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표류하는 하동 행정, 재정(財政) 정의의 길을 묻는다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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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하동 행정, 재정(財政) 정의의 길을 묻는다


‘콤팩트 매력도시’라는 신기루와 혈세의 행방, 하동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제언


김동욱의 하동 인사이트 혁신을 향한 목소리


하동의 산천은 예로부터 시인과 묵객들이 찬 탄해 마지않던 축복의 땅이다. 섬진강의 유 구한 물결과 지리산의 장엄한 기상은 하동 사람들의 자부심이자 생명력의 근원이었다. 그러나 민선 8기 하승철 군정이 출범한 지 어느덧 3년 6개월이 지난 오늘, 우리가 마주 한 하동의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군 정은 ‘콤팩트 매력도시’라는 화려한 수식어 를 앞세워 하동을 전례 없는 정책 실험의 장 으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그 장밋빛 조감도 의 이면에는 재정 자립도 9%대의 냉혹한 현 실을 외면한 토목 행정과 도덕적 해이가 임 계점을 넘은 채 짙게 깔려 있다. 행정의 본 질을 바로 세우고, 군민의 소중한 혈세를 아 끼는 재정 정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 점이다.


주차장 4면당 최고급 집 한 채 값, 광기 어린 예산 집행의 민낯


거점 지역에 대한 투자가 환영받기 위해서 는 무엇보다 예산 집행의 투명성과 효율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동군의 2025년 기준 재 정 자립도는 9.78%에 불과하다. 스스로의 힘 으로 살림을 꾸릴 능력이 채 10%도 되지 않 는 지자체가 군청사 주변 주차장 80면을 짓는 데 4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계획 은 일반적인 경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주차 1 면당 무려 5,000만 원이라는 경이로운 수치 가 산출된다.

이것이 얼마나 황당한 액수인가. 주차 단 4 면을 만드는 돈 2억 원이면 하동에서 번듯한 최고급 주택 한 채를 사고도 남을 금액이다. 상식적인 군민이라면 이것을 행정이라 부르 겠는가, 아니면 광기 어린 돈 잔치라 부르겠 는가. 더욱이 지목이 ‘농지(畓)’인 땅을 평당 약 250만 원이라는 의문스러운 고가에 매입 하는 방식은 특정 지주에게 혜택을 돌리려 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예산 은 행정가의 치적을 쌓거나 특정인에게 이익 을 주는 도구가 아니라, 가장 시급하고 필요 한 곳의 가치를 창출하는 소중한 자산이어 야 한다. 지금 하동에 필요한 것은 고비용의 토목 사업이 아니라, 단돈 1원도 헛되이 쓰 지 않겠다는 엄격한 재정 규율을 통한 ‘알짜 배기’ 투자다.


청년 유출 전국 4위, 일자리의 토양을 스스로 걷어찬 행정


경남일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하동군의 19~34세 젊은층 순유출 규모가 전국 시·군 가운데 무려 4위를 기록했다. 숫 자는 차갑지만, 그 의미는 뜨겁고도 아프다. 하동에서 미래를 꿈꾸던 청년들이 대거 짐 을 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없고, 성장 경로가 보이지 않으면 청년은 떠난다. 이 단순한 진리를 하동군 행정만 모르는 듯 하다.

더 큰 문제는 그 원인에 있다. 하승철 재임 기 간 동안 기업 유치는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 고, 그나마 있던 기업들마저 규제와 불통 속 에서 등을 돌렸다는 현장의 증언이 적지 않 다. 일자리를 만들기는커녕, 일자리의 토양 을 스스로 걷어찼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 다. 그런데도 군정의 풍경은 낯설지 않다. 성 과 홍보, 치적성 사업, 사진 찍기 행정은 여 전히 분주하다. 청년이 떠나는 속도보다 홍 보물이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른 군정, 이것이 과연 정상인가. 군정은 나부끼는 플래카드와 홍보 기사로 평가받지 않는다. 군민의 삶으 로 평가받는다. 청년 유출 전국 4위라는 기 록은 우연이 아니며, 정책의 부재와 산업 전 략의 실종이 만든 필연이다.


