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하동읍 걷고 싶은 예쁜 거리 조성’ 사업인가?

인근 상가들 “전망 가리고, 고객 드나들기 불편하다”며 사업 반발 사업의 목적이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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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상가들 “전망 가리고, 고객 드나들기 불편하다”며 사업 반발 사업의 목적이 무엇인지… 전체 구상도 엉성하고 공기도 늦어져 


하동군이 하동읍 중심 시가지 가로변에 ‘걷고 싶은 예쁜 거리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도로변 상가들은 전망을 가리고 고객이 드나들기 불편하다며 사업에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내고 있다.


이 사업은 2억 7000만 원을 투입해 하동읍 삼성디지털 프라자에서 읍 사무소 구간 600여m 남짓한 구간 구례 방향 도로변에 철재 화단을 설치해 나무와 꽃을 심고, 배전반을 목재로 감싸는 작업 등이 사업의 주요 내용이다.


사업 내용을 더 살펴보면, 이 구간에 가로3m에 세로0.8m, 높이 0.45m 규격의 철재 화단 5개를 인도와 차도 사이에 설치해서 키 작은 나무와 꽃 등을 심어서 거리를 꾸미는 사업이다.


또한 하동읍 구간 전선 지중화 사업을 위해 전선을 묻은 뒤 지상에 돌출된 배전반 8곳을 목재로 감싸는 사업도 포함됐다. 이밖에 화단과 배전반 사이 구간에 목재데크 를 설치해서 군민의 쉼터나 휴게공간으로 제공하는 사업도 포함 됐다.

이 사업은 지난해 말 착공해 올해 7월 말 준공 예정이지만 아직도 공정 40~50%(?) 선에 머물고 있다. 

시공하다 중단됐거나 일부 자재가 도로변에 늘려 있다. 공사 기간이 늘어지는 것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3억여 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인데도 사업의 개요를 알리는 안내 간판도 설치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군민들이 무슨 공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동 읍민들이 처음에는 이 사업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사업이 착수되고 구조물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전망을 막고 고객이 드나드는데 불편하다”며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공사 진행이 사실상 중단 상태다.

이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구간 가운데 일부 점포들은 고객들이 일시  주차를 하고 빠르게 일을 보고 떠나가야 하는 특성이 있는데도 이처럼 차도와 인도 경계를 막아버리게 되면 영업에 지장을 준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하동군이 구조물을 설치하려는 구간은 황색 실선이 그어져 있지만 일시 주차를 해 왔던 구간이다. 

게다가 이 구간은 당초 은행나무 가로수가 식재돼 있었으나, 생활에 불편을 준다는 민원에 따라 전선 지중화 사업을 하면서 함께 철거한 곳이다.

그런 만큼 이 구간에는 더 이상 구조물이나 시설이 필요 없다고 군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게다가 사업을 진행할 600여m 구간에는 기 존 의 버 스 승 강 장 까 지 설 치 돼 있다. 이 사업이 끝나게 되면 각종 구조물과 시설물들이 도로변을 꽉 채우게 된다.

본지가 지난 22일 하동군청 담당 부서를 찾아가 취재를 하면서, 사업의 기본구상과 조감도를 요청했지만, 담당자도 제대로 설명을 못했다. 그리고 공사가 왜 늦어지며, 이 공사를 언제 마무리할 건지 질문했지만 일정을 잡지못하고 있다. “일부 민원이 발생해서 설계를 변경하느라 늦춰지고 있다”는 답변을 했다.


