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보건의료원 건립 논란 … 근거 자료로 군민을 설득해야 한다

응급환자 대응이 목표라면 이송체계 확립 위한 방안 마련 집중해야 … ‘하동군 앰블런스’ 운영 또는 민간 앰블런스 운영 업체와 연중 계약도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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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군보건의료원’ 건립 … 거칠고 먼 길 나섰다

하승철 군수가 하동군보건의료원 건립문제에 열정이다. 설계비 13억 3900만 원을 요청하자 의회가 1차 반대했다. 하동군이 의회에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군비 94억 원을 포함해 총사업비 363억 원이며 , 건립위치는 현 보건소부지 1만 1720㎡다.

의회의 결정에 맞서 하승철 군수가 의회를 규탄하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길거리 1인 시위를 벌였다. 사례를 찾아보기 드문 경우다. 의회가 사업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것은 너무 간단하다. 군민의 대표자로서 볼 때 구체적인 계획이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반대 의견의 골자이다.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산청의료원과 여타 자치단체 차원의 의료원이 설립 된 곳을 찾아가서 자료를 확보한 뒤 다시 논의하자는 의견도 나왔 다.

보건의료원을 새로 짓는 것은 큰 규모의 재정이 투입돼야 하며 유지·관리, 즉 운영을 위해서도 많은 추가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 부문이다. 물론 기초복지 시설인 의료서비스 분야는 본질적으로 적자를 안고 시작해야 하는 사업임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설립과정에 예산투입은 물론 운영 과정의 적자 규모도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적자를 안는 만큼 충분한 삶의 질 향상 효과를 거둘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계획단계에서는 계획이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에 타당한지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 이른바 SOC 사업인 국가 기간사업도 사전에 국책 기관의 예비타당성검토를 거치고 있다.

만성 적자를 이유로 전격 폐쇄 결정을 내렸던 진주의료원의 경영과 운영실태, 공공의료시설의 역할 등 전반에 대해서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 의회가 설계비반영부동의 … 

군민을 위한 정당한 의사표현이다. 의회가 1차 방어로, 하동군의 독주를 차단한 것은 군민을 대변한 정당한 의사표현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민간이 의료서비스를 주로 공급하고 있는 우리나라 보건의료 시스템에서는 민간이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으며, 공공이 어떤이유에서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정확하게 나와야 한다.

하동군은 의료시설이 잘갖춰진 인근 자치단체에 둘러 쌓여 있다. 

연접해 있거나 불과 20~30분 거리에 진주와 구례, 광양 등의 의료시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북천, 옥종 주민들은 주로 진주권의료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물론 하동읍과 면 단위에 개원한 내과와 안과와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등 1차 의료기관이 주치의 역할도 하고 있다. 사고나 재난에 따 른 응급환자를 제외하면 진료 대응이 부족하지 않다.

하동군은 응급환자의 의료시설 접근성이 대단히 낙후돼있지만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불과 30분 

이내에 상시 응급실을 갖춘 진주권 병원급 의료시설 접근이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불편마저도 없 애는 게 행정의 책임이다.

운영난으로 문을 닫았던중 규모 의원급 병원이 다시 문을 열 채비를 하고 있다. 가장 애로 사항이 던 응급실도 갖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간의 질 높은 의료서비스 공급은 환영할 일이다. 나아가 의료서비스 산업생태계 안정에도 좋은 요소로 평가된다.

응급실을 갖춘 중규모 의원급 병원이 1차 의료 대응을 해주고, 이후 인근 병원으로 후송 또는 전원체계만 갖춰진다면 의료서비스는 대폭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점 은 하동군이 자체의료원 설 립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 로 작용할 수 있다.


그나마 굳이 더 언급하자면 필수 의료 시설로 분류되는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를 진료할 수 있는 민간시스템이 갖춰지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시장 경제 체제에서는 주치의 역할의 개업의원들이 1차 방어를 맡도록 하고, 그러고도 부족하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공공이 개입 해야 한다. 자칫 공공이 성급하게 개입하다 보면 그나마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개업의원들이 하나 둘 떠나게 된다.

하동군의 의료생태계가 어느 단계의 어떤 상황인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응급환자 대응이 목표라면 이송 체계 확립을 위한 방안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나아가 ‘하동군 앰블런스’ 운영 또는 민간 앰블런스 운영 업체와 연중 계약 방식도 타 시·군 사례 검토를 통해 적극 도입해 볼 필요가 있다.



