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치단체장의 공약과 이행률… 이것이 갖는 함정에서 벗어나야
樵夫 김재영 주간하동 이사
- 제 31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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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장의 공약과 이행률… 이것이 갖는 함정에서 벗어나야
취임이나 직무 전에 한 약속을 그대로 고집한다면 … “상황변화 대응 미흡”
전임자가 추진하거나 계획한 사업 뭉개고 새로 추진… 공약 이행?
樵夫 김재영 주간하동 이사
민선 8기가 끝머리에 접어들었다. 여기저기서 그간 3 년 반 동안 한 일이 무엇이었나? 자치단체 또는 지역 의 발전은 얼마나 이뤘나? 이러한 부류의 평가나 지 표들이 무게감을 더해가고 있다.
이른바 이런 것을 통틀어서 공약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평가를 공약 이행률이라는 수치로 설명 하고 있다.
이것이 가진 엄청난 함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공 약 이행률로 시장‧군수, 도지사를 평가하고 있다. 과 연 또 다른 문제점은 없을까?
벌써 자치단체마다 내년 민선 9기를 향한 경주가 시 작됐다. 현역은 현역대로, 또 새로 도전장을 내민 인 사들도 나름 전략을 세우고 전투 준비에 돌입한 모습 이다.
이런 가운데 현역들은 지난 3년 반 동안의 공약을 거 론하며, 공약을 얼마를, 어떻게 이뤘다는 자료들을 언 론 매체를 통해 간간이 쏟아내고 있다.
하동군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하동의 모 지역신문 을 통해 하동군수의 민선 8기 공약 이행률이 80%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기사의 첫머리에 하동군이 제 공한 자료라는 단서로 풀어나갔다.
분야별로 공약 항목과 이행 정도를 설명해 나갔다. 80.6% 이행률을 달성했으며, 임기 만료 이전에 100%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는 설명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공약, 이것은 자치단체장이 취임 전 미래를 내다보고 구상한 것들이다. 유권자들에게 지지표를 얻기 위해 공약집으로 공개한 것들이다.
하지만 막상 취임하고 나면 많은 상황이 다를 수 있 다. 우선 군정 내부자가 아닌 외부인 상태에서 바깥에 서 보고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발전 구상들 이라는 점 때문이다.
당연히 집권을 시작하면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자각 해야 한다. 그런데도 그때 약속을 100% 이뤄야 하는 것으로 평가한다면, 예기치 못한 또 다른 함정에 빠 지게 된다.
무엇보다 전임자가 추진하던 사업이나 이미 마무리한 사업 또는 발주해서 진행 중인 사업들을 어떻게 이어 갈 것인가는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게 된다. 물론 충분 한 평가를 거쳐서 잘못 추진된 것으로 결론이 났다면 중단하거나 계획을 수정하는 게 옳을 것이다.
하지만 하동군의 구성원인 군민을 대상으로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으며, 의회의 승인을 받아서 발 주한 사업이라면, 어떻게 하는 게 옳은 선택이며 또는 공약 이행일까? 연차 사업으로 국비가 투입되는 사업 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만에 하나 전임자가 추진했던 사업 대부분을 뭉개거 나 애써 파괴하려는 의도를 바탕으로 작성된 공약이 라면, 제대로 된 공약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리고 이 런 공약은 이행을 잘할수록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단 하동 뿐만이 아니겠지만, 하동군의 민선 7기와 8기의 사업들은 너무나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 다. 민선 7기 때 전임자가 추진했던 굵직한 사업 상당 수가 중단되거나 취소됐다. 물론 4년의 임기를 맡겨 둔 이상 군민들은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게 주민자체제 의 본질이다.
하지만 군민이 더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며, 군이 더 발전하는 모습으로 변하는 것도 감지되지 않는다면 후임자의 선택이 반드시 옳았다고는 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하동군이 경남 도내 자치단체 가운데 유독 전임자의 사업 중단 또는 뭉개기가 심한 편에 속했다면, 공약 이행률이 군 발전에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그 이행률 이 무슨 소용이 있는지 꼼꼼히 되짚어 볼 필요가 있 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