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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하동시장번영회, 자율인가 개입인가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     제 21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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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시장번영회, 자율인가 개입인가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지방자치의 목적은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 공동체 의 발전에 있다. 그러나 최근 하동군에서 벌어진 한 사 건은 과연 누구를 위한 군정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한 다. 전통시장의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구성한 민간단체 의 대표자를 뽑는 일에까지 행정 권력이 개입한다면, 지 방자치의 본령인 주민 자율과 공동체 정신은 퇴색될 수 밖에 없다. 현 군수가 직접 나서지 않았지만, 그의 의중 이 반영된 듯한 일련의 행정적 판단과 조치들은 다수 군 민으로 하여금 깊은 우려를 하게 한다. 이 사태의 전말 과 그 이면의 함의를 논리적으로 짚어본다.

독립 단체인 하동시장번영회

하동시장번영회는 하동읍 전통시장 상인들로 이루어진 사단법인이다. 경상남도에 등록된 자율단체형 법인으 로서 하동군으로부터 운영비 지원을 받지 않는 독립 단 체다. 즉, 이 번영회는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하여 자체 규약(정관)에 따라 운영되는 민간단체이며, 재정 적으로도 군 행정에 기대지 않고 있다. 전통시장 및 상 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전통시장법) 제65조 제 1항은 “시장 등에서 사업을 직접 경영하는 상인은 상인 회를 자율적으로 설립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이 조항대로 하동시장번영회도 상인들의 자유의사로 결성되었고, 군 행정의 간섭 없이 자체 운영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행정기관이 주도하거나 예산을 지원 하는 법정단체가 아닌 만큼, 외부 개입 없이 상인들의 뜻에 따라 운영되어야 할 조직인 것이다.

총회가 선출한 회장, 행정력으로 무력화

그런데 최근 하동군이 이 번영회가 총회를 통해 선출한 신임 회장의 승인을 불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겉으로 는 대리인 위임 절차의 문제와 과반수 출석 미달이 이유 였다. 실제 정관상, 총회는 과반수 출석으로 성립되며, 위임은 회원 본회의 다른 회원이거나 회원의 직계 가족 만 가능하니, 번영회로 일괄 위임한 28명의 위임은 정당 한 대리인에게 행한 위임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설령 그러한 절차적 미비가 일부 있었다 해도, 그것이 곧바로 행정기관의 ‘불승인’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행정기관이 민간 사단법인의 내부 총회 절차에 대해 실 질적 타당성을 판단하고 이를 근거로 대표자 등록을 불 허하는 것은, 분명히 행정 권한의 월권 소지다. 전통시 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은 상인회의 자율성을 강조하면서도, 지자체의 역할을 ‘협력’과 ‘지도’ 수준으 로 제한하고 있다. 지자체는 등록 서류의 형식적 요건 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보완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단체 내부 의결의 정당성 여부를 실질적으로 판정할 권 한은 없다.

번영회 총회가 법적 정당성을 결여했다고 주장하려면, 이는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문제다. 하동군이 총회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으나, 그것이 곧 ‘등록 불허’로 이어지는 건 지나친 비약이다. 설령 절 차상 흠결이 있다 해도, 그 책임은 번영회 내부에서 먼 저 시정되어야 할 일이지, 군청이 직접 회장 선출의 정 당성을 판단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상인들이 뽑은 회장 을 행정력이 가로막는 현실에 상인들은 큰 허탈감과 분 노를 느끼고 있다.

감사의 단독 요청으로 닫힌 문

군의 개입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하동군은 급기야 하 동시장번영회 사무실의 출입마저 제한하는 조치를 취 했다. 그 근거로 제시한 것은 다름 아닌 번영회 감사 1 인의 서명이 담긴 “사무실 폐쇄 요청” 공문이었다. 즉, 번영회 내부 감사 직책에 있는 개인이 사무실을 폐쇄해 달라고 요청하자, 군이 이를 받아들여 곧바로 해당 사무 실 문을 닫아걸고 관계자 출입을 통제한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요청이 번영회 전체의 공식 의사로 볼 수 있는가? 통상 사단법인의 의사결정은 이사회 또 는 총회를 통해 이뤄지며, 감사 개인은 회계 감사 등의 직무를 수행할 뿐 단체 운영에 대한 단독 결정권을 갖 지 않는다. 번영회 정관을 살펴보면, 중요한 사항은 총 회 의결을 거치도록 되어 있고 부득이 총회를 소집할 수 없는 경우 이사회 결의로 대행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어느 한 임원이 단독으로 단체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 1인의 요청서를 마치 번영회 전체의 뜻인 양 받아들인 하동군의 처사는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것이다. 사무실 폐쇄라 는 극단적인 조치는 최소한 번영회 내부 합의나 공식 요 청을 통해서만 이루어졌어야 마땅하다. 군이 한 명의 서 명(요청)을 빌미로 자율단체의 공간을 봉쇄한 것은, 행 정력이 민간단체의 내부 분쟁에 일방적으로 가담한 모 습으로 비칠 수 있다.

