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동군 시설관리공단, 과연 ‘공익’과 ‘효율’을담보할 수있을까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 제 18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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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하동군 시설관리공단, 과연 ‘공익’과 ‘효율’을담보할 수있을까
하동군이 추진하는 시설관리공단 설립안이 지역사회 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인구가 감소하고 재정 여 건도 빠듯한 상황에서, 군이 굳이 새로운 공기업을 만 드는 결정이 온당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 는 와중에, “운영경비의 50% 이상을 수익으로 충당할 수 있는 시설만 공단에 이관한다”는 이관 조건이 진정 한 공공성을 실현하는 데 부합하는지까지 논란이 커지 는 모양새다.
특히, 군청 내부에 독립적인 시설관리팀을 두어도 충분 히 효율적인 관리·운영이 가능하다는 반론이 적지 않 음에도, 하동군은 “공단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밀어 붙이고 있어 의구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운영경비 50% 넘으면 공단행?” 돈 되는 시설만 골 라가는 건가
하동군이 9천만 원을 들여 추진한 연구 용역의 공식 발 표에 따르면, 시설관리공단은 “운영경비 대비 50% 이 상을 자체 수익으로 충당할 수 있는 시설”만 이관받기 로 했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 돈이 되는” 시설만 공단 이 맡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공단 이관 대상으로 언급 되는 곳을 보면, 금오산 짚와이어·레일바이크·휴양림· 영화관 등 관광객이 몰리는 레저·체험 시설이 대부분 이다.
문제는, 이러한 선별 기준 하에서 체육시설, 복지시설, 상하수도 등 일부 지자체에선 별도 공단으로 운영하는 핵심 공공시설들이 이관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이 다. 군민에게 필수적인 공공서비스가 정작 “수익이 낮 다”는 이유로 배제되고, 그 관리 부담을 군청이 계속 떠 안아야 한다면, 이 공단이 과연 ‘공익과 공공성’을 강화 하겠다는 주장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뒷받침할 수 있 을지 의문이다.
특히 상하수도나 군민체육시설처럼 주민 생활에 직결 되는 시설은, 이미 다른 지역에서 법인화를 택하거나 공단을 만들어 운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런데 하동군은 “돈이 되는 시설”만 공단에 넘겨 수 익 극대화를 노리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어, “알짜배기만 빼내 운영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마치 “ 외화내빈(外華內貧)”처럼 겉으로는 ‘공공성’을 외치면 서 실제로는 ‘이윤’만 챙기는 형태라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예산·인력, 과연 효율적일까: ‘합치는 것’이 효율이 지, ‘나누는 것’은 역행 아닌가
하동군은 공단 설립 시 이사장, 임원, 감사 외에 정규직 31명, 기간제 46여 명 등 총 77명가량의 인력을 편성한 다고 밝혔다. 군청이 이미 맡아온 시설을 이관받는다지 만, 그만큼 군청 인력이 자동으로 감축될 것이라는 보 장은 전혀 없다. “중복 없이 재배치한다”는 원칙만 있을 뿐, 실제 감축 규모나 계획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결 국 군청 인력과 공단 인력이 공존해 예산 부담만 늘어 날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공단이 새로운 법인체이기에 이사장·감 사·임원과 재무·인사·회계 부서 등 별도 조직을 갖춰 야 하고, 이를 위한 사무공간과 운영비를 추가로 투입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효율성을 높이려면 보통 여러 조직을 통폐합(統廢合)해 인적·물적 자원을 절감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하동군은 기존 군 업무를 굳이 공단이라는 새 관료조직으로 분리하겠다는 것이니, 이 를 두고 예산 절감이나 행정 간소화에 부합한다 하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공청회에서조차 초기 투자비나 사무실 임대·운 영비 같은 핵심 재정 계획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군은 9천만 원을 들여 진행한 용역 결과를 근거로 “공단 설립이 최적”이라 주장하지만, 일부 군민 사이에 선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조사였던 것 아니냐”는 냉소 가 터져 나온다. 실제로 새 공기업 설립이 끝나면, 군 예 산이 신설 관료조직에 계속 투입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서 많은 이들이 한숨을 내쉬는 상황이다.
한자성어에 “본말전도(本末顚倒)”라는 표현이 있다. 분 명 효율성을 강화해야 하는 목표가 ‘본(本)’이라면, 새 로운 조직을 추가해 운영비까지 늘리는 방식은 ‘말(末)’ 이 주도권을 쥐는 격이다. 이것이야말로 ‘나누는 것’이 오히려 역행하는 사례가 아닐까.
