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연 재난과 인재 논란 … “정부와 자치단체의 노력에 달렸다”
- 제 10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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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유난히도 더웠다. 그리고 무더위 기간이 너무 길었다. 공식 관측이나 기록 이후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인간도 지쳤거나 일사나 열사병 등으로 생명의 위험을 감수했지만, 먹거리인 농산물과 수산물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자연재해냐 인재냐 논란이 불거졌다.
우리보다 먼저 자연재해냐, 인재냐의 논란이 불거진 곳은 북한 압록강 하류 일대 물난리다. 집중 호우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압록강 신의주 일대 침수 피해가 크게 발생했다. 북한 측의 상황이라 정확한 집계나 실태는 알 수 없지만, 인재 논란이 불거졌다.
같은 지역인 중국 집안시 일대에는 피해가 미미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재라는 지적에 무게가 실렸다. 중국 측은 수년 전부터 압록강 제방둑을 높이고 보강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다 보니 압록강 상류에서 내린 비가 하류로 흘러들면서 중국 쪽으로 가야 할 물까지 북한 신의주 쪽으로 쏠린 것으로 외신은 분석했다.
이 경우와 관련해 중국 측의 피해 규모에 비해 북한 측의 피해 규모가 훨씬 큰 것을 두고, 그 원인을 방재 시설을 미리 갖추지 못한 것을 꼽았다.
이와는 좀 다르지만, 올여름 바닷물 온도가 높아서 가두리를 비롯해 양식 어패류들이 집단 폐사했거나 작황이 좋지 못하다. 이 경우 자연재해라는 결론에 이의가 거의 없다. 넓디넓은 바다를 인간의 의지대로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현실에 방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벼멸구 피해도 인재 논란에 포함됐다. 결론부터 요약하면 호남과 경상도 일대에 벼멸구 피해가 극심했다. 피해 규모가 호남은 전체 재배면적의 30%선, 경남은 아직 공식 발표가 없지만 호남과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정당국이 지난 7월부터 예찰을 시작해서 8월 들어 확산 속도가 빨라지는 걸 확인했다. 본래 우리나라 겨울철에 월동이 되지 않는 벼멸구는 중국 남부와 대만 일대에서 태풍에 실려 함께 날아온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비래해충이 터잡이 해충이 된 건지에 대한 확신도 없는 상태에서 방제에도 특단의 대응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1~3차례 공동방제에 거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벼멸구 이외에도 여러 해충이 있으니 농정 당국과 자치단체는 농민 자율 방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농촌인구의 노령화에다 적극성을 더하지 않은 독려이다 보니 농민들도 예사롭게 생각했다. 통산 14일에 한세대가 증식하는 벼멸구의 특성상 지난 8월 들어 4세대까지 증식됐다. 이 지경까지 농정당국이 긴급 대응책을 내놓은 사례는 없었다. 언론보도에 앞다퉈 상황과 대책이 터져 나왔어야 할 상황이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유를 더하여 벼별구 피해 면적은 근래 10여 년 만에 가장 넓다. 한마디로 말하면, 올해 주곡 생산에 실패한 것이다. 농림식품부는 지난 8일 올해 벼멸구 피해는 이상 고온 등으로 인한 기상재해라고 결론 내렸다.
농정 당국은 농작물재해보험 지금 조건을 만들기 위해 자연재해라는 결론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피해 면적을 줄이기 위해 농정당국이 좀 더 노력했더라면 하는 아쉬운 점은 하나도 없는 건지, 더 노력했더라도 피해 면적은 거의 같았을 건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규모가 큰 벼 재배 농가에서는 드론 등 개인 장비를 이용해 적절한 자체 대응 방제를 했다. 그런 농가들은 벼멸구 피해에서 벗어났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을 두고 올해 벼멸구 피해는 현재 대한민국의 대응 역량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던 피해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많은 농민은 자연재해라는 결론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농작물 병해충 방제라는 것을 전적으로 자치단체나 농정당국에 의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농민 스스로 대응하고 감당해야 할 영역임에 이론이 없다.
하지만 병해충 발생 정보 알림과 대응 지침 등은 분명 농정당국과 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이다. 올해 벼농사 시기 내내 농정당국과 자치단체가 얼마나 열심히 성실하게 병해충 정보를 알렸는지는 수확이 끝난 후 평가회를 가져봐야 자료가 공개될 것이다.
자칫 농림식품부가 벼멸구 피해가 자연재해라고 결론을 내려서 농작물재해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고 해서, 농정 당국의 책임이 모두 없어지는 것을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내년에도 또 내후년에도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늘 자연재해라고 결론 내릴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하동군의 벼멸구 피해 면적이 경남 도내에서도 넓은 편에 속한다. 하동군은 공무원의 대응에는 문제가 없으며 자연재해라고 정부가 발표했으니, 기상이변에 따른 자연재해라고 설명한다. 이런 태도에 대해 농민들이 얼마나 수긍할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