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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동은 청학골을 품었으며, 청학골은 하동 사람들에게 지혜를 준다.

김재영 주간하동 이사
  •     제 7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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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박학하신 훈장 선생님이 정치 를 해보시지요?”… “몇 배를 이바지 하겠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거 꾸로 자칫 잘못하면 그만큼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먼저 깨달아야 지요?” 

하동군 청암면 골짜기 끝에 청학골 이 있다. 이곳 사람들은 고무신을 주 로 신고 흰옷을 입고 있다. 이 모습을 처음 보는 이들은 조선시대 어느 마 을을 떠올린다.

지금은 개발이 많이 진행되어서 입 구가 훤히 들어다 보여서 인지 신비 감이 덜하다. 필자가 30여 년 전 처음 청학골을 찾았을 때는 횡천면 소재 지에서 이어지는 20여km  구간의 도 로가 포장은커녕 바닥도 다듬어지지 않았었다. 돌멩이가 깔린 길에 개울 이 그대로 패여 있었다. 차량이 빠지 기 일쑤였다. 한번 다녀오고 나면 차 량 배기통이 고장 나고 스프링이 터 졌다. 반드시 차량 정비 공장을 가야 만 할 정도로 오지였다. 서당이 있던 입구 먼 거리에서부터 ‘산업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풍광’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곳을 다녀오면 나름 머리도 맑아 지고 눈도 밝아지는 듯한 개운함이 컸었다. 필자가 처음 청학골에 들어 가면서 맨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입 구 저수지 양어장이었다. 그리고 양 어장을 관리하는 어부였다. 그다음 이 조그마한 가게였으며, 가게와 가 까운 서당 건물과 마당이었다. 

마을 입구 서당 마당에서는 흰옷을 입은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고, 양반 다리를 하고 마루턱에 걸터앉은 곱 게 차려입은 훈장 선생님이 인상적 이었다. 훈장 선생과 아이들은 연신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훈장 선생님께 인사를 건네고 몇 가지 질문을 던지자 “당신도 또 마지막 히피족을 보았다”고 생각할 거지요? 라며 대뜸 되물었다. “아닙니다”라고 답하고 주저리주저리 대화를 이어갔 다. 훈장 선생님은 동양철학과 역사 는 물론 서양철학과 역사에 뛰어나 신 지식을 가지고 계셨다. 세상사에 막힘이 없고 모르시는 것이 없어 보 였다. 

필자도 나름 다방면에 책을 읽고 세 상을 살필 줄 안다고 생각했지만 이 렇게 박학하신 분은 처음 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다시 훈장 선 생님에게 물었다. 들어오면서 양어 장도 보았으며, 가게도 있고, 어린이 들이 가지고 노는 플라스틱 자동차 와 완구도 보았습니다. 이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조합 아닌지요 라 고 여쭈었다. 훈장 선생님께서 필자 를 향해서 “당신이 이상한 사람이다” 고 나무랐다. 우리도 문명이 가져다 주는 편리성은 다 누리고 용품은 다 사용해야지요? 도를 닦는 사람이라 고 쓰는 것도 먹는 것도 별달라야 한 다는 법이 있겠어요? 라고 응대하셨 다. 

이때부터 훈장 선생님의 더 심한 질 타가 시작됐다. “입구에 양어장 어부 와 망태기를 맨 농부는 농사를 지어 서 10배를 이바지하고, 작은 가게지 만 장사는 100배를 이바지합니다. 그 리고 정치나 다스림은 만 배를 이바 지합니다. 그러니 우린 농사도 짓고 장사도 하고 마을도 자립으로 이끌 어가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하셨다. 

필자는 “그럼 그렇게 해박하신 훈장 선생님께서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 도록 정치에 나서 보시지요”라고 반 문했다. 그랬더니 “당신은 왜 이바지 만 할 수 있다고만 생각하시오”라고 질책하셨다.    

“농사는  잘못  지으면  본인  가족과 10가구 정도에 피해를 주고, 잘못된 장사는 100가구에 피해를 주고, 정치 를 잘못하면 만 배의 해악을 끼치는 것을 생각해 보지 않았는지요“라며 다소 목소리를 높이셨다. 그리고 ”그 만 배는 세상 모든 걸 의미한다“고 덧 붙이셨다. 이른바 ‘이바지의 역설’로 이해된다. ”무엇을 잘 하겠다“며 외 치고 나섰지만 정작 자신에 대해 무 엇이 문제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대통령과 도지사, 국회 의원과 시장·군수, 시·군의원, 도의 원 등을 두고 하신 말씀 같았다.  

필자는 머리를 푹 숙인 채 잠시 깊은 생각에 빠졌다. ‘정치든 뭐든 내가 잘 해보겠다고 무작정 나서서 되는 게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후 로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때 청학 골 훈장 선생님의 말씀처럼 깊은 깨 달음을 준 고언은 찾지 못했다. 

‘하동은 청학골을 품고 있으며, 그리 고 청학골은 하동 사람들에게 큰 지 혜를 준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요즘 들어 대통령 탄핵을 비롯해 다수가 뽑은 지도자에 대한 극단적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무엇에서부터 잘못 된 상황인지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이 마구 펼쳐지고 있다. 하지 만 청학골 훈장 선생님이 주신 ‘이바 지의 역설’을 모두 한번 되새겨 봄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너는 몇 배를 이바지할 수 있다고 생 각하느냐? 네가 세상에 끼치는 해악 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느냐? 그 해악은 범죄가 될 수도 있느니라. 청학골에서 얻은 깨우침은 지금도 필자의 삶에 좋은 정신적 자양분이 되고 있다. 청학골을 다시 가보려고 한다. 지혜로움을 깨우쳐 주셨던 훈 장 선생님은 아직도 건재하실까? 다 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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