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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예쁜 거리, 썩은 속살 — 하동군 행정의 민낯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     제 23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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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거리, 썩은 속살 — 하동군 행정의 민낯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민선 8기 하승철 하동군수가 추진하는 '컴팩트 매력도 시'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들은 하나같이 겉만 번지르 르하다. 

하동읍 중심가를 꽃과 나무로 치장하는 '예쁜 거리 만 들기', 군청 앞에 거대한 정원을 꾸미는 '군민정원' 조성, 옛 철길을 평탄화해 카페거리와 공원을 만드는 계획, 그리고 하동공설시장을 헐고 주상복합 건물을 올리는 개발까지 거론된다. 

특히 하동군은 인구감소 대응 명목으로 정부에서 160 억 원의 지방소멸 대응기금을 확보했지만, 그 상당 부 분을 이런 ‘정원’과 ‘거리’ 사업에 투입하려 한다는 지적 이 벌써부터 나온다. 듣기에는 그럴듯하지만, 정작 하 동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는 비 판이 나온다.


사람 없는 거리, 꽃길은 누구를 위한 분장인가


하동의 인구는 지난 11년간 20% 넘게 감소하여 2013 년 5만여 명에서 2024년 4만여 명으로 줄었다. 청년층 유출이 심각해 20~30대 젊은이는 손에 꼽을 정도고, 인 구의 상당수가 노년층인 초고령 사회다. 

실제로 하동군 장학재단이 열심히 외지 대학 진학을 지 원한 결과 “대부분이 떠나고 하동에 남은 이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은 아주 제한되어 있다”는 자조 까지 나온다. 한마디로 도시는 늙고 쇠퇴하고 있으며, 거리엔 사람 구경하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거리 경관을 꾸민들 무슨 소용일까? 꽃 길을 깔아놓으면 청년이 돌아오고 관광객이 몰릴까? 인구가 빠져나간 거리에서 '예쁜 거리'란 허상에 불과 하다. 

애당초 하동이 소멸 위기에 놓인 근본 원인은 일자리 부족과  주거·의료·복지  인프라  열악함이다.  하동군 이 2024년 초 실시한 주민 설문조사에서도 생활 인구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일자리 부족”과 “의료시설 부 족”이 가장 많이 지목되었고, 해결을 위한 선결과제로 도 “보건의료 서비스 개선(67%), 양질의 일자리 제공 (56.5%)” 등이 압도적으로 꼽혔다. 

정작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청년이 머무를 일자리와 병 원·복지 시설이지, 거리에 꽃심는 미화사업이 아니다. 인구가 떠나가는 마당에 경관사업에 돈을 쏟아붓는다 고 지역 소멸을 막을 수 없다는 건 자명하다.


낡은 상가에 꽃단장, 썩은 벽에 페인트칠 격


하동읍 중심가는 수십 년 된 낡은 건물들이 다수다. 빈 점포도 적지 않고, 남은 가게들도 활력을 잃은 지 오래 다. 거리만 번지르르하게 조경을 한다고 해서 이런 현 실이 가려질까? 


오래된 상가 건물들은 그대로 두면서 앞길에 화단만 꾸 미는 건 마치 썩은 벽에 페인트칠만 새로 하는 격이다. 실제로 “하동군이 아름다운 거리를 조성한다면서 거액 을 들여 차량 흐름에 방해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정작 군민들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주민의 불만 까지 나오고 있다. 주차 공간을 줄여가며 화초를 심어 놨지만 정작 주민들에게 돌아온 편익은 없고 오히려 불 편만 초래한다는 뜻이다. 

보여주기식 행정의 전형적인 결과다. 겉치레 사업을 벌 여놓고 사후 관리를 하지 않아 예산을 낭비하는 사례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읍 시가지에 조성한 '하동 어린이정원'과 '만남 의 광장'이 대표적이다. 주민 휴식 공간으로 만든다며 돈을 들였지만, 관리 부실로 시설은 여기저기 녹슬고 바닥과 화단엔 잡풀이 무성해진 상태다. 

결국 “거금을 들여 조성해 놓은 공공시설이 부식되고 잡풀만 무성해 흉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 정이다. 애초에 군이 장밋빛 청사진을 내세울 때만 반 짝일 뿐, 정작 완공 후엔 유지보수가 뒷전이라면 예쁜 거리건 정원이건 얼마 못 가 흉물이 되고 만다.


세계 최고 녹지율 하동, '군민정원' 필요한가


하동은 본디 산과 강, 논밭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농촌 으로, 어디를 보나 자연 녹지뿐이다. 산과 숲, 강변 풍경 등 녹색 자원이 차고 넘치는 이곳에 별도로 큰 정원을 만든다고 해서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그런데도 군수는 군청 앞 주차장 부지에 거액의 예산 을 투입해 거대한 '군민정원'을 조성하겠다고 한다. 하 동의 지역적 특색을 담은 거대한 나무들을 옮겨 심고, 군민과 방문객이 찾아오는 정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거액의 세금을 들 일 만한 절박한 사업인지 의문이다. 이미 사방이 산과 공원인데 굳이 군청 앞마당까지 숲으로 만들 필요가 있 을까? 더 이해 안 되는 대목은 이 '군민정원' 사업이 긴 급을 요하는 것처럼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군청은 이 사업을 통상적인 공고 절차가 아닌 '긴급 공 고'로 발주했다. 긴급 공고란 보통 천재지변이나 시급한 재해예방 같은 경우에나 쓰는 방식이다. 

