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철 하동군의 이동군수실 운영 … 무엇을 얻었을까?

‘짜고치는 고스톱’이었지만 어쩌다 불거진 낙장패에 당혹감 역력 미리 질문받고 준비한 답변만 늘어놔, 즉석 질문을 막아선 읍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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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고치는 고스톱’이었지만 어쩌다 불거진 낙장패에 당혹감 역력  미리 질문받고 준비한 답변만 늘어놔, 즉석 질문을 막아선 읍면장 

“소통은 짜여진 각본에 따라 정해진 장소에서 하는 게 아니라 평소해야”  군수는 얻은 게 있다고 볼지라도 다수 군민들은 이동군수실 열린 사실 조차 잘 몰라 


‘소통, 불통, 오통…’ 요즘 하동군을 둘러싸고 가장 자주 회자되는 단어들이다. 불통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이 오통(誤通)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시 말하면 잘못된 소통이다. 

진정 소통이 필요한 부분과는 거리가 멀고, 소통하겠다고 해놓고 자기 할 말만 늘어놓는 경우다. 끝난 뒤 서로 불만만 털어놓고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지는 사례다. 요즘 하동군이 그러하다. 

이처럼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이 많아지자, 민선 8기로 취임한 하승철 군수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이동군수실’을 운영했다. 지난달 27일 횡천면을 시작으로 지난 10일 오전 청암면과 오후 하동읍을 기점으로 사실상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었다.  

이동군수실은 ‘소통변화 활력, 군민과 함께’의 군정 비전 실현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이동군수실’이 “군민의 눈높이에서 거리낌 없이 현안과 민원에 대해서 듣고 답하겠다”는 취지를 내걸었다. 이번 이동군수실 운영을 통해서 하승철 군수에게는 또 그리고 하동군민에게는 무엇을 얻게 했을까?  


■ 미리 질문자 정해서 질문 요지 받고 정해진 답변만 내놓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이동군수실이라고 지적이 왜 나올까?


이번 ‘이동군수실’은 나름 형식 면에서는 획기적이었다. 읍면을 찾아다니면서 군수와 군민이 직접 묻고 답하는 형식은 민선 8기 취임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그 내면을 파고 들어가 보면 기가 막히는 현실이 연출됐다. 

소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미리 질문 요지를 받은 것은 그런대로 이해가 간다. 한 읍‧면에 8명에서 10명 정도 질문을 하고 답을 한 

것으로 현장 취재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 


군수가 모두에 군정 방침 설명을 30~40분씩 이어가는 바람에 참석자들이 지루하게 느꼈으며, 그러다 보니 질문과 답변 시간이 1시간 이내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이동군수실에서 나온 질문들은 이미 이장과 지역의원, 읍면장을 통해 관련 소관부서에 보고된 사안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다시 말하면 굳이 이동군수실이라는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서 요식행위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본지 기자가 취재하는 과정에 참석한 공무원들의 손에는 질문과 답변, 해당 부서 등이 들어 있는 인쇄물이 손에 들려 있었다. 

이건 그렇다 치고, 문제는 추가질문자에 대한 대응이다. 일부 소통이 덜 됐다고 판단한 이동군수실 참가 군민들이 이런저런 질문을 시도했다. 질문을 하겠다고 일어서는 과정에 저지당하기도 하고, 또는 질문 기회를 얻었으나 질문이 길다며 저지당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본지 기자가 현장을 찾아가 목격한 모습들이다. 

뒤에 흘러나온 이야기가 더 가관이다, 질문자와 질문 요지 선별에 읍면장들이 큰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런 건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순번이 다 차 버렸습니다” 등등 이다. 이런 반응들은 물론 질문자에 포함되지 못한 군민들이 개인 감정을 담아서 과장되게 표현해 전한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통을 전제로 이동군수실을 운영하면서 사전에 질문자와 요지에 관한 조정과 준비가 있었다는 건 ‘자유로운 소통’이라는 본질을 벗어났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 참석자의 절반은 공무원들이었다 … 왜 많은 군민은 부르지 않았을까? 


본지가 이동군수실 운영 전체는 참관하지 못했지만 3~4곳을 찾아갔다. 우선 군수가 현지 읍면을 찾아온다는데도 참석자가 많지 않았다. 50명에서 70명 수준의 인원이 참가했다. 물론 많은 곳에는 참석자가 100명도 넘은 걸로 파악됐다. 아마도 하동군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군민이 참석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군민들보다 각 국장과 일부 과‧계장급 공무원들이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본지 기자가 현장을 갔을 때 출입은 저지하지는 않았으니 참석한 군민이 적은 것은 아마도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듯하다. 

