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방향 잃은 군정, 하동의 미래를 말하다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 제 21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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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잃은 군정, 하동의 미래를 말하다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하동군이 흔들리고 있다. 지금의 하동군정은 군민이 바 라는 방향과는 동떨어진 채, 목적은 불분명하고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가득 차 있다.
민선 8기 하동은 하루하루가 ‘이해 못할 군정’의 반복이 다. 중장기 비전도, 행정 철학도 없이 표류하듯 진행되 는 군정은 결국 지역의 동력을 고갈시키고 있다.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발길을 옮기는 하동군정. 그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무너진 산업의 기둥, 사라지는 기반
하동군의 산업정책은 시작조차 못한 채 붕괴되고 있다. 1조 5천억 원이 투입 예정이던 갈사만 조선산업단지는 현재까지 공정률 10%대에 머무르며 사실상 실패한 사 업으로 전락했다. 대송산업단지 역시 2,260억 원의 막대 한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현재 입주한 기업은 단 한 곳 도 없다. 공허한 간척지와 녹슨 구조물만이 남아 하동의 허망한 미래를 상징하고 있다.
군은 LNG발전소를 대안으로 추진했으나, 정부는 "전력 소비처와의 거리 문제"를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 그마저 도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해 좌초되었고, 해당 부지는 개 발 불능 상태로 남아 있다. 장기 산업 전략은 부재하며, 실질적인 기반 정비도 전무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임 군수가 유치한 장생도라지의 퇴 장이다. 국비 50억 원 등 총 87억 원 규모로 유망 벤처기 업이 하동에 둥지를 틀고 식품 가공과 수출을 준비했지 만, 군의 지원 철회로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되었다. 기 업은 사실상 사업을 중단한 상태라 관련 농가와 지역경 제는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
하동화력발전소의 단계적 폐쇄 또한 큰 위협이다. 수백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군의 지방세 수입은 대폭 줄어
들 전망이지만 대체 산업이나 대응 전략은 찾아볼 수 없
다. 하동화력은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약 1,70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해온 지역의 중추 산업이었다. 이 중 400 여 명은 하동에 거주하고 있으며, 가족 구성원까지 고려 하면 그 여파는 수천 명에게 미친다. 연간 120억 원 이 상의 지방세 수입도 곧 사라질 예정이다.
정부 차원에서 폐지 지역을 위한 특별법 논의가 있었지 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지자체의 대책 마련은 지 지부진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남부발전이 계획했 던 하동 LNG 저장시설 사업마저 철회되었다는 사실이 다. 하동 2~5호기를 대체할 LNG 복합발전 계획은 대부 분 수도권으로 이전되며, 하동은 고용, 세수, 에너지 기 반 모두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제 하동은 산업 측면에서 실질적인 마이너스(-) 상태 에 진입했다.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지 못한 것은 물론 이고, 기존 기업도 잃고 있는 상황이다. 군수의 기업 유치 실적은 이미 철수한 장생도라지, 폐쇄 예정인 하동 화력, 백지화된 포스코홀딩스, 무산된 LNG발전소, 여기 에 포스코케미칼 역시 부지 협의 실패로 무산된 사례까 지 합쳐 "-5"라는 비판을 넘어서 자조적인 평가까지 나 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단기간의 위기가 아니라 장 기적이고 구조적인 붕괴의 신호라는 점이다. 많은 군민 들은 군수가 하동의 미래보다 상대적으로 민원이 적고, 예산 규모가 크며, 구조상 이권 개입 가능성이 의심될 수 있는 건물 신축이나 공공의료원 건설 등 특정 사업 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물론 법적으로 이를 단 정할 수는 없고, 고소의 소지가 있는 발언은 피해야 하 지만, 반복되는 의심과 지적이 있다는 것 자체가 행정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고 있는 현실이다.
한때 하동이 꿈꾸었던 조선 산업, 항노화 산업, 발전 산 업이라는 삼각축이 하동 경제를 지탱하리라 기대했지 만, 지금은 이 셋 모두가 붕괴되었거나 해체 직전에 놓 여 있다. 그럼에도 이를 대체할 새로운 비전은 어디에 도 보이지 않는다.
끊어진 관광의 동맥, 이벤트로 끝난 엑스포
하동은 자연과 역사, 문화의 보고다. 하지만 그 자원을 경제로 연결할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2023년 열린 세 계차엑스포는 수년간의 준비 끝에 대성황을 이뤘지만, 그 후속 전략은 전무했다. 일회성 축제로 끝나버린 탓에 지역 관광은 다시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화개장터, 쌍계사, 송림공원 등 관광지들은 예전만큼의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하동군의 관 광객 수는 급감했고, 이 감소세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관광객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
개발과 문화관광 자원과의 융복합 전략은 실종되었고, 어설픈 시설물만이 남아 있다.
특히 군은 송림공원과 하동공원을 연결하는 에스컬레 이터 설치 계획을 추진하다가 이제는 엘리베이터 설치
로 방향을 틀었다. 이용자도 없고 유지비만 막대한 이
시설을 예산 낭비로 밀어붙이고 있다. 실제로 이 시설이
만들어질 경우 장난감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아이들만 남고, 전기료와 관리비는 군민의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 다. 이는 단지 하동 관광 정책의 실패를 넘어, 행정적 상 상력의 부재를 드러낸다.
