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동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깨닫다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 제 8 호
본문
김동욱 칼럼리스트
내가 태어난 고향, 하동은 언제나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 었다. 하동초등학교와 하동중학교를 졸업한 후, 나는 고등학교와 대 학, 그리고 직장을 위해 하동을 떠나야 했다. 진주 대아고등학교와 경 희대학교를 거쳐 금융공기업에 취직하고, 서울과 부산 같은 대도시 에서 주로 살았다.
그러던 중,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호주로 이민을 떠났으며, 그곳에서 10여 년을 보냈다. 그러나 나이 60이 되어, 연로 하신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다시 하동으로 돌아와 7개월여를 지내 고 있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하동을 떠나 있었던 내가 이곳에서 몇 달을 살아보는 것은 무려 44년 만의 일이다.
하동의 찬란한 자연
객지 생활을 통해 비로소 깨달은 것은, 하동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 인지였다. 푸른 소나무와 섬진강, 그리고 하얀 백사장의 하동 송림은 지척에 두고 살면서도 그 아름다움을 깨닫지 못했었다. 지리산 줄기 의 아름다운 산맥들과 맑고 푸른 섬진강, 푸른 남해 바다가 어우러진 하동은 신의 은총을 받은 땅임에도, 나는 고향을 떠나 생활하면서야 그 진가를 알게 되었다.
하동의 자연은 마치 시인의 붓끝에서 탄생한 풍경화와도 같다. 지리 산의 푸른 능선은 마치 천상의 비단처럼 펼쳐지고, 섬진강은 맑은 거 울처럼 하늘과 산을 비춘다. 사계절 내내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간 직한 송림은 자연의 신비를 담고 있으며, 하얀 모래사장은 순백의 조 화를 이루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마치 하동이 천국의 한 조각인 것처 럼 느껴지게 한다.
섬진강은 맑고 깨끗한 물줄기로 유명하며, 강 주변에는 철새들이 날 아와 한 폭의 수채화를 완성한다. 섬진강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일몰 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장관이다. 봄이면 벚꽃이 만개해 강변을 수놓 고, 여름이면 푸른 강물이 시원한 쉼터를 제공하며, 가을이면 단풍이 강을 물들이고, 겨울이면 고요한 강 풍경이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상 케 한다.
지리산의 풍광은 그 자체로 신비롭고 경이로우며,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그 매력이 다채롭게 변한다. 봄에는 철쭉과 진달래가 만발하 고, 여름에는 녹음이 우거진 숲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며, 가을 에는 단풍이 불타오르고, 겨울에는 눈 덮인 산봉우리가 장엄하게 펼 쳐진다.
호주와 하동의 복지 비교
호주에서의 생활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호주는 복지 천 국이라 불리지만, 실제로 경험해 보니 내 고향 하동의 복지보다도 못 한 점이 많았다.
병원비가 무료라는 점은 사실이지만, 생명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치 과 치료 등은 엄청난 비용이 들었다. 임플란트 하나에 500만 원에서 700만 원이 들고, 충치 하나를 뽑는 데도 몇십만 원의 비용이 든다. 그리고 병원비가 무료이다 보니 웬만큼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검진 하나를 받기 위해 수개월에서 일 년 이상의 기간을 기다려야 하고, 우 리나라처럼 손쉽게 병원을 이용할 수 없다.
또한 우리나라의 노인복지회관에서는 다양한 여가 활동과 운동 시 설을 무료 또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 노인들이 활기차고 건강 한 삶을 영위할 수 있지만, 호주에는 이러한 복지시설을 찾아보기 어 렵고 경로당과 같은 노인들의 모임 장소와 복지시설이 사실상 존재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풍요로움과 감사의 마음
대한민국은 이미 구매력 기준 국민소득이 일본을 앞지른 상태로, 세계 적 부국이다. 국민들은 인구 대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해외여행 을 다니고, 복지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으며, 병원비와 약 값이 저렴해 누구나 쉽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의 복지 제도는 시민들에게 파크골프, 헬스장, 수영장, 테니스 등 다양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저렴한 비용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 한다.
한국은 교육, 경제, 문화, 복지 등 여러 방면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루 어 왔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성과를 이루어 내며,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탄탄한 기반을 갖추고 있으 며, 세계적인 기업들이 다수 존재한다. 문화적으로도 K-POP, 드라 마, 영화 등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한국의 문화가 글로벌 무대 에서 빛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부족한 것은 감사하는 마음인 것 같다. 이렇게 부 유한 나라에서 살면서도 감사하기보다는 원망하는 마음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듯하다. 우리는 지금 누리고 있는 복지와 경제적 번영이 얼 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감사해 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고향에서의 새로운 깨달음
중학교 졸업 후 떠났다가 되돌아와, 나이 60에 하동에서 몇 달을 살 아보니, 비로소 이곳이 얼마나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인지 새삼 깨닫 게 되었다. 하동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만큼 아름다운 고 장이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을 통해, ‘주간하동’ 독자들과 하 동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한 이 기쁨을 나누고자 한다.
우리가 얼마나 축복받은 땅에 살고 있는지, 감사하는 마음을 함께 나 누고 싶다. 하동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詩)이며, 우리의 고향은 그 어떤 찬사로도 부족함이 없는 아름다움을 지닌 땅임을 말하고 싶다.
하동은 단순히 자연경관에 그치지 않는다. 이곳은 다향문화(茶香文 化)의 고장이기도 하다. 하동의 녹차는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화개 장터와 쌍계사 등의 유서 깊은 문화유산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어우 러져 하동의 풍요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고향 하동의 자연과 복지, 그리고 대한민국의 풍요로움에 대한 깨달 음은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더욱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이다.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우리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현 재를 살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