도대체 군민정원이 뭐가 그리 급하다고 예산을 서둘러 집행해야 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러한 무리한 밀어 붙이기 속에 진행되는 정원 사업은 졸속 행정이라는 비 판을 자초하고 있다.

하동군은 멋들어진 정원을 꾸며 군민에게 개방하겠다 고 하지만, 정작 이런 '쾌적한 녹지공간 연출'이 인구 소 멸 위기 극복과 무슨 상관인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은 떠나가고 빈 건물만 늘어가는 마당에, 군민정 원을 만들면 무슨 근본 대책이 생기기라도 한단 말인 가. 기대 효과는 불분명한데 예산만 크게 들어가는 군 민정원 사업은, 지금이라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동초 앞 카페거리? 현실성 없는 탁상공론


하동군은 옛 철길 부지를 활용해 공원을 만들고 관광 객을 끌어들이겠다고 구상 중이다. 이미 몇 년 전 폐선 구간을 정비해 산책로와 자전거길, 전망대 등을 조성하 는 데 38억 원의 예산을 썼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산책로를 다시 허물고 평평하게 만들어 카페거리를 조성하겠다는 발상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구 철길 산책로가 전임 군수 시절 국비를 들 여 조성된 사업이라는 점이다. 

이걸 무너뜨리고 새로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기존 국비 사용에 대한 감사와 함께 반환 요구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 역사에서 송림공원을 지나 섬진강 철교까지 이어지는 이 옛 철길 산책로는 지역 주민들이 산책하며 추억을 즐기던 공간이다. 

여길 없애고 카페와 인공공원을 넣는다는 계획을 듣고 주민 상당수가 고개를 젓는다. "저기 초등학교 밖에 없 는 한적한 동네에 카페를 몇 줄 세운들 누가 찾아오겠 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카페거리라는 게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에서나 통하지, 인구 줄어드는 소도시에서 카페 몇 군데 만든다고 사 람이 생겨나지는 않는다. 애꿎은 군비만 낭비하고 기존 산책로만 망칠 우려가 크다.

하동군이 구 철길 공원화 사업을 통해 그린 미래상을 보면, 분홍빛 벚꽃이 흐드러지고 자전거와 보행자가 어 우러진 낭만적인 거리를 꿈꾸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그림 같은 장면이 현실에서 펼쳐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하동초등학교 담벼락을 끼고 있는 이 구역은 원래 아 이들과 주민들의 조용한 산책길이었다. 관광버스가 들 어올 넓은 도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상권이 형성된 곳 도 아니다. 

그저 학교 앞 한적한 길을 카페 몇 개로 꾸며 관광 명소 로 만들 수 있으리라는 발상은 탁상공론에 가깝다. 더 욱이 이미 읍내 곳곳에 카페들이 포화상태로 자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카페거리를 조성하면 지금 있는 카페 중 문을 닫아야 할 곳은 오히려 더 늘어날 것이다. 

군이 해야 할 일은 애먼 철길 산책로를 밀어버리고 카 페를 유치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사람을 끌어모아 지금 있는 가게들부터 활기를 되찾게 만드는 일이다.


공설시장 주상복합,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


하동공설시장을 헐고 그 자리에 아파트와 상가가 결 합된 주상복합 건물을 올리겠다는 계획도 논란거리다. 먼저 이 개발로 혜택을 보는 쪽이 누구인지 따져볼 필 요가 있다. 

낡은 공설시장을 현대화한답시고 민간 자본이 들어와 아파트 분양을 하고 상업시설을 채운다면, 결국 분양 수익은 민간 사업자의 몫이 된다. 정작 원래 시장 상인 들과 군민들에게 돌아올 실질적 이익은 크지 않을 수 있다. 

개발이익을 노린 외부 자본만 배불리고 하동군은 껍데 기만 남는 결과가 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말로는 구 도심 재생이니 인구 유입이라고 포장하지만, 이런 대규 모 개발에는 으레 따라붙는 그림자가 있다. 

굳이 특정 사건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미 타 지역 신 도시 개발 사업에서 민간업자가 막대한 이권을 챙겨 물 의를 빚은 사례를 우리는 알고 있다. 하동 공설시장 재 개발이 자칫 그런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없을까. 

설마 우리 고장에서 대장동 같은 일이 벌어지겠냐고 반 문할지 모르나, 섣불리 안심할 일은 아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 없이 밀어붙이는 개발 사업이라면 주민 불 신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하동군은 이 사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군민을 위한 길이 맞는지 스스로 되짚어봐야 한다. 

결국 도시의 진짜 매력은 겉모습이 아니라 그 안에 사 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젊은이가 돌아오지 않고 경제 활동 인구가 늘지 않으면, 아무리 거리에 꽃을 심고, 공 공건물을 올려도 도시의 활력은 되살아나지 않는다. 하 동군이 '예쁜 거리' 환상에서 벗어나, 사람을 붙잡는 현 실적이고 미래가 있는 대책에 집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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