다. 도시는 늙고, 거리는 텅 비었다. 군민들이 원 하는 것은 화초가 아니라 일자리이고, 군민이 그리워하 는 것은 꽃길이 아니라 좋은 의료시설이다. 그런데 군은 꽃과 나무로 거리를 장식하면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사람 없는 거리 위에 깔린 꽃길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게다가 하동군의 조경사업은 계층 간 차별 문제도 야기 하고 있다. 장애인과 노약자, 보행 약자를 전혀 고려하 지 않은 설계는, 군민 전체가 아닌 일부를 위한 행정이 라는 의구심을 키운다. 이러한 행정 편향은 단순한 미 관 논쟁을 넘어서 공공의 가치와 인권이라는 본질적 문 제를 드러낸다.

조경 자원의 '빼가기' — 전임 흔적 지우기인가

하동군은 기존 조경 자원을 뽑아다가 다른 곳에 옮겨 심 는 방식으로 예산을 아끼는 척하면서 실상은 전임 군정 의 성과를 지우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송림공원에 있 던 조경석(일명 꽃돌) 2점을 옛 터미널 앞 로터리로 옮 긴 일이다. 이 로터리는 전임 윤상기 군수 시절 지역 건 설업체가 기증한 은목수로 꾸며져 군민들에게 ‘모범적 인 거리 조경’으로 인식되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민선 8기 들어 은목서가 고사하고 방치되더니, 송림공원에서 가져온 돌로 다시 조경을 ‘리뉴얼’하는 식 의 무리한 재배치가 이뤄졌다. 그 돌은 '오순도순 바위' 라는 이름까지 붙여졌지만, 정작 군민들의 불편과 혼란 만 더해졌다는 반응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 공모사업으로 조성된 ‘이화명품거리’ 구간—하동읍 만지 일대 커피숍 앞에 심겨 있던 수령 깊 은 팽나무와 소나무 역시 군청 뒤편 ‘군민정원’ 조성에 쓰기 위해 이전됐다. 이러한 조치는 단순한 자원의 효율 적 재배치가 아니라, 조경 자산을 해체하고, 전임 행정 의 흔적을 제거하는 상징적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던 나무와 바위들이 군수의 포토존 을 위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현실. 이것이 과연 정상 이란 말인가?

군수가 바뀔 때마다 이미 잘 조성된 시설을 허물고 다 시 새로 만드는 방식은 행정의 지속성과 공공성을 해치 는 대표적 사례다. 국가 예산은 물론, 군민 세금으로 조 성된 공공시설은 군수 개인의 취향에 따라 바뀌어서는 안 된다.

하동공원 엘리베이터 육교 — 누구도 찾지 않는 곳에 구조물 세우기

송림공원과 하동공원을 잇는 국도 19호선 위의 육교는 하동군 행정의 낭비성과 비효율성을 적나라하게 드러 내는 사례다. 이 육교는 민선 6기 조유행 군수 시절 경 사로 형태로 설치됐으나, 이용률은 극히 저조했고 흉물 처럼 방치됐다. 

윤상기 전임 군수의 민선 7기에서는 철거 논의까지 있 었지만, 당시 군민들 사이에서 '설치된 지 얼마 되지 않 은 시설을 다시 철거하는 것은 또 다른 예산 낭비'라는 반발과 '차라리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여론, 그리고 전임 군수의 업적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 차원이 라는 점 등이 고려되어 보류되었지만, 결국 현 민선 8기 는 이 시설을 철거한 뒤, 다시 엘리베이터와 경사 계단 이 결합된 새로운 육교를 짓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그 육교를 사용할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 이다. 송림공원은 관광객이 찾지만, 그 육교를 넘어 하 동공원까지 가는 이들은 거의 없다. 결국 거액의 예산을 투입한 구조물이 또 하나의 흉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이 모든 것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질문이 던져지는 이유다.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도 이 사업은 심각한 문제를 안 고 있다. 엘리베이터의 유지·보수 비용, 계단의 안전 점 검, 조명과 CCTV 등의 관리 비용을 고려하면, 매년 막 대한 군 예산이 소모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럴 바에 는 도심 중심부에 부족한 주차장 확보나 의료시설 인 프라 개선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백번 현명한 선택 일 것이다.

정체불명의 정원들 — '예쁜'이라는 이름의 조잡함 군청 뒤편과 보건소 앞에 조성 중인 ‘군민정원’은 그 명 칭부터 허구다. 이는 군민의 요청이나 합의 없이, 군의 일방적인 계획과 긴급공고 방식으로 추진된 대표적인 졸속 사업이다. 정원에 쓰일 나무를 확보하기 위해 기 존 조경지를 해체하고, 심지어 개인 주택의 조경수나 과수원 나무까지 ‘기증’ 형식으로 가져오겠다는 계획까지 세운 바 있다. 