■ 좀 더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자료 수집과 분석에 노력해야


지금 하동군이 구상하고 있는 보건의료원 설립 구상이 이런 요소들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듯하다. 40병상 규모에 7개 진료과, 전문의 이외에 공중보건의를 의료진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운영상의 적자 문제 등은 거론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래봐야 이미 개업의원보다 훨씬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일부지만 공중보건의로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수 있다고 군민들은 믿지 않는다. 개원의가 1차 대응을 한 후, 2차 대응할 수준은 더더욱 안 될 것으로 전망한다. 결국 시간만 끌다가 환자를 전원 조치해야 한다면 환자를 더 위험에 빠뜨릴 수 있게 된다. 

자체 의료원 설립 취지가 퇴색하게 된다.

요즘 의사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걸핏하면 진료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경험이 풍부한 전 문의 구하기가 더뎌질 경우,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유사한 환경에 놓여 있는 인근 산청군의료원을 보더라도 당장 의료원장도 구하지 못해 공백이 수시로 발생하는 사태가 되풀이 되고 있다.

이러하다면 내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외과, 영상의학과 등 경험이 풍부한 전문 의료진 구하기가 어렵지 않을지? 기본 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나아가 하동군보건의료원의 진료 수준이 개업의원들 

보다 월등이 높을 것이란 점을 군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반드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에 기반을 해야 한다.

이점은 의료시장의 시장경제 생태계를 튼실하게해주고 공공의 비용을 가장 잘 절감하거나 효율적으로 투입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 이것 또한 하동여고-하동고 통합 논의와 닮은 꼴이다

상황이이러한데도 공식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하동군의 말단조직인 이장들을 대상으로 여론 조성에 나선 점은 대단히 아쉽다. 어느 지역 이장단들이 집단으로 의사표출을 하고 나선 것도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군민의 대표인 의회를 제쳐버리거나, 이와는 다른 방법으로 군민의 뜻을 묻는 모양새도 역시 그러 

해 보인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교육의 본질을 먼저 찾고 당사자들에게 먼저 설득을 얻어내고 진행했어야 할 하동여고와 하동고 통합문제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물론 옳은 정책이라면 홍보를 하고 또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서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의료원 설립 문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점만 챙겨보더라도 절차나 순서, 그리고 무엇을 먼저 챙겨야 할지 등에 혼란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하동고 통합과 보건의료원 설립, 2가지 큰사안이 서로 닮은점이 많다. 2가지정책사안들이 모두 철저한 준비가 덜 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1차 단계에서 의회와 충돌을 빚고 있으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뜻있는 하동군민들은 방법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새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기초부터 다시 챙겨야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하동군민들의 의료기관 이용실태부터 먼저 파악해야 한다. 건강보험공단 등의 사실적 데이터를 면밀 분석해 볼 필요도 있다. 그다음 군민에 대한 의료서비스를 공공을 통해 확충할 건지, 민간을 통해 확충할 건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기존에 구축된 민간 인프라를 망가뜨리지 않고 그대로 끌고 가면서 의료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을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하동에 대해 면밀히 알지도 못하는 외부기관에 용역을 맡기거나 그 기관의 자료나 분석 결과를 여과 장치 없이 인용하는 건 대단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하동군은 기초와 기본 조사를 더 충실히 하기 바란다. 인근 병원급 의료기관 2곳이 위탁운영을 해주겠다고 한다는 막연한 반응을 적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태도로 보인다. 시작부터 위탁운영을 전제로 1한다는 것은 정책의 실패 가능성을 의미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하동군수로서는 군민들의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려는 시도는 당연하고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 만군민의 대표기관인 의회가 왜 제동을 걸고, 더 면밀한 사업 구상을 요구하는지에 대해 성실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것을 군수와 의회 간의 갈등으로 끌고 가려는 것은 옳지 못한 방향이다. 하동보건의료원설립이 진정으로 군민을 위해서 추진하는 행정이라는 평가를 받기를 바란다. 

그리고 군민으로부터 환영받는 행정의 중심에서 진솔하고 열정적인 하승철 군수가 지휘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김회경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