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섬진강 금두꺼비젼’ … 타임머신 타고 흥선대원군을 찾아간 사연?
김재영 주간하동 이사
- 제 11 호
본문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섬진강 두꺼비들도 하나둘 땅 속 깊은 곳으로 겨울나기를 위해 숨어들고 있다. 세상에 미련이 없고 약삭빠른 두꺼비들은 이미 땅속 깊은 곳으 로 먼저 들어갔다.
10월 말경 어느 날, 때를 잊은 듯 섬진강 강가를 어슬렁거 리던 두꺼비 한 마리가 하동읍 송림에서 목도 쪽으로 올 해 마지막 산책을 나섰다. 목도 입구에 다다라서 커다란 금두꺼비 상을 만났다.
“옳지, 어라! 이놈은 황금 갑옷을 입었것다. 덩치도 엄청 크네. 당신, 아니 형님, 나보다 덩치가 수십 배 크니 형님 맞것제” “그런데 성님은 왜 여지껏 여기서 버티고 있소? 곧 추위가 온다는 데...”
금두꺼비가 물었다. “너는 왜 철 가는 줄도 모르고 아직 도 그러고 있니? 하동은 너무 춥고 살벌하다. 근래 수년 째 오금이 저리고 발가락과 뱃살에 동상이 걸리도록 춥 다. 빨리 땅속으로 가거나 이곳을 떠나라. 너도 죽임을 당 할지 모른다.”
두꺼비가 되물었다. “아이고 성님, 성님은 뭘 믿고 그러고 있소? 더 버티지 말고 빨리 다른 데로 옮겨가소. 황금 갑 옷도 소용없을 거요.”
황금두꺼비가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요놈의 세 상이 어찌 될라꼬 이러는지는 몰라도 나를 쀼사서 섬진 강에 던져버리라는 사람이 있다고 들린다. 그리되기 전에 나 스스로 딴 데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나지만 쪼 그만 니나 잘해라. 여기서 어슬렁거리지 말고 빨리 따뜻 한 곳으로 가거라.”
두꺼비가 다시 질문을 하자 금두꺼비가 답한다. “더 이상 나에게 묻지 말고 내가 세상을 좀 빠삭히 아는 분을 소 개시켜 줄 테니, 그분에게 찾아가거라. 그런데 그분이 한 150년 쯤 전 사람이다 보니, 아마 타임머신을 타고 가야 할기다. 니 그 정도는 할 수 있것제?”
두꺼비가 황금두꺼비가 주는 이름과 주소를 들고 타임머 신을 타고 갔다. “수염이 허엇수름한 어르신을 대면하고 는 대뜸 물었다. 누구십니꺼?” 그분이 말했다. “니,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왔나? 내가 흥선이다. 조선 마지막 황제 고종 아버지다. 내가 왕도 아닌 주제에 내 아들을 왕으로 만들었제. 그래서 내 이름이 흥선에다 대원군을 붙여서 사람들이 흥선대원군이라고 부른다 아이가, 니 뭣 할라 꼬 날 찾아왔노?”
흥선대원군이 이어서 말했다. “내가 어제 밤에 꿈 속에 서 귀인이 찾아온다고 하더니 니가 올 거란 건가? 우쨋 든 잘 왔다. 천리 먼 길을 타임머신 타고 온 이유를 말해 보거라.”
두꺼비가 말했다. “섬진강 황금두꺼비 형님이 안부 여쭈 어 달라고 하대요” 흥선대원군이 말했다. “오냐, 마치고 내려가거든 나는 잘 있다고 전하거라. 그리고 그놈한테 단디 그 자리 잘 지키고 있어라고 당부하더라고 해라” 두꺼비가 물었다. “흥선 아재요, 어릴 때부터 머리가 좋고 세상 보는 눈이 대단히 훌륭하다고 하던데요” 흥선대원 군이 말했다. “니, 또 뭘 꼬질꼬질 물어서 화를 돋구려고 시작하나? 뭐든지 물어봐라. 다 지나간 일이니 답하마” 두꺼비가 물었다. “대원군 아재가 미국과 서양 오랑캐 쳐 들어왔다며 막았을 때, 그러면 안 된다고 막아선 백성들 많이 괴롭혔지요? 척화비 세울 때도, 그러지 말고 다른 방 법을 더 고민해 보자고 했던 백성들 잡아 가두고 고발하 고 그랬지요? 그런데 결국 아재가 하신 일이 어찌 됐습니꺼? 머리가 좋다는 분이 결국 나라를 그 꼴로 만들었소? 아재가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결국 일본 놈들 이 와서 나라를 통째로 삼켰지요?”
