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능성을 현실로… 2025년 하동군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 제 14 호
본문
2025년 원단을 맞이했다. 새해에도 지리산은 여전히 하 동을 감싸고, 섬진강은 쉼 없이 흐르며 사계절마다 강 변에 새로운 색으로 변화 될 것이다.
송림의 높고 푸른 소나무는 그늘을 드리우고, 그 아래 펼쳐진 하얗고 넓은 백사장은 여름 햇살 아래 찬란히 빛났다. 남해 바다는 다도해의 풍경을 품어 수많은 섬 이 만들어 내는 평화로운 그림으로 사람들을 매료시켰 다. 쌍계사는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채, 고요한 세월 속 에서 우리를 맞아주었다.
이 모든 풍경은 하동이라는 고장이 가진 특별함을 보여 준다. 여기에 더해 청학동마을 같은 전통과 신비를 간 직한 곳은 하동의 매력을 한층 더 빛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산만으로는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 사람이 떠나고 이야기가 끊어진다면, 자연과 문 화마저 그 빛을 잃게 될 것이다.
하동이 활력을 잃지 않고, 살기 좋은 고장으로 남으려 면 지금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어린 시절 골목과 신작로에서의 추억
내 어린 시절, 하동읍 중동의 골목과 신작로는 나와 친 구들에게 세상의 전부였다. 좁고 정겨운 골목길은 우 리가 매일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작은 우주였다. 구슬치기와 딱지치기가 이어졌고, 구슬이 튀어나갈 때 마다 터지는 웃음소리와 장난은 지금도 내 마음 한편에 따스하게 남아 있다.
신작로도 빼놓을 수 없다. 내가 아주 어릴 적, 신작로 는 흙먼지가 날리던 비포장길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포장이 되면서 길의 모습이 달라졌다. 그 길은 자전거 를 타고 달리며 꿈을 꾸는 공간이 되었고, 친구들과 뛰 어다니며 서로를 쫓고 장난을 치는 무대가 되었다. 길 위에서 흘렸던 웃음과 땀방울은 여전히 내 기억 속에 서 빛난다.
여름이 오면 우리는 송림으로 향했다. 높고 푸른 소나무들이 만들어주는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쉬고, 백사장 에서 모래를 밟으며 뛰놀았다. 그러다 섬진강으로 뛰어 들면 강물의 차가운 시원함이 온몸을 감쌌다. 물장구를 치며 깔깔대던 친구들의 웃음소리는 아직도 귀에 선명 하다. 섬진강은 단순한 강이 아니라, 우리에게 자유와 즐거움을 선사하는 특별한 놀이터였다.
겨울이 되면 하동 읍내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심심바위 에서 연을 날렸다. 하늘 높이 올라가는 연을 보며 가슴 이 뻥 뚫리는 듯했고, 연줄을 잡은 손끝의 떨림은 내게 자부심과 기쁨을 안겨주었다.
엿장수가 마을에 오면, 집에서 못 쓰는 쇠붙이를 찾아 들고 달려가 엿으로 바꿨다. 바꿔 온 엿은 얼마나 쫄깃 하고 달았던지, 친구들과 나눠 먹으며 웃고 떠들던 순 간들은 아직도 생생히 떠오른다.
이 모든 추억은 내가 하동을 떠올릴 때마다 미소 짓게 하는 보물 같은 기억이다. 하동은 단순히 내가 자란 고 장이 아니라, 내 삶의 뿌리가 되는 곳이다.
하동의 가능성을 현실로
하동은 지리산과 섬진강, 남해 바다와 송림, 화개동 별 천지, 대하소설 토지의 악양 평사리와 그리고 청학동마 을 같은 자연과 전통을 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산 이 고장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려면, 사람과 이야기가 함께 살아 숨 쉬어야 한다.
하동이 활력을 잃지 않으려면 사람들이 돌아오고 머무 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청년층의 유입은 물 론 중요하다. 그러나 은퇴 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도 하동은 이상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에게 하동은 비교적 저렴한 주 거비와 아름다운 자연환경, 여유로운 생활 리듬을 제공 한다. 은퇴 세대가 하동에 정착하도록 돕는 것은 단순 히 인구를 늘리는 것을 넘어, 그들의 경험과 자산을 지 역 경제와 문화 활성화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체류형 관광은 하동이 나아가야 할 중요한 방향 중 하 나다. 청학동에서는 전통과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프 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전통적인 삶의 방식과 자연 속에서의 치유를 결합한 체험은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 잡기에 충분하다.
송림과 섬진강은 힐링 관광의 최적지다. 강가에서의 명 상 프로그램, 백사장을 활용한 야외 요가와 같은 활동 은 도시의 소음과 스트레스를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화개천과 전통시장을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 섬진강의 물길을 따라 즐길 수 있는 카약이나 레저 활동 역시 하동의 체류형 관광을 풍부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체류형 관광은 단순히 방문객의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것을 넘어, 지역 경제와 주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 을 주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관광객들이 지역의 전통과 자연 속에서 하동만의 특별한 가치를 느낄 수 있을 때, 하동은 지속 가능한 관광지로 거듭날 것이다.
행정은 소통의 중심이 되어야
하동이 가진 잠재력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행정의 역 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행정이 군민들과 소통하지 않고 독선적으로 운영된다면, 아무리 많은 자산을 가지 고 있더라도 제대로 활용되기 어렵다.
하동군의 행정은 단순히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조 직을 넘어, 군민들과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군민들이 스스로 지역의 주체임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행정이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다할 때 하동은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갈 수 있다.
특히 관광 정책은 단기적인 방문객 유치에서 벗어나, 체류형 관광과 지역 경제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청 학동과 송림, 섬진강과 화개천, 악양 최참판댁, 청학동 삼성궁, 이러한 체류형 관광을 설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콘텐츠를 개발하고, 방문 객들이 하동의 자연과 문화를 깊이 체험하며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감사의 마음과 새해의 다짐
2024년 한 해 동안 나의 부족한 글을 읽어 주고 응원해 준 ‘주간하동’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 글이 하동의 현실과 미래를 고민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보람이다.
다가오는 새해는 단순히 숫자가 바뀌는 시간이 아니라, 하동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기회다. 내가 사랑하 는 이 고장이 소멸의 위기가 아닌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좋은 제안과 아이디어를 통해 목 소리를 내겠다.
하동은 내가 자란 고장이자 내 삶의 뿌리다. 이 고장의 아름다운 자연과 소중한 추억은 언제나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다. 이곳을 더 살기 좋은 고장으로 만드는 데 함께 힘을 보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행복이다. 새해에는 주간하동 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 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우리가 함께 손을 맞잡고 새 로운 희망을 품고, 하동의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 하동의 자연은 변함없이 아름답다. 이곳에 사람이 머물고 이야기가 이어질 때, 그 아름다움은 더 욱 빛을 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