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국 진시황과 분서갱유 … 역사 흔적 지우기, 전임자 흔적 지우기 ?
김재영 주간하동 이사
- 제 16 호
본문
영원히 살고자 했지만 결국 단명 … 세상에 불노초가 있을까?
중국 고대 역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인물 하면, 진시황을 들 수 있다. 중화권 최초의 통일 왕조를 이뤘으며, 영원히 살 고자 불로초를 찾아서 한반도를 거쳐 제주도까지 다녀간 흔적들을 담은 일화가 너무나 유명하다.
하지만 진시황은 영원히 살지도 못했으며, 왕조도 곧 폐망 했다. 그 이유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른다. ‘분서갱유’ 다. 진시황 이전의 역사서, 기록들을 모두 불태워 버리고 새 롭게 왕조의 체계를 잡고자 한 것이 오히려 큰 패착이었다.
당시 기원전 2세기경, 지금부터 약 2300여년 전의 때여서 역사적 기록이라 해봐야 별것도 없었다. 하지만 당시 우리 민족의 시원인 고조선계와 중화계가 워낙 각축을 벌였던 터라 나름의 역사는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진시황은 권력을 잡자 곧장 그 이전의 역사와 기록, 문화와 관습 등을 모조리 불태워 버렸다. 이른바 이 사건 이 분서갱유(焚書坑儒)다. 기록을 불태우고, 인간의 근본 을 땅에 파묻었다.
그리고 과거를 기억하거나 그런 행동을 보인 백성은 모두 목을 쳐 죽였다. 이것이 진시황이 꿈꾸던 세상이었다. 그러 고도 자신은 영원히 살고자 불로초를 구하라고 명령했다.
오죽했으면 서복(관직명 전시관)이라는 자가 한반도 남쪽 까지 불로초를 찾아 나섰을지 당시의 삼엄했던 상황에 대 해 짐작이 간다. 서복은 한반도 끝에서 불로초를 찾았다며 진시황에게 전했다. 하지만 진시황은 40대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우리는 진시황이라는 통치자의 행태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다. 나 이전의 과거를 없앤다는 건 죽음에 이 르는 길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현재 중국 공산당 정부는 문화대혁명을 통해 그 이전 많은 것들을 허물어 버렸다. 그 과정을 거쳐서 중국 대륙에 들어 선 정권이 지금의 중국 공산당 정부다. 이 정부가 하는 정 책과 국제관계 형성 등이 지금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한- 중 관계의 일그러진 모습인지 모른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자신의 아버지를 부정하고, 지금 이전 의 역사와 전통을 부정하고, 사람의 삶의 뿌리가 되는 예절 과 문화를 부정하는 사람 치고 잘된 사람은 없다는 것을 위 두 사례를 통해 피력하고자 한다.
지금의 하동군도 이와 닮은 점이 많아서 걱정이다. 민선 군 수의 차수가 더해지면서 자치행정의 경험들이 적지 않게 남겨졌다. 하지만 제대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 정적인 생각을 갖는 군민들이 의외로 많다.
역대 민선 군수들은 전임자의 흔적이나 성과들을 애써 부 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내걸 었던 적폐에 가까운 행정관행이나 전통 등은 개선하는 게 옳을 것이다. 하지만 전 정부가 ‘적폐청산’이라고 내걸었던 구호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끝났듯이 이전의 흔적 지우기 는 그만큼 위험이 큰 행위임이 입증됐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특히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유달리 그 이전의 흔적 지우기가 심한 것은 전국 기초단체에서 나 타는 현상들이다.이는 전직의 흔적을 지우고 폄하하여 자 신의 업적을 드러내기 위함인데 이는 민주주의 가치 실현 을 위한 자치제도 문제점으로 통합의 사회발전을 저해하 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필자의 눈에는 지난해 어느 때인가 이후부터 하동군의 행 정을 보는 순간, ‘아! 이건 또 전임자 흔적 지우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먼저 들곤 한다. 대단히 잘못된 선입견일지 몰 라도 필자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채 우고 있으니 ‘나 자신을 분서갱유해야’ 할 판이라고 생각 한다.
더더욱 염려되는 것은, 하동군 민선 8기의 이전 저런 사례 들이 전임자 흔적 지우기로 평가된다면, 진시황과 중국 공 산당의 미래처럼 하동군의 미래도 빤히 예측된다는 점이 다. 영원히 발전하고 지역소멸 시대를 극복해 내야 하는 하 동군의 미래에 대해서도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은 무슨 이 유일까?
민선 8기는 하동군의 전통과 과거를 더 빛나게 가꾸어 가 겠다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 나타나는 행정의 하나 하나에서는 그 반대의 모습들이 펼쳐지니 걱정 아닌 걱정 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러다가 민선 8기의 맥이 끊어지게 되지는 않을지, 또 군 수가 군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지는 않을지 오만 가 지의 생각들이 교착한다. 너무 큰 변화를 기획하다가 결 국 국가의 운명도, 그 지도자의 운명도 끝나버린 중국 진 나라 시황의 역사는 지금도 새겨들을 가치가 충분한 사례 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