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선충 만큼 골칫거리인 산림 내 덩굴류 제거 … 산림을 황폐화 시킨다
- 제 9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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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기후가 농작물 생태계와 사람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모양이다. 산림 내 특정 수목과 덩굴류 등의 이상 증식도 골칫거리가 된 지 오래다.
칠과 환삼덩굴 등 덩굴류가 산림 곳곳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환삼덩굴은 확산 속도는 빠르지만 한 해 살이 풀 이어서 겨울이 되면 전부 말라 죽는다.
하지만 칡은 해를 거듭하면서 같은 자리에서 계속 세력을 확장해 간다.
같은 장소에서 반복해서 퍼지고 또 소나무와 잡목류 할 것 없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 똬리를 틀기 때문에 덩굴에 눌린 나무들은 거의 고사한다.
그래서인지 소나무 재선충 못지 않게 덩굴류도 골칫덩어리로 분류되고 있다.
소나무 재선충은 해마다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피해목 조사를 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피해 현황 파악이 가능하다. 하지만 덩굴류는 사실상 실태 파악이 쉽지 않다. 자치단체가 많은 용역 예산을 투입해서 피해 실태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덩굴류 제거 사업도 대중적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피해 면적이 넓어 보이는 지역을 중심으로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임시 방편으로 제거하고 있다.
약제로 방제하는 방법도 없다. 물론 제초제 등의 약제를 뿌리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다른 경제 수목 등에 피해가 큰 데다, 경제적 성과가 낮기 때문에 약제로 대응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동군도 덩굴류 제거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로 줄기가 한창 뻗어나가는 7월 경부터 시작해서 9월까지 읍면별로 사업비를 배정해서 제거에 나서고 있다.
하동군이 올해 투입한 덩굴류 제거 사업비는 4억여 원에 이른다. 정책 숲 가꾸기와 함께 추진하는 덩굴류 제거를 비롯해 도심이나 주택가 등 가시권 덩굴류 제거, 제거 장비와 약제 구입비 등으로 집행한다.
하지만 덩굴류 제거 작업이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다 보니 사업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요즘 인건비가 오르다 보니 같은 사업비를 투입하고도 예전만큼 제거성과를 내지 못한다.
무엇보다 덩굴류 제거 사업 부서 즉, 관리 주체가 흩어져 있다. 도로변 관리는 도로부서에서, 가로수에 제거는 산림 부서에서 맡아서 진행한다. 사유지의 경우 대부분 개인이 제거 작업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근래 산림 내에 있던 농경지들이 농사를 짓지 않고 버려지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덩굴류 확산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이른바 폐전이나 폐원 면적만큼 덩굴류가 더 확산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동지역에서 한 때 최고의 경제수종이었던 밤 재배산지에 요즘 칡 덩굴류 등이 뒤덮고 있다. 관리를 하지 않고 방치하기 때문이다.
자치단체가 덩굴류 제거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성과가 기대에 미치는 못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비교적 덩굴 류의 뿌리내림이 좋은 폐전이나 폐원 인근에 덩굴류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점을 감안할 때,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하동군의 경우 정책적인 산림 가꾸기 즉, 편백림 조림지 등에 관리 차원에서 덩굴류 제거 작업을 펴는 것 이외에 일반 야산의 덩굴류 제거는 목적 사업 밖이어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덩굴류 확산을 그냥 방치하고 있을 수 없다. 제거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쳐야 하지만 예산 확보도 쉽지 않다. 이게 오늘날 야생 산림이 처한 현실이며, 산림 행정의 현주소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지난 1960년대 송충이 잡기 국민 운동이 펼쳐졌다. 하지만 지금은 숲이 우거지고 시대가 달라져서 그러한 국민적 운동도 기대할 수 없다. 결국 공공예산을 더 확보하고 제거 후 고사시키는 약제 구입을 늘려서, 공공근로 등의 인력 투입을 늘리는 길밖에 없다.
앞으로 기후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덩굴류의 확산은 더 빨라질 것이다. 이것도 기후 변화의 부작용이라면 기후 변화 대응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자치단체도 좀 더 덩굴류에 관심을 가지고, 개인 산주들에게도 제거에 동참해 줄 것을 독려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마땅한 방법이 없어 보이지만 그렇다고 그냥 둘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 하지만 덩굴류 제거가 시급함을 함께 인식하고 대응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