관광은 단순히 지역을 알리는 차원을 넘어, 인구 감소와 경제 침체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이다. 그러나 하동군은 그 기회를 단순한 쇼와 행사로 소진하고 있다. 관광객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잠깐 불러모을 ‘명분’만 찾고 있는 것이다.
기형적인 예산 구조, 전시 행정의 자화상
장생도라지 공장 건립 철회는 예산 낭비의 단면일 뿐이 다. 이미 확보한 국비를 반납하고 기업은 철수 직전이 다. 반면 군은 행정복지센터나 복합청사 건립에는 아낌 없이 돈을 퍼붓고 있다. 진교면 행정문화복합타운의 총 사업비는 677억 원이며, 이 중 170억 원이 1단계 사업 인 진교면 청사와 민다리복합센터 조성에 투입될 예정 이다. 그 외에도 여러 면단위 복지센터와 청사 리모델링 에 수십억 원이 쓰이고 있다.
하동군 인구는 이미 4만 명 이하로 줄었고, 65세 이상 고령층이 인구의 38% 이상을 차지한다. 이런 현실에서 고급 청사와 대형 시설을 짓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 는다. 빈 건물은 관리비만 키우고, 결과적으로 미래세대 의 부담으로 남을 뿐이다.
지금의 행정은 복지를 위한 것도, 실질적인 주민 수요 에 근거한 것도 아니다. 그저 한 장의 사진을 위한 쇼윈 도 행정에 불과하다.
또한 옥종면에 준공한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는 총 16세 대, 48명이 생활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는데, 여기에 43 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다. 1인당 9천만 원 이 드는 셈이다. 반면 이웃 함양군은 폐모텔을 리모델링 해 10억 원으로 같은 기능을 해냈다. 복지는 필요하다. 그러나 이토록 비효율적인 방식은 ‘과시’ 외에 어떤 목 적이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이러한 사업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하동군은 현실적 인 수요 분석이나 유지관리 비용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 다. 10년 뒤, 20년 뒤에도 이 시설들이 여전히 군민에게 유용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낭비로 전락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행정은 건물을 짓는 데서 끝나지 않 는다. 그것을 유지하고 활용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하
지만 하동군은 그 '다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청년은 없고 간판만 번지르르한 정책들
청년몰, 청년타운, 청년창업거리 등 청년이라는 이름이 붙은 사업은 수없이 쏟아졌지만, 정작 그곳에 청년은 보 이지 않는다. 하동공설시장 내 청년몰은 한때 반짝했으 나 지금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청년 인구 기반이 없는 하동에서 청년 유입 없이 청년 정책만 늘리는 것은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정부 차원의 청년몰 사업도 실패 사례가 속출하고 있 다. 전국적으로 700억 원을 투입하고도 40%가 폐업한 사업이다. 그런데도 하동군은 이 실패한 정책을 복제하 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청년타운 역시 운영 실적 없 이 간판만 남았다. 젊은 층이 떠나는 지역에 정책만 남 은 꼴이다.
청년 일자리는 행정이 아닌 기업이 창출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하동군이 유치한 기업은 없다. 오히려 전임 군 수가 애써 유치한 기업마저 밀어낸 결과만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정책을 논하는 것 자체가 공허한 선언일 뿐이다. 말로만 청년을 외치기 전에, 청년이 머물 수 있 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
청년층은 안정적 고용 없는 창업 지원만으로는 유입되 지 않는다. 주거, 문화, 교통, 교육 등 종합적인 생활 기 반이 갖춰져야 한다. 하지만 하동군은 이러한 구조적 접 근 없이 일회성 정책과 시설 위주의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행정으로는 청년은커녕 기존 주민조차 떠날 수밖에 없다.
하동의 길을 다시 묻는다
현재 하동군정은 군민의 신뢰를 상실한 상태다. 세금은 엉뚱한 곳에 낭비되고, 해야 할 일은 뒷전이다. 변화의 시기, 전임 군정의 흔적을 지우는 데만 몰두한 결과, 지 금의 하동은 모든 것이 멈춰 선 듯하다. 산업도, 관광도, 복지도, 청년도 길을 잃었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이 모든 정책에 ‘방향’이 없다는 점이다. 방향 없는 행정 은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후퇴다.
하동이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군정의 대전환이 필요 하다. 계획 없는 개발과 전시 행정, 인기영합을 즉시 멈 추고, 실질적인 발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군민 삶의 질 향상에 예산을 집중하고, 기업 유치, 일자리 창출, 관 광 콘텐츠 강화 등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 다. 모든 군정의 판단 기준은 “군민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가”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한, 하동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군정의 본질은 선택의 연속이다. 오늘을 위한 행정이 아 닌, 내일을 설계하는 행정으로의 전환이 지금 이 순간 절
실하다. 미래가 없는 군정, 철학이 사라진 행정은 오히려
군민의 삶을 가로막는 장벽이 될 뿐이다. 이제는 질문하고, 바로잡아야 할 때다. 하동은 이대로 괜찮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