수십 년 자란 나무를 인위적으로 옮기면 고사 위험이 크 다는 건 기본 상식이다. 그럼에도 군은 보여주기식 조 경을 위해 강행했고, 이 사업에만 수십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더구나 하동은 본디 산과 강, 들판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지역이다. 사방천지가 정원인 이곳에 굳이 ‘중앙정원’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한 현안이었는 가? 이름만 ‘군민정원’이지 실상은 군수정원이자 전시 정원일 뿐이다. 일부 군민들은 정원의 위치나 구조에 대 해 "군청 홍보 영상의 배경으로만 쓰일 것이다"라는 비 아냥까지 하고 있다.

심지어 이 정원 조성 사업은 긴급공고라는 비정상적인 행정 절차로 추진되었다. 긴급공고는 통상 재난 대응 등 시급한 상황에만 적용되는데, 이 정원이 과연 그런 사안 이었는가? 정당한 공론화나 의회 보고 없이 밀어붙였다 면 이 사업은 절차적 정당성마저 결여된 것일 것이다.

화단인가 식물원인가 — 과잉 조경이 만든 피로감 하동읍 거리의 화분과 쌈지공원은 단순하고 아름다운 도시 조경이 아니라 식물 백화점 같은 혼란을 안긴다. 화분마다 서로 다른 크기, 수종, 높이의 식물이 혼식되 어 있으며, 양치식물과 잡초류까지 섞여 있어 통일성이 전혀 없다. 삼색 버드나무, 교목, 관목이 섞여 난잡함만 더하고 있다. 

이런 식물은 계절에 따라 고사하기 때문에 해마다 교체 비용이 들어간다. 예산 낭비는 물론, 도심 경관의 정체 성도 실종됐다. 도심 조경은 단순함과 통일성, 그리고 유지관리의 효율성을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하동 은 그 모든 원칙이 깨졌다. 더불어 기존의 중심 상권이 쇠락해가는 가운데, 도시의 핵심 경관으로 기능할 만한 계획적 거리 설계 없이 무작위 조경이 덧붙여져 오히려 낡은 외벽을 더 낡게 보이게 하는 역효과까지 내고 있 다. 관광객도, 주민도 도심의 정체성을 잃은 혼란스러운 식생 앞에서 정착할 이유를 잃어가고 있다.

중앙분리대와 보행권 침해 — 법 위의 행정

구 터미널에서 구 하동역까지의 중앙분리대 화단도 과 거 영산홍과 홍가시만으로 깔끔하게 유지되던 것을 해 체하고, 녹차나무, 화살나무, 삼색버들, 단풍나무까지 마 구 뒤섞어 심었다. 도로 위에 식물원이라도 만들 작정 이었던 것일까? 특히 녹차나무는 심근성 작물로 도로변 조경에 부적합하고, 지속적인 고사와 보식이 발생해 관리 비용만 치솟고 있다. 이는 하동의 대표 이미지인 녹 차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군청 입구에서 신촌마을 구간에 이르는 보도 위 가 로수 식재 사업은 더 심각하다. 원래도 좁은 인도에 나 무를 추가로 심어 보행로가 거의 잠식 당했다. 유모차나 휠체어는 물론, 성인 한 명조차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 도로 인도가 좁아졌다. 일부 구간에서는 점자블록을 가 로막고 있어 장애인의 통행권을 침해하고 있다. 

이는 도로법과 장애인복지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사 항이다. 법도 무시하고 사람도 무시하는 행정, 꽃이 사 람을 이길 수는 없다.

진짜 예쁜 하동을 위한 제언

유럽 도시들이 예쁜 이유는 꽃을 많이 심어서가 아니라 건물, 거리, 사람의 삶이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하동 읍에는 아직도 70~80년 된 낡은 건물과 빈 점포가 즐비 하고, 도심 활성화는커녕 사람이 떠나는 현실이다. 

꽃을 심어 도시가 예뻐진다는 건 착각이다. 정작 군민이 원하는 건 좋은 의료시설이고, 취업할 일자리이며, 젊은 이들이 돌아올 수 있는 삶의 기반이다. 행정이 해야 할 일은 꽃이 아니라 삶을 심는 일이다.

정말로 예쁜 하동을 만들고 싶다면, 기업을 유치하고 청 년이 돌아올 수 있는 교육과 일자리, 주거 인프라를 만 들어야 한다. 노인 인구가 많은 하동의 현실에서 응급 의료 체계와 생활 복지 시스템 강화가 우선시되어야 하 지 않겠는가? 군청 앞 정원에서 사진 찍는 것으로 행정 이 끝나서는 안 된다.

예쁜 껍데기로 포장된 하동, 그러나 그 속은 낡고 삭고 있다. 진정한 예쁜 하동은, 군민이 자유롭게 걷고, 웃고, 살아가는 도시다. 꽃은 그 결과이지 수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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