■ 무엇이 문제인가 ? … 전체적으로 컨셉(개념)이 없는 공사다 


본지가 시공 현장을 찾아가 봤더니, 철재 화분은 철 각재로 틀을 짠뒤 얇은 철판으로 둘러친 구조물로 돼 있다. 공장에서 제작해서 운반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같이 가는 철재로 틀을 짠 데다 녹방지 페인트를 제대로 칠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화분 속에 흙을 채웠을 때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하동군청 담당 공무원은 분체 도장한 구조물이라서 문제 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분체도장이 뭡니까” 물었더니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이 정도의 규격에 화분토를 가득 채울 경우, 외부로 밀어내려는 압력(토압)만 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화분 바닥에도 구조물의 바깥을 두른 것과 같은 두께의 얇은 철판으로 막아 놓은 상태여서 과연 화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한마디로 화분의 외형을 보면 마치 난전에 설치한 사각 매대 모양과 흡사했다. 색상도 짙은 회색이어서 우중충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한 ‘배전반 감싸기’ 공사 역시 철재 각재로 바깥 틀을 짠 뒤 은색 락카 페인트로 대략 녹막이 칠을 한 뒤 목재로 덧대는 시공을 하고 있다. 천정을 비워 놓는 공법이다.

이 경우 구조물의 외관이 시가지도로변과 어울리지 않는 데다 구조물의 지붕을 덮지 않을 경우, 쓰레기나 오물 등을 투척 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무엇보다 대용량의 전류가 흐르는 배전반에 이처럼 쓰레기가 쌓이게 되면 화재나 폭발 등 대형 사고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배전반은 그 자체로서 시가지 도로변에 노출되어 있어도 큰 문제가 없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그런데 왜 굳이 배전반의 바깥을 볼품없이 감싸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 이런 간단한 사업을 “설계 변경 하겠다” … “당초 구상이 허술했다” 


본지 기자가 담당 부서를 찾아가 “사업의 개요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라고 물어도 “아름답게 거리를 꾸미는 것이 목적입니다” 라고 답했다. 

그런데 제대로 시공도 해보지 않고 공사를 중단하고 설계변경을 하겠다는 것은 도급 공사의 기본을 벗어난 것이며, 사업의 구상 단계에서 탁상행정이었다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사업 자체에 대해 상당수의 상가와 군민들이 반대한다는 것은 설계 단계에서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 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대부분 사업은 해당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충분한 검토와 의견 수렴을 거쳐 진행 여부를 최종 확정한다.

하지만 이 사업은 사업 구간을 끼고 있는 상가와 읍민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은커녕 사업 요청도 받은 바가 없는 것으로 이해된다. 주민들이 요청했다고 하더라도 주민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이해된다. 아니면 주민 요청 

과는 다른 방향으로 사업을 구상 했다는 지적을 피할 길 없다.

무엇보다 설계가 변경되면 공사 실행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늘어 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이 경우 정산을 하겠다고 하지만, 추가 공사를 위한 변경을 하는 경우는 간혹 있을 수 있지만, 쉽지 않은 절차다. ‘설계 시방서’에 따라 조달청을 통해 입찰한 공사를 어떻게 사후정산하겠다는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 이 사업은 ‘걷고 싶은 예쁜 거리’ 가 아니라 ‘걷고 싶지 않은 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사업은 걷고 싶은 예쁜 거리를 꾸미겠다는 당초 목표와는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군청담당자가 제시한 조감도를 들고 시공현장을 가봐도 2억 7000만 원의 사업비를 들여 사업을 추진한 결과물이 무엇일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전체적인 기본 개념의 색상도 어둡고 말끔하지 못하다. 걷고 싶은 거리의 본질에도 벗어난 사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구례 방향 차선의 사업이 끝나면 건너편 도로변에도 사업을 구상 중이라고 담당자가 밝혀 취재진을 더 혼란스럽게 했다. 

무엇보다 저 정도 규모의 공사에 무슨 2억 7000만원이라는 많은 공사비가 들어가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조달청을 통해 업체 선정을 했다고 하지만, 시공업체 선정 과정에 대해서도 많은 의혹을 남긴다.

이 사업을 놓고 군의원들이 나서 현장 감사를 하든지, 상급 감찰 기관에 의뢰해 외부 감사를 요청하는 것도 적극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에 관해 취재를 마치면서도 “왜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지” 이해 가지 않는다. 


          /김회경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