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악양 화서별서를 문화재에서 제외시켜주세요. 나도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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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 화서별서를 문화재에서 제외시켜주세요. 나도 동의합니다” 

… 문화유산이 이렇게 푸대접 받아서야 되겠는가? 


악양면 정서리에 가면 박경리 작가 소설 토지의 모티브가 된 ‘화사별서’라는 고가(옛날 전통 건축 물)가 있다. 19세기 우리 전통 가옥의 건축 기술 을 잘 알 수 있는 고귀한 자료로 학계에서 인정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 2019년 경상남도문화재(유형 유산)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 유산은 기구한 운 명에 놓여 있다. 문화재나 유산으로 지정되면 당 초 소유자는 관리인 관계로 바뀐다. 

그리고 그 유산의 관리와 유지는 오로지 행정관 서의 몫으로 넘어간다. 어찌 보면, 더 체계적으로 관리 보존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화 사별서는 일상적인 문화유산이 대접받아야 할 대 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봄부터 화사별서 가시권 내에 저온창고 건립 신고 처리 과정에 논란이 불거졌다. 유형문 화유산 반경 일정 거리에는 건축행위를 비롯해 형상을 변경할 수 있는 일부 행위가 제한된다. 그 러다 보니 인근 주민이나 토지소유자, 건물 소유 자들과는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문제도 마찬가지다. 화사별서는 인근 100m 이 내 지역에 저온창고가 건립되는 과정에 개발행 위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사실이 감사청 구 결과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유형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일정반경 내 행위제한을 가할 수 있는 ‘형상변경기준’을 고 시하지 않은 사실도 감사청구 결과 함께 드러나 기도 했다. 관련법에는 문화재 또는 유산 지정 후 통상 6개월 이내에 형상변경 기준안을 고시하도 록 돼 있다. 

하지만 하동군이 이 사업을 차일피일 미루는 바 람에 이번에 논란이 된 저온창고 건립 관련 행정 처리 과정에 혼선이 빚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 니다. 이런 문제가 불거지자 하동군은 부랴부랴 올해 초부터 형상변경 기준안 고시 절차에 들어 갔다. 

일정 기간의 공람 기간을 거치고 또 이의신청 절 차를 거쳐서 최종안을 마련해서 고시하게 된다. 하동군이 뒤늦게 졸속으로 `공람을 시작하자 인 근 마을 주민들의 집단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공교롭게도 올해 초 면정 보고회 장에서도 이 문 제가 불거졌다. 주민이 논란을 제기하고 이어 문 화재 지정 해지를 거론했다. 면정 보고를 받던 군 수가 이 사실에 공감한다면서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자고 응수했다. 

아마도 추후 이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경상남도 문화재 또는 유형 유산은 단 위 시장 군수가 이랬다저랬다 할 수 있는 문제 가 아니다. 

문화재로 지정되는 과정에도 전문가 집단의 의견 을 바탕으로 엄격한 절차를 거쳐서 결정된다. 그 런데 하동군수가 나선다고 해서 하동군 관내 도 문화재를 해지시킬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악양면민들이 문제 제기를 했다고 해서 군수가 ‘소정의 고심’도 없이 즉석에서 응답 했다는 질타를 비켜갈 수 없는 결론에 이르게 된 다. 그날 일어난 현장 상황을 다시 소환해 보면 너 무 선동적이었다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 황이 연출된 것이다. 

앞으로 화사별서를 둘러싸고 더 이상 논란이 재생산되지 않기를 바란다. 자칫 화사별서를 중심에 두고 주민과 군수, 관리인 사이에 갈등을 유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수가 생각이 깊지 못한 즉석 답변을 하므로 해 서 일부 주민이 벌써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군청 해당 부서를 찾아가 그다음 절차를 논의하는 등 역경을 예고하는 행동들이 펼쳐지고 있다. 우려 가 현실이 되는 모습이어서 안타깝다. 

문화재나 유형유산이 무슨 잘못이 있을까? 우리 선조들이 애써 만들어 놓은 전통이나 정신을 담 은 유산을 그대로 보존하고 이어가자는 것이 이 렇게 까탈스러운 소용돌이에 휩싸여야 하는 건지 질문을 남긴다. 

필자는 하동군에 질문을 던진다. 경상남도 문화 재에 대해 하동군수가 이렇게 쉽게 즉흥적으로 존폐를 논할 수 있는 사안인지 질문을 던진다. 악 양면민들에게 내뱉은 군수의 답변은 이미 폐지에 힘을 모으겠다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특정 문화재라고 해서 영원히 지정문화재로 존속 되라는 법은 없다. 문화재로서의 조건을 잃어버 리게 되면 폐지도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가능한 문화재나 유형 유산은 훼손이 되 지 않도록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화사별서가 이처럼 문화재로서 의 존재 가치를 잃을 만한 단서가 있었는지 먼저 고심을 해봐야 한다. 

문화재에 대해 너무 가볍게 여기는 군수의 태도 를 냉정하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군수 의 태도에 대한 존폐를 먼저 고심해 봐야 하는 게 아닌지 화두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