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마리 토끼 다 놓쳐버린’ 하동 송림 파크골프장… 왜 이런 지적이?
20억 원 들여 조성한 파크골프장, 배수시설 불량해 곳곳에 잔디 썩어
- 제 33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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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 토끼 다 놓쳐버린’ 하동 송림 파크골프장… 왜 이런 지적이?
20억 원 들여 조성한 파크골프장, 배수시설 불량해 곳곳에 잔디 썩어
전체 면적 2만 3000여 ㎥ 가운데 30% 이상 잔디 이미 썩어 기능 상실
세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 아니라 세 마리 토끼 다 놓친 격이 돼
하동군 “추석 후 배수관 보수공사”, “바닥 흙 교체, 근본적인 재시공 필요”
“부실 책임 묻어서 골프장 바닥 흙 모두 걷어내고 전면 재시공해야”
■ 하동 송림 파크 골프장 잔디가 썩어가고 있다 는 제보를 받았다. 지난달 27일 비가 내린 뒤 사 흘이 지난 9월 30일 본지 기자가 현장을 찾았다.
오후 4시쯤 이었다. 날씨도 많이 시원해지고 선 선한 바람이 불어서 운동하기에 좋은 날이었다. 5~6개 팀, 20여 명이 파크골프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공을 치고 코스를 따라 걷는 모습이 너무 불편해 보였다. 골프를 치는 군민들의 뒤를 따라 가 봤다. 발밑에 잔디가 푸른색이 아니라 검은 빛 을 띄기 시작했다. 일부는 썩어가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더니, 곳곳에 물이 고여 있었다. 겉으로 보아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발로 지긋 이 잔디밭을 눌러보면 바닥에서 물기가 밟힌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유심히 관찰해 보았 다. 곳곳에 집수정이 설치돼 있지만 잔디밭 바닥 에서 집수정으로 이어지는 작은 배수관이 설치 돼 있지 않다. 무엇보다 집수정 쪽으로 빗물이 몰 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경사나 구배가 있 어야 한다.
비가 그친 뒤 3~4일이 지나도록 이런 현상이니 잔디가 온전할 리가 없어 보인다. 골프장 곳곳에 웅덩이처럼 푹 꺼져 있다. 바닥이 고르지 못하고 꺼진 것으로 보이는 곳은 거의 잔디가 썩어가고 있었다. 한 마디로 부실시공이다.
■ 하동군은 하동읍 광평리 28-3 일원 2만 3,000 여㎡, 대략 8천여 평의 섬진강변 둔치에 20억 원 의 사업비를 들여 올해 초부터 18홀 규모의 파크 골프장을 조성했다.
지난 6월 바닥 고르기를 끝내고 잔디를 심었다. 잔디 뿌리내림을 위해 3개 월간의 유지관리 기간 을 거쳐서 지난 9월 초 개장했다.
그러나 파크 골프장 안에 들어가보면 잔디의 30%가량이 이미 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잔디는 생기를 잃고 완전히 고사한 것으로 판정이 나 기까지는 2~3개월의 시간이 더 걸린다.
다시 말해 지금 이미 썩은 잔디는 올 겨울 월동 기 이전에 거의 말라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송림 파크골프장은 하동군에서는 경관이 가장 뛰어난 곳으로 명성이 높다.
하동군은 송림 파크골프장에서 3마리의 토끼를 잡았다고 홍보했다. “둔치에 기존에 심어져 있던 나무들을 그대로 활용했으니 자연도 보존하고, 예산도 절감했으며, 주민들의 만족까지 얻어냈 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골프장 바닥과 잔디가 이 모양이니 과연 세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일까? 세 마리의 토끼를 모두 놓쳐버린 경우는 아닌지 의문을 더한다.
