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폐철도 공원 / 하동읍 폐철도 공원 정비사업… 첫 주민설명회부터 난타전 벌어져

일부 군민 찬성했지만 대부분 반대 의견 외쳐… 사업 추진 재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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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민 대상 사전 조사 없이 기본용역부터 덜렁 발주 … 강력 반발 불러    설명회장에 철길 주변 주민은 없고 행정에서 동원한 20여 명만 참석 

9000만 원 예산지출로 기본설계 해놓고 “정부 공모사업으로 사업비 조달하겠다” 

일부 군민 찬성했지만 대부분 반대 의견 외쳐… 사업 추진 재검토해야   


하동군이 추진하고자 하는 하동읍 폐철도 공원 정비사업 설명회가 난장판이 됐다. 지난 8월 19일 오전 하동읍 사무소 2층 강당에서 하동읍 폐철도 공원 정비사업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군민과 군의원, 언론인 등 모두 합쳐 20여 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서인지 읍민들의 참석이 저조했다. 이날 참석 인원을 대상으로는 공청회든 설명회든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다. 

군민들의 질문에 용역 업체와 군청 공무원들 누구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난타전이 벌어졌다. 사실상 설명회가 이뤄지지 않은 거나 마찬가지라는 평가였다. 

■ 설명회 첫머리에서 용역 업체는 하동읍폐철도구간710m를 3개 권역으로 나눠 공원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구역사에서 230m  제1구간은 청년 창업 거리와 연접한 특성을 살려서 카페거리 등을 조성하겠다고 구상했다. 

제2구간 180m에는 주거지역과 연결된 공원을 조성하고 , 3구간 300m에는 섬진철교와 연결된 공원 조성 사업을 펴겠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을 위해 섬진철교 연결 구간의 둑을 일정 높이 파내고 평평한 상태로 만들어서 다양한 테마가 있는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설명회를 위한 기본용역에 9000만 원이 투입됐으며, 앞으로 실시설계비 용역비 2억 원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실시설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이사업을 위해서는 50억에서 60억 원의 본 사업비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동군은 정부 공모를 통해 군 자체 예산이 최대한 적게 들어가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 하지만 이날 설명회는 시작부터 난타전으로 이어졌다. 이런 사업을 하기 전에 우선 주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나 의향 조사 등을 왜 거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한군민은 “철교인근 둑 옆에 살고 있는데도 오늘 설명회를 개최하는 것 자체를 몰랐다. 왜 이렇게 큰 사업을 숨기면서 진행하려고 하느냐?”고 지적했다.

또 철도청으로부터 사용승락을 받아서 공원을 조성한 뒤 돌려줄 때는 원상복구가 원칙인데, 이런 곳에다 왜 거액을 들여 둑을 파내고 공원을 조성하려고 하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그리고 지난 2020년 50억 원을 들여 1차 공원화 사업을 마친 지불과 3년도 지나지 않아서 또 뭉개고 공원을 새로 조성하려고 하는 의도가 무엇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무엇보다 하동읍은 농어업을 주로 하는 군민들이 모여 사는 소도읍인데, 카페가 어떻고, 청년 창업이 어떻고, 나아가 이것도 모자라 왜 ‘미국식의 공원’을 만들려고 하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또 기존 송림공원과의 연결은 어떻게 할 건지 왜 구상에서 빼버렸냐는 질문도 나왔다.

갈사, 대송 산단 조성과 기업 유치실패로 거액의 빚을 지고 있어 자체 예산 부족으로 더 시급한 숙원사업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기에 쏟아부을 대규모 예산이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이 제기됐다. 

공원이 조성된다 하더라도 해마다 나무 보식을 포함한 유지 관리비 6000여 만 원을 어떻게 감당할 거냐는 질문도 이어졌다.  


■ 질문은 더 이어졌다. 1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기본용역을 하기 전에 공무원들이 주민설명회에 필요한 간단한 회의 자료를 먼저 만들어서, 주민들과 충분히 소통한 뒤, 기본안을 만들어 군의회에 보고 절차를 거치는 것이 옳은 순서가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오늘 설명회를 들어보니, 다수의 주민들이 반대 의견을 보이는 것으로 봐서는 이 사업은 앞으로 더 이상 추진이 쉽지 않아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용역비만 날리는 것 아니냐”는 과격한 질문도 나왔다. 

이러한 주민 질문에 대해 하동군은 제대로 의미 있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참다못한 한 군민은 “내가 죽기 전에는 이 사업은 절대로 못한다. 두고 봐라”라고 말하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통상 주민설명회는 이런저런 논의를 하다가 여러 개의 쟁점 가운데 질문과 답변 과정에 한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지만 이날 설명회는 질문만 쏟아졌을 뿐 주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나 근거 자료가 제시되지 못했다. 주민들과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하지 않은 채 행정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는 반발만 불렀다. 

“왜 사업의 순서의 앞뒤를 바꾸어서 뒤죽박죽으로 진행하는냐”는 주민의 질문에 대해 끝끝내 설명하지 못한 채, 회의는 끝났다.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설명회에 참석했던 군민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는 바람에 마무리 없이 그냥 끝나버렸다.    


■ 앞으로 하동읍 폐철도 공원 정비사업은 진행이 순탄해 보이질 않는다. 참석한 군민 대부분이 “구철도 주변 주민 누가 공원 정비를 원하더냐”며 반대 의견을 표출했다. “오늘 설명회장의 분위기를 하승철 군수에게 그대로 전하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마디로 군민이 

바라거나 군민을 위한 사업이 아니니 전면 재검토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오늘 취재를 마치면서, 왜 다수의 군민이 원하지도 않는 공원 조성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지? 그리고 불과 3년 전에 어렵게 철도청으로부터 사용 승낙을 받아서 공원조성을 끝냈는데 왜 그것을 뭉개고 그 자리에 굳이 공원을 새로 더 조성해야 하느냐? 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앞으로 이 사업은 군민들, 나아가 폐철도 주변 주민들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의견을 모은 뒤 추진하기를 바란다. 거액의 공공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인 만큼 신중에 신중함이 더해지길 바란다.

한편 하동 경전선 폐철도 구간 옛경전선 하동역에서 섬진 철교 구간 공원화 사업이 지역개발 우수사례로 선정돼 국토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국토부주관 2021년 지역개발사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관광분야 우수사례로 선정된 것이다. 

그런만큼 현재의 구철길공원은 국가기관에서도 우수성을 인정할 정도로 잘 꾸며진 공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대회 당시 하동군은 “하동군민의 추억의 길을 걷다”를 주제로 경전선 복선화사업으로 용도가 폐기된 옛 하동역에서 섬진철교간 폐선부지를 도시공원으로 만들어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꼽혔다. 이 때 수상을 계기로 하동군은 이 후 국토부공모사업에서 가산점혜택을 받는 기회가 주어지게 됐었다. 

따라서 이 구간을 허물고 다시 공원화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전임군수시절에 이뤄놨던 성과와 평가를 허무는 것과 다른 없는 행정이어서 더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회경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