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섬진강 윤슬에 내 남은 생(生)을 비추며 횡천의 아들 김현수, 다시 하동의 흙을 밟다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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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윤슬에 내 남은 생(生)을 비추며

횡천의 아들 김현수, 다시 하동의 흙을 밟다



지리산 자락을 타고 내려 온 바람이 섬진강 물결을 만나 반짝이는 윤슬을 만들어낼 때, 저는 비로소 ‘집’에  돌아왔음을  느낍니다. 도시의 불빛도, 타지의 풍광도 하동 강물 위 햇살만큼  따뜻하지  않았습니다.  잔물결이  어르신들의  손길처럼  느껴져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저는 하동 횡천면에서 태어나 이 땅의 흙냄새를 맡으며 자랐습니다. 냇가에서 친구들과 뛰놀던 기억은 제 유년이자, 객지 생활을 버티게 한 뿌리 였습니다. 대학 졸업 후, 서울과 경남 곳곳을 누비 며 KBS 기자로서 수십 년간 진실을 찾기 위해 현 장을 달릴 때도, 경남도지사 대외협력보좌관으로 서 중앙정부와 기업, 그리고 지역사회의 가교가 되어 복잡한 행정의 실타래를 풀 때도, 제 마음속 나침반은 단 한 번도 흔들림 없이 언제나 이곳, 내 고향 하동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우리 하동은 참 아름다운 고장입니다. 쌍계사 십 리벚꽃길이 흐드러지게 피어날 때면 온 세상이 분홍빛 꿈을 꾸는 듯하고, 악양 평사리 너른 들판 이 가을 볕에 황금빛으로 물들 때면 박경리 선생 님의 소설 ‘토지’ 속 인물들이 당장이라도 걸어 나 올 것만 같은 벅찬 생동감을 느낍니다. 야생차밭 의 이슬도 그러합니다. 재첩을 올리는 어민의 팔 뚝과 형제봉의 운해는 노동의 진실함과 삶의 위 로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제가 진정으로 하동을 사랑하는 이유는 비단 눈에 보이는 풍경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속 에 살아가는 사람과 이야기 때문입니다. 투박하 지만 정이 뚝뚝 묻어나는 사투리, 이웃의 기쁨과 슬픔을 내 일처럼 챙기는 공동체의 따스함, 자연 의 섭리에 순응하며 묵묵히 땅을 일구는 농심(農 心). 이것이야말로 하동을 지탱하는 진짜 힘이자, 우리가 지켜야 할 위대한 유산입니다.

오랜 기간 언론인으로 살며 ‘사실과 균형’의 원 칙을 지키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 다. 가장 아름다운 지역은 화려한 건물이 빽빽한 곳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고, 세대와 세대가 어우러져 끊임없이 희망의 이야기가 흐르 는 곳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지금 우리는 ‘소멸’이라는 차가운 단어 앞에 서 있 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이 줄고 빈집이 늘어가는 현실은 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하지만 저는 절망하지 않습니다. 섬진강이 굽이쳐도 결국 바다로 나아가듯, 우리 하동이 가진 저 력과 잠재력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저에겐 꿈이 있습니다. 하동을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먼저, 저는 우리 하동이 청년들이 마음껏 꿈을 펼 칠 수 있는 기회의 땅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청년 이 떠나는 이유는 고향이 싫어서가 아니라, 꿈을 심을 터전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양질의 일자리는 최고의 복지입니다. 청년들이 도전할 기업과 스타트업이 성장하길 바랍니다.

또한, 기업과 농촌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따뜻 하게 손잡는 상생의 하동을 만들고 싶습니다. 기 업의 이익이 다시 농촌으로 돌아가는 선순환 구 조가 필요합니다. 굴뚝 없는 친환경 기업들이 하 동의 청정 자연 속에 둥지를 틀고, 우리 농산물이 제값을 받으며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활기찬 하 동의 미래를 확신합니다.

무엇보다 하동은 은퇴 세대에게 ‘끝’이 아닌 ‘새로 운 시작’의 무대가 되어야 합니다. 경험 많은 세대 가 하동에서 인생 2막을 펼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분들의 지혜가 우리 지역 청년들에게는 멘토링 이 되고, 지역 사회 곳곳에는 전문성으로 스며들 어 하동을 더욱 품격 있는 도시로 만들 것입니다. 은퇴자가 단순히 쉬러 오는 곳이 아니라, 존경받 으며 자신의 역량을 다시 한번 발휘할 수 있는 역 동적인 공동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군민 누구나 불편함 없이 누릴 수 있 는 살기 좋은 인프라가 갖춰져야 합니다. 걱정 없 이 찾는 의료, 아이 키우기 좋은 교육, 문화가 흐 르는 거리는 군민의 기본 권리입니다. 군민의 일 상을 살피는 생활 기반이 갖춰질 때, 하동은 누구 나 살고 싶은 도시가 될 것입니다.

화려한 구호나 보여주기식 성과를 쫓는 것이 아 니라, 우리 아이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세계 를 꿈꿀 수 있도록, 우리 농부들의 땀방울이 헛되 지 않도록 가장 낮은 곳에서 곁을 지키는 행정이 되어야 합니다.

먼 훗날, 제 삶을 마감하는 순간 “하동에서 태어 나 하동을 위해 치열하게 살다 하동의 흙으로 돌 아가니 참으로 행복했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간 절히 소망합니다. 남은 생은 하동의 아름다움과 군민의 행복을 위해 제 경험과 열정을 쏟으려 합 니다.

하동은 저의 시작이자, 끝이며, 영원한 저의 자랑 입니다.

하동군민 여러분, 사랑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 다



본지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 준비자들의 소견을 듣는 지면을 마련했다. 기고자들의 글과 사진을 함께 싣는다. 우선 김현수 씨와 박기봉 씨 두 출마 준비자들의 기고글을 싣는다. 글은 보내오는 순서에 따라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