법률과 정관이 보장한 자율성

이번 사태를 법적 측면에서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전통시장법은 상인회 설립 및 운영에 있어 상인들의 자율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법 제65조는 상인 회가 수행할 수 있는 사업 범위를 규정하면서, 지자체는 필요한 경우 상인회의 운영에 관한 서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도 명시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사후적 감독 수단일 뿐, 일상적인 운영 간 섭을 허용하는 취지가 아니다. 

오히려 같은 조항에서 지방자치단체는 상인회가 법정 목적 사업을 수행할 때 필요한 비용을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전통시장법 제65조 제 7항). 이는 지자체가 상인회를 도와야 할 파트너로 인 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아가 시행규칙은 “시장·군수·구청장은 상인회가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 협력하여야 한다”고 명문화한다. 법률 자체가 상인회의 자율성 보장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 다. 이는 지자체가 민간단체의 독립적 운영을 존중하고, 간섭이 아닌 지원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법적 원칙이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동군의 일련의 조치는 단체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명백히 침해하고 있다.

민법상 사단법인은 회원들의 총회를 통해 임원 선출과 중요 사항을 결정하고, 정관 및 법령이 정한 범위 내에 서 자치적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번영회 회장 선출은 그 자체로 회원들의 고유 권 한이며, 행정기관은 그 절차의 합법성만 확인할 뿐 인 사에 관여할 권한은 없다. 만약 선출 과정에 중대한 하 자가 있었다면 단체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거나 법원 의 판단을 구할 사안이다. 지자체장이 개입할 영역이 결코 아니다. 

결국 정당한 절차로 선출된 회장에 대해 지자체가 불 인정하거나 조직 운영을 방해하는 근거는 법률 어디에 도 없다. 

현재 벌어지는 일들은 법률과 번영회 정관이 부여한 자 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행정의 품격은 바로 이러한 자율성 존중에서 비롯 된다. 민간 조직의 의사결정에 개입하거나 이를 무효화 하려는 시도는 주민의 자율성을 억압하고, 지역 민주주 의를 후퇴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조용한 외압, 정치적 계산의 그림자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행정적 조치들이 단지 행정 절차 상의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번영회 내 부에서는, 이번 ‘불승인’과 ‘사무실 폐쇄 조치’의 배후에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오간다. 현 군수의 측근으로 오랜 시간 회장직을 유지해 온 인물이 자리에서 물러난 뒤 새로운 인사가 선출되자마자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물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군의 일방적이고 신속한 조치, 그리고 공적인 설명이 부족한 대응 방식은 이러한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민간단체 운영에 투영되는 순간, 행정은 신뢰를 잃는다.

지금 군민들이 보고 있는 것은 단순한 민간단체의 분쟁 이 아니다. 상식과 절차, 그리고 자율성을 무너뜨리는 ‘ 조용한 개입’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군수가 직접 나 서지 않아도, 행정 시스템이 움직이는 방식에서 그 의중 은 읽힌다. 주민의 의사를 왜곡하는 권력의 개입은 어떤 식으로든 드러나게 되어 있다.

군민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냉철하고 현명하다. 시장번 영회 회장을 바꾸는 것으로 시장 상인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착각은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다. 하동군정이 지금이라도 자율성을 회복하고, 진정한 중립 행정을 실 현하길 바란다. 권력의 그림자가 드리운 자리에선 절대 신뢰는 자라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하동 행정의 방향성 과 철학이 시험대에 오른 계기이며, 군민들이 그 답을 찾기 위한 시간을 가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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