노조 갈등과 낙하산 인사, 공단이면 다를까?
지방공기업을 새로 만들 때마다 노조 결성과 낙하산 인 사 문제는 불가피하게 따라붙는다. 하동군 시설관리공 단 역시 초기에 일부 직원을 정규직으로, 나머지를 기 간제로 시작한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비정규직을 정 규직화하라”는 노조의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임금 인상이나 복지 확대를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되 면 파업이 발생할 수도 있고, 결국 그 적자 부담을 군 예산으로 메워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 가 많다.
또한 공단의 이사장이나 임직원 자리에 낙하산이 내려 오는 상황은 여러 지방공기업에서 이미 수없이 목격된 바 있다. 전문성 대신 정치적 보은으로 임원을 선임하 면, 방만 운영과 경영 부실은 시간 문제라는 것이 지방 행정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공공성과 효율성”을 앞세 워 출범한 공단이, 결국에는 군수 주변 인물의 자리가 되거나, 노조 갈등으로 몸살을 앓는 비효율 조직으로 전락하는 악순환의 시나리오가 ‘우려가 아니라 예견’이 라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하동군 시설관리공단은 ‘운영경비 대비 50% 이 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설만 이관하겠다는 조건부 터가, 진정한 공공성을 담보하려는 의지가 있는지에 대 한 강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공단 신설이 참된 의미 의 효율화를 노린 것이라면, 통상 여러 조직을 합쳐 인 력을 줄이고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는 쪽이 상식이다. 그런데 지금 하동군은 기존 업무를 법인체로 쪼개어 사 무실·인력·운영비를 추가로 부담하는 셈이니, “효율성 을 위한 선택”이라 부르기에 무리가 있다.
더욱이 수익성 높은 레저·관광시설만 공단이 가져가 고, 정작 체육·복지·상하수도 같은 중요한 공공서비스 는 군청이 계속 책임져야 한다면, “공공성”을 앞세운 간 판도 무색해진다. 노조 갈등, 낙하산 임명, 적자 보전 등 지방공기업의 폐단이 다시금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군민들이 우려하는 지점이다.
차라리 군청 내부에 독립적 ‘시설관리팀’을 두어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는 쪽이 훨씬 합리적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도 여기 에 있다. 군이 말하는 “공공성과 효율성”이란 구호를 실 제로 이루고자 한다면, 굳이 공단을 만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대안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결국, “하동군 시설관리공단이 과연 누구를 위한 조직 이 될 것인가”라는 근본 질문에 군이 진정성 있는 답을 제시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진정 “행정 효율”을 노린다 면, 2개·3개로 나뉜 조직을 한데 통합해 군민 부담을 줄 이는 쪽이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던 업무”를 굳이 공단으로 분리한다면, 이는 말 그대로 본말전도라 고밖에 볼 수 없다.
하동군이 “공단 신설이 최선”이라고 주장하려면, 초기 투자비·조직 운영·군청 인력 감축·예산 편성 등의 구 체적 청사진을 군민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그리고 노 조 갈등과 낙하산 인사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도 명확 한 로드맵을 제시해야만, 공단 설립이 단지 정치적 ‘자 리 만들기’나 ‘보여주기 행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수익 높은 시설만 골라 운영”하고 “적 자나 마이너스가 예상되는 시설은 군청이 계속 책임지 는” 기형적 이원화가 이어지면서, 막대한 군 예산이 애 매하게 중복 지출될 공산이 높다. 군민들은 이미 수많 은 공기업 사례에서 이러한 폐단을 지켜보며 고개를 가 로젓고 있다. 군정(郡政)은 아무리 다급하더라도, 군민 에게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한 다.
결론적으로, 진정한 ‘공공성’은 효율성과 상반되지 않 는다. 적은 자원으로 더 큰 공익을 실현하는 것이야말 로 진정한 행정 혁신이다. 하동군이 이번 공단 설립을 두고 보여주는 행보가 과연 그러한 혁신 정신을 반영하 는지, 아니면 단순히 눈앞의 수익과 일부 조직만 배불 리는 결과로 귀결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설왕설래(說往 說來) 끝에 군민이 납득하지 못한다면, 하동군 시설관 리공단은 불과 몇 해 지나지 않아 애물단지로 전락할지 도 모른다는 경고를 가볍게 흘려들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