기이한 사법 정의와 실추된 도덕적 권위


지도자의 투명성은 행정 신뢰의 근간이다. 하지만 최근 하동군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상식을 가진 이들의 고개를 가로젓게 만든 다. 하동군 공무원이 포함된 군수 측근 인사 들이 하 군수의 선거 지지 기반 확보를 목적 으로 포도를 돌리다 검찰에 송치되는 사건 이 발생했다. 관권 선거의 구태가 백주대낮 에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실무자들은 줄줄 이 엮였음에도 정작 수혜자인 하 군수는 입 건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참으로 기이하 다. 군수의 묵인이나 지시 없이 공무원과 주 변에서 알아서 조직적으로 움직였을 리 만 무하다는 것이 일반 군민의 중론인 것 같다. 여기에 더해, 하 군수는 현재 하동군의원에 의해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해 있는 상태다.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행정 수장이 이러한 불미스러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 자 체가 하동 군정에 대한 깊은 불신을 낳고 있 다. 법적인 대응 뒤에 숨어 일관하기보다 군 민 앞에 진솔하게 소통하고 투명성을 증명 해야 한다. 도덕적 권위가 바닥을 친 상태에 서 내뱉는 정책 구호가 군민들의 가슴에 와 닿을 리 없다. 하동은 실험실이 아니며, 군민 은 도덕적 흠결이 있는 리더의 정책 실험 대 상이 아니다.


실패의 관성과 독배가 된 개발 사업의 그림자 


행정의 성패는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보다 기존의 오류를 시정하는 데 있다. 그러나 하동군은 실패의 교훈을 얻기보다 그 관성에 매몰되어 있다. 최근 최종 무산된 ‘두우레저 단지 개발사업’은 개발 행정의 현주소를 극 명하게 보여준다. 행정 절차상의 중대한 과 실로 인해 이미 집행해버린 토지 매매 중도 금 250억 원을 반환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 기를 맞았다. 재정 자립도가 10%에도 못 미 치는 상황에서 250억 원은 군의 주요 사업들 을 줄줄이 멈춰 세울 파괴력을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정은 이용객이 적어 ‘ 애물단지’로 전락한 하동명품센터와 이화복 합스마트쉼터에 다시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 입해 ‘북케이션 관광스테이’를 조성하겠다고 한다. 실패를 예산으로 덮으려는 전형적인 ‘ 매몰 비용의 함정’이다. 황량하게 방치된 갈 사산단의 적막과 대송산단의 텅 빈 공터가 주는 서늘한 경고를 잊었는가. 준비되지 않 은 대규모 개발은 축복이 아니라 지역의 미 래를 저당 잡는 독배가 될 뿐이다. 시장의 수 요를 냉정하게 분석하지 않고 건물만 크게 지으면 관광객이 올 것이라는 낡은 패러다 임은 이제 폐기해야 한다.


자립 정신의 훼손과 본질로의 회귀를 요구한다 


국가와 지자체가 군민의 어려운 삶을 보듬 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그 방식이 일시적인 현금성 지원에 치우치는 것은 경계해 야 한다. 당장의 혜택은 달콤할 수 있으나, 재 정 자립도가 바닥인 하동의 여건에서 선심성 복지는 자칫 미래 세대의 몫을 미리 당겨 쓰 는 '부채 행정'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기 때문 이다. 농어촌기본소득이나 하동군이 검토했 던 자의적인 지원금 조례는 복지의 지속 가 능성보다는 정치적 셈법이 앞선다는 우려를 낳는다. 진정한 민생 복지는 한시적인 시혜 가 아니라, 군민들이 하동에서 당당하게 자 립할 수 있는 근본적인 경제 토대를 닦아주 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지금 하동에 시급한 것은 화려한 조감도가 아니라, 청암면 명사 태양광발전소 산사태 사고 이후 지지부진했던 복구 현장의 안전과 실질적인 일자리다. 민생 현장을 뒤로한 채 치적성 사업에만 매몰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하동의 미래를 위해 군정은 이제 화려한 구호를 내려놓고 내실을 기해야 한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진심 어린 소통을 통해 행정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섬진강 은 묵묵히 흐르지만, 우리의 선택이 잘못된 다면 하동의 시간은 멈춰 설 수밖에 없다. 군 민의 삶을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살피는 진 정성 있는 행정만이 소멸 위기의 하동을 구 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