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너무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하는’ 도로 중앙분리대 녹차나무… 이것을 ?
“이쯤 되면 누가 녹차 나무를 심자고 했는지 가려서 책임을 물어야”
- 제 22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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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하는’ 도로 중앙분리대 녹차나무… 이것을 ?
“이쯤 되면 누가 녹차 나무를 심자고 했는지 가려서 책임을 물어야”
하동군이 민선 8기 들어서 구 역사 앞에서 상 성전자 프라지 앞에 이르는 대략 1km 구간의 도심 도로 중앙분리대 화단에 종전에 있던 나 무를 뽑아내고 녹차 나무로 바꾸어 심었다.
녹차의 시배지 하동의 상징으로 거듭나기 위 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녹차 화단이 거 리를 아름답게 하고, 군민들이 녹차의 고향임 을 느끼게 하기에는 너무 고통스런 모습을 보 여주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녹차 대목 정수리에 사각틀 을 씌워서 그물망을 쳤다. 그러고도 모자라 올 봄에는 작은 녹차 묘목을 추가로 심었다. 한 마 디로 너무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한다.
가로수든 화단이든 자주 물을 주고 가꾸는 것 은 기본이다. 하지만 녹차 화단이 그런 노력을 들인 만큼 도심을 예쁘고 활기차게 해주느냐 가 문제다.
또 화단을 가꾸고 유지하는데 손길을 투입하 는 만큼 공공예산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도 과 제다. 군민들은 당초 왜 잘 자라고 있는 사철목 을 뽑아내고 녹차 나무로 바꾸어 심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녹차 나무는 대부분의 나무들과는 달리 뿌리 가 깊숙이 아래로 뻗는다. 이른바 심근성(深 根性) 나무다. 그러니 불과 30~40cm에 불과 한 도로 화단에 심기에 적합한 수종이 아니라 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구간의 녹차 나무는 지난겨 울을 지나면서 잎이 노랗게 말랐다. 그러다 보 니 도심의 모습이 흉하게 변하자 어린 녹차 나 무를 양측에 심어서 허옇게 드러난 녹차 나무 의 줄기 아랫단을 감쌌다.
이런 노력도 아랑곳 없이 녹차 잎이 거의 말랐 다. 4월 하순 하동군은 인력을 투입해서 마른 녹차잎을 따냈다.
이후 본격적인 생육재생기를 맞아 오월에는 푸른 잎이 돋아나야 한다. 그렇게 되기를 군민 들은 기대하고 있다.
녹차나무 사이에 심은 다른 수종의 나무들은 새잎을 돋우며 스스로 봄 단장을 하고 있다. 사 이 사이에 심어 놓은 녹차나무는 강전정에 따 라 생육활동 지연으로 회색빛 줄기가 앙상하 게 드러나 있다.
군민들은 이런 모습이 ‘하동군이 말하는 예쁜 거리란 말인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무엇보다 ‘녹차 나무의 생육 특성도 모른 채 도로 분리 대 화단에 심었단 말인가’라고 질책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예산을 들여서 ‘걷고 싶은 예쁜 거 리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왜 굳이 험상 궂은 모습을 드러내는 녹차 나무는 그러고 있 는 지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다.
하동군의 심정도 이해는 간다. 많은 예산을 들 여서 화단을 조성했는데 그 나무가 뿌리 내림 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흉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니 내심 고민도 클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고 녹차 나무를 다시 걷어내고 또 다른 수종으로 바꾼다는 것도 민선 8기가 끝나지 않 은 시점이다 보니 쉽지 않은 선택일 것으로 해 석된다.
군민들은 주장한다. 올봄 5월 말 정도까지 기 다려 보고 그래도 녹차 나무의 생육 상태가 좋 아지지 않으면, 녹차 나무를 과감하게 제거해 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하동의 상징인 녹차 나무를 굳이 도심 관문에 심으려면 조그마한 원형 화단이나 소 공원을 만들어서 충분한 뿌리 내림이 가능한 토양 조건을 만들어서 녹차를 심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 상태로 그대로 끌고 가다가는 군민들의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동군 의 상징 나무인 녹차 나무가 저처럼 처참한 모 습으로, 또 고통받는 듯한 모습으로 군민들의 눈에 띄게 된다는 것은 하동군의 행정이 군민 에게 고통을 안겨준다는 사실을 인지하길 바 란다.
군민들은 누가 어떤 자문을 거쳐서 녹차 나무 를 중앙분리대 화단에 심도록 결정했는지 그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만에 하나 군수의 의중이 영향을 미쳤다면 하승철 군수는 군민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식물백화점식 중앙분리 화단을 단순하고 깨끗한 모습으로 바꾸어야 할 것인지 아니면 흉측한 모습인 현재의 녹차 나무 화단을 존치할 것인지 결정하길 바란다. 쳐다보는 군민들의 아픈 마음을 헤아려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