다시 말해 ‘이동군수실’을 연다는 사실을 지역 주민들이 제대로 알지 못해서 참관하지 못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런 중요한 행사에 왜 많은 군민이 참여하도록 적극적으로 홍보와 안내를 열심히 하지 않았을까?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지만, 하동군은 참여를 적극 독려했다고 설명한다. 

심지어 마을을 대표하는 이장들마저도 참석하지 않은 경우가 다수였다. 이러니 일반 군민들이야 참석이 저조한 건 당연한 상황으로 이해된다. 앞으로 이동 군수실과 같은 소통의 장을 마련할 거면 좀 더 적극적으로 군민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시간대 선정과 홍보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군민들은 입을 모은다. 

일부 군민들은 그런 행사를 하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 이동군수실에서 나온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 못지않게 ‘몰라서 못갔다’는 군민들의 이런 반응을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군수실과 같은 소통은 일단 많은 사람이 모여서 해야 하는 것이 기본 전제이기 때문이다.“가봐야 그게 그것일 거라서 안 갔다”는 반응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 일부질문자들은마이크를빼앗기고 저지당했다… 끌려 나갔거나 그만하라고 다그침을 받은 사례는 큰 오점이었다.


이번 이동군수실은 사전에 질문 요지를 모으고 질문자의 성향도 파악됐으므로 무난하게 진행됐다. 대부분의 유사한 행사에서는 이런 방식을 취한다. 얼핏 보기에는 하승철 군수가 군정을 대단히 잘 꿰뚫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질문에 잘 대응한 답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일부 군민은 엉뚱한 질문을 한다며 저지당하다가 성질 급한 참가자들에 의해 끌려 나가기도 했다. 질문이 무엇인지? 무엇을 군수에게 물어보려 했는지? 그 요지에 대해서는 들어볼 기회조차 없어져 버렸다. 

끌려 나간 한 군민은 “이동 군수실이든 소통이든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읍‧면 사무실에 군수가 ‘일일면장’ 형식으로 않아서 격의 없이 수시로 찾아오는 군민들과 허심탄회하게 주고받는 것이 진정한 군민과의 대화다”고 외쳤다. 

현장 취재를 하던 본지 기자의 귓전에는 이분이 하신 말씀이 쏙 들어왔다. 소통은 격의 없이 언제나 또 어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조건이 달린 소통은 소통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추가질문자로 나선 또 한 군민은 질문이 길다며 저지를 당하기도 했다. “조금만 더 들어보라”는 질문자의 항변도 소용없었다. 그러다가 답변을 듣고 가시라는 하승철 군수의 요청에 대해 “질문을 제대로 듣지도 않았는데 답을 들어보면 무엇하겠나, 뻔한 답일 건데...”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이런 모습들이 잘못됐거나, 있어서는 안 될 모습들은 아니다. 어느회의 장소나 모임을 가더라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하지만 이동군수실의 행사는 이런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어떤 돌발 상황이 벌어지고 또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그 모습 그대로가 소통의 진정한 본질이라는 걸 전제로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중간에 질문을 저지당하는 모습을 관망한 하승철 군수가 “그분 그냥 두세요, 더 말씀해 보십시오”라는 단 한마디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 ‘이동군수실’은 앞으로도 쭉 이어가길 바란다 … 또 첨단 디지털 방식을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


민선 8기 들어 처음으로 시도되는 이동군수실이지만 나름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다. 형식과 진행에 있어서 다소 미흡한 면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시도를 하지 않은 것보다는 훨씬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앞으로 이번 첫 이동군수실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군민들과 좀 더 친숙해지고 군수가 군민을, 군민이 군수를 좀 더 가깝게 이해하는 계기를 자주 가지기를 바란다는 군민들의 요청을 귀담아 듣기 바란다. 

군수가 읍면동을 찾아가서 ‘일일면장’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안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냥 어느 날 어느 읍‧면에 가서 이런저런 사연이 있는 군민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군정을 알리고, 민초들의 애환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지? 군민들은 바라고 있다. 

또 다양한 SNS를 비롯해 인터넷 등 첨단 디지털 방식의 소통도 적극 도입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군수와 행정의 일방적 보내기가 아니라 군민이 질문하면 군수와 소관 부서가 즉시, 언제든지 대답하는게 제대로 된 소통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회경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