■ 골프장 관련 전문가들은 송림 골프장의 경우 부분적으로 잔디를 보식하고 손본다고 해서 해 결되지 않으며, 바닥 전체를 최소한 30cm 이상 걷어내고 물이 잘 빠지는 사질토를 바꿔 깔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집수정과 연결하는 작은 관로를 묻어서 비가 내리면 즉시 집수정으로 빗물이 모여들도 록 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배수 상태가 개선 된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잔디는 모래 성분이 많은 사질토 이어 야 뿌리를 잘 내린다고 말한다. 그리고 바닥에 하 루 이상 물이 고여 있게 되면 잔디 뿌리가 썩어서 결국 말라 죽게 된다고 말한다.
결론은 지금 이미 잔디로 뒤덮은 파크 골프장 표 면 토양 전체를 걷어내고 표토 교체와 배수로 설 치 등 전면 재시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 지 않고 부분적으로 잔디를 보충해서 심거나 흙 을 보충해서 깐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고 지적한다.
이쯤 해서 당초 송림 파크 골프장 설계를 어떻게 했는지? 전문가를 통한 설계를 제대로 하기는 했 는지 짚어봐야 한다.
하동군이 그냥 전문 면허도 없는 업자에게 공사 를 맡겨서 바닥을 고르고 잔디 입히면 될 걸로 생 각한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 다시 요약하면, 송림 파크 골프장은 부실시공 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시공 부실에 따른 책임 을 물어야 한다.
당초 설계부터 따져봐야 한다. 전문가에게 의뢰 해서 설계를 했으며, 현장 설명회까지 마쳤다면 설계 잘못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설 계도 없이 시공이 이뤄졌다면 하동군청 공무원 의 잘못이라고 봐야 한다.
시공 과정에 공사감독은 물론 준공검사(사용 승 인)를 내준 공무원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 다. 충분한 노하우나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발주 를 해서 시공을 마치고, 그것에 대한 상세한 검 사 절차도 없이 준공을 내주었다면 문제가 심각 해진다.
아니면 설계는 완벽한데도 시공업체가 시방 지침 을 어기고 공사를 했다면 하자보수나 재시공을 요 구해야 한다. 어떤 것이 원인으로 밝혀지든지 간 에 하동군의 책임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더 요약하면 결국 세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며 준 공 승인을 해주고 또 거창하게 개장식까지 마친 하승철 하동군수의 책임으로 쏠리게 마련이다. 시공비용을 20억 원이라고 산출해 낸 것으로 봐서 는 자재비와 중장비 비용, 노무비 등 세부 공사비 산출이 가능하도록 설계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전제다. 그런데도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한 것에 대해 하동군수는 군민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한편 하동에는 진교와 횡천, 고전 등 이미 여러 곳 에 파크골프장이 조성돼 있지만, 송림 파크골프장 과 같은 심각한 상황은 지적되지 않고 있다.
요즘‘눈만 뜨면 파크골프장으로...’란 시쳇말이 있을 정도로 파크골프장은 군민들과 밀접한 생 활체육시설이다. 그런데도 대충 시공한 것과 같 은 결과가 발생했다면 이 책임을 무엇으로 설명 해야 할까?
대충 챙기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하동군수는 군민이 납득할 수 있는 대답을 내놔 야 한다. 군민들의 불편과 그에 따른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라는 사실도 잘 인지해야 한다.
하동군이 추석 이후 배수관 보수공사를 포함한 부분적인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바닥 흙 을 30cm 이상 걷어내고 배수상태가 좋은 사질토 로 교체하지 않는 한 배수가 원활하지 못해서 결 국 또 잔디가 말라 죽는 상황은 해소되기 쉽지 않 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현재 골프장 바닥에 깔린 진흙 성분의 흙은 잔디 가 뿌리를 잘 내릴 수 없는 토양이라는 게 전문 가의 진단이다.
군민들은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전면 재시공을 바라고 있다. 언제까지 ‘눈 가리고 아옹’식으로 추진할 지 군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이것 또한 무 작정 가로수를 파내고 수종을 바꾸어 심었다가 말라 죽어가는 상황을 초래한 것과 별반 다를 바 가 없다는 게 군민들의 인식이다.
/김회경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