대원군이 말했다. “이놈아, 그때 그 일을 왜 지금 와서, 경 상도 촌놈 니가 뭘 안다고 따지노? 빨리 내려가거라 좋 은 말 할 때....”
두꺼비가 물었다. “제가 지금 이러고 내려가면 뭐 얻은 것도 없고 우리 동네 사람들한테 무어라고 설명해야 합 니꺼?”
대원군이 말했다 “이놈아 너그 동네가 지금 어찌 돼 간다 고 나에게 이러는 거냐?” 두꺼비가 말했다. “소식 못 들었 십니꺼? 우리 동네가 이러다가 대원군 아재가 한 거와 같 은 짝이 날거라고 하던데요?”
대원군이 노발하며 말했다. “나는 그때 서양 오랑캐라는 놈들을 처음 보아서 잘 알지 못하니 일단 막고 보자는 생각으로 그랬다. 그야말로 나라를 생각해서 한 일이다” 두꺼비가 물었다. “그러면 우리 동네는 어찌해야 합니꺼? 지금 서양 오랑캐가 쳐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하는 짓은 대원군 아재가 하신 것과 비슷하게 하고 있으 니, 어른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해도 그 사람들이 뭘 안다고 그래, 내가 다 알아서 한다고 말한다 아닙니꺼?” 또 두꺼비가 울먹이면서 말했다. “아재도 머리가 좋았다 면서 왜 그랬소? 우리 동네 그 어른도 머리가 좋다고 자 랑하던데요. 지가 직접 말하지 않고 넌지시 머리 좋다고, 그래서 무조건 지 따라서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윽박지 른다고 한다던데요. 아재가 답을 가르쳐 주지 않으면 저 는 그냥 여기서 죽을 랍니다. 내려가 봐야 얼어 죽거나 맞 아 죽거나 죽는 건 매한가지일 긴데...”
대원군이 말했다. “그 참 애터지네. 너그 동네 일을 왜 나 한테 와서 따지노. 니, 내하고 한판 붙자는 말이가? 그건 안 된다. 붙을 거면 너그 동네 내려가서 그분하고 붙어 라, 쎄게 붙어야 한다. 내가 어설프게 했다가 간만 키우는 바람에 결국 당했다 아니가? 내려가서 단디 해라. 너그 동네 사람들도 단디 안 하모 나처럼 당하게 된다. 내 아 들 고종이 그래서 식겁하고 결국 조선까지 빼앗긴 기라” 두꺼비가 하직 인사를 올리고 생각에 잠겼다. “나는 아무 리 생각해도 뭘 어찌하라는 건지 모르겠네. 우리 동네 사 람들도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으니. 얼마 전에는 꼭 무 슨 판가름을 낼 것같이 핏대를 올려샀더니만, 요즘 와서 는 다들 죽은 건지....?”
타임머신을 타고 내려와서 머리를 조아리며 다시 섬진 강 황금두꺼비 형을 찾은 두꺼비가 말했다. “형님 잘 다 녀왔십니더” 황금두꺼비가 물었다. “월 어찌하라고 일러 주던?” 두꺼비가 말했다. “뭐를 할기모 쎄게 하라고 하던 데요. 시브지기 어슬프게 하다가 흥선 아재 자기처럼, 또 고종 황제처럼 당하게 된다고 말하던데요. 참 형님도 단 디 하라고 전하라고 합디다”
황금두꺼비가 말했다. “그래 며칠간 생각해 보고 단디 할 사람들을 만나보자. 힘내자. 니, 욕봤다. 니는 앞으로 우 짤기고?” 두꺼비가 말했다. ‘이번 겨울, 나는 겨울잠에 안 들어갈랍니다.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싸움이라도 해 보고 죽을 랍니다“
항금두꺼비와 두꺼비가 그렇게 해서 의기투합하기로 했 다. ”섬진강을 꼭 지켜내고 우리 동네를 살기 좋은 동네 로 만들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