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쌀값이 농민들에게 안겨주는 실망 … 그래도 벼농사는 지어야 한다

소비자가는 오르는데 산지 쌀값은 오히려 하락… 왜 이런 현상이?

본문

쌀값이 농민들에게 안겨주는 실망                 

 … 그래도 벼농사는 지어야 한다

소비자가는 오르는데 산지 쌀값은 오히려 하락… 왜 이런 현상이?


벼 과잉 생산에 대한 논란이 지난해 봄까지 심각 했었다. 농산당국이 벼 재배 면적을 해마다 단계 적으로 축소하라는 전제로 道별로, 市‧郡별로 축 소 면적까지 설정해서 내려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부터 갑자기 국제 쌀 가격 이 오르기 시작했다. 쌀을 주곡으로 하는 필리핀 과 일본에서 벼농사가 흉작이 들면서 촉발된 것 으로 파악됐다. 

이후 지난해부터 벼 재배 면적 감축에 대한 논란 은 사라졌다. 정부도 이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이 없으며, 농가가 자율적으로 벼농사를 짓고, 출하 나 저장, 판매도 시장 원리에 맡겨진 상태다.  

올해도 본격적인 영농기가 다가오고 있다. 곧 들 판에서는 벼논 정리를 시작으로 논농사가 본격 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쌀값이 오르고 있 다는 물가정보와는 달리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 져 간다. 

통상 시장 가격이 오르면, 그 물건을 생산해서 공 급하는 입장에서는 반가워하거나 호의적인 반응 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벼농사를 주로 짓는 하동 군민들은 이런 전반의 흐름과는 별도로 벼농사에 대한 회의감이 더 커져가고 있다. 

물가정보에 따르면, 요즘 쌀 20kg 들이 한 포대 가격이 7만 원 선을 훌쩍 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정부는 쌀값 안정을 이유로 수급 조절용 비축 양 곡을 방출하겠다는 원칙을 내놨다.      

실제 요즘 산지 쌀값은 20kg 들이 한 포대에 5만 7,000원 선이다.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농산물 유통정보지의 1분기 기준 도매 쌀 값은 지난 2023년 –7.6%, 지난 2024년 –2.3%, 지난해 –1.8%로 지난 3년 내리 쌀값이 떨어 졌다. 2005년 이후 누적 쌀값만 따져도 쌀값은 45.7% 상승한 반면, 소비자 물가는 56.7% 상승 했다. 

이러니 해마다 물가는 오르는데 산지 쌀값은 오 히려 떨어지는 현상에 대한 농민들의 반응은 착 잡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농촌 노임도 잇따라 해마 다 오르면서 쌀재배 비용은 높아지고 있는데도 오히려 산지 쌀값은 더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 농 산당국이 설득력 있는 자료를 내놓지 못하고 있 기 때문이다. 

그냥 쌀 소비자 가격이 오르니 비축 양곡을 방출 하겠다는 정책적 대응은 결국 벼농사 포기를 더늘게 만드는 상황을 유발하고 있다고 농민들은 항변한다. 

산지 쌀값은 근래 수년 동안 떨어지고 있는데, 소 비자 가격은 오르는 추세에 있다면 유통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이 상황을 어 떻게 바로 잡느냐와 이것을 근거로 어떻게 벼 재 배농가들에게 벼농사 포기를 만류하거나  잠재울 것인가가 풀어야 할 당면 과제가 됐다. 

일본과 필리핀에서 주곡인 쌀이 부족해진 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로 파악되고 있 다. 단기적인 원인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 라는 이야기다. 이에 맞춰 우리나라 벼 재배면적 유지와 쌀값 유지 대책도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 

단순히 소비자 물가가 오른다고 해서 물가를 잡 기 위한다는 하나의 목적에 몰입해서 비축미를 방출하는 식량안보의 전략적 성격을 가지고 있 는 주곡에 대한 정책으로는 합리적이지 못하다 는 지적이다. 

본격 영농철을 맞아 농민들은 올해 벼농사를 위 한 벼 논을 정리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 벼 재배 면적 또는 목표 생산량에 대한 정부의 이 렇다 할 지침도 없는 상태 속에서 혼란을 계속되 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믿음이 사라질 때 시장은 극도 로 혼란 속으로 빠져들 수 있게 된다. 현재 하동 군에는 대략 3,800헥타의 배 생산 가능 토지를 보 유하고 있다. 지난해 400여 헥타 감축을 배정받 은 바 있다.  

이 토지에서 10%만 벼 재배를 포기하면 생산량 은 대폭 줄게 된다. 게다가 수확기를 전후해서 병 해충이 극성을 부리거나 벼 출수와 익음에 영향 을 주는 고온 현상이 발생하면 생산량은 목표치 보다 훨씬 줄어들 수 있다. 

농정당국이 뒤늦지 않게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와 대책을 내놔야 한다. 벼 재배에도 해마다 영농 비가 상승하고 있다. 기계화가 거의 100% 가깝게 진행됐다고 하더라도 인건비 상승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벼농사를 지어봐야 남는 게 없다는 하소연을 정 부가 흘려듣지 말고 제대로 된 대안을 내놓길 바 란다. 우리나라 농지의 60% 이상이 벼농사용이 다. 그런 만큼 벼농사 정책이 농정정책의 최대 중 심축이다. 

이런 중대한 과제를 앞에 두고 더 머뭇거리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다가는 주곡인 쌀 수급 문제가 현실화 될 수도 있음을 인지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