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녹차의 족보를 바꾸고, 녹차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를 입혀라

스코틀랜드가 보리를 위스키로 변신하고 이야기를 만든 사례 주목해야... 지금까지 녹차 연구의 고정관념을 깨고, 창의적인 발상으로 활로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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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녹차, 가공 녹차, 찻잎, 가루녹차 판매에서 벗어나 부가가치 높일 아이디어 찾아야 

이일은 하동녹차연구소가 나서서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존폐 달렸다”



하동을 대표하는 녹차, 녹차 산업이 정체상태에 머문 지 오래다. 녹차 재배나 가공 농가들의 수익도 그럴 수밖에 없다. 수제 녹차와 가공 녹차, 찻잎 판매 등 지금까지의 녹차산업으로는 미래를 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 

하동 녹차의 족보를 바꾸고, 여기에 걸맞은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를 새로 입혀야 한다. 지금까지 녹차 작물을 이용해 끌고 왔던 산업 형태로는 더 이상 하동의 미래 먹거리 산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작부터 바꾸고 문화를 덧입혀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 이야기를 펼치기에 앞서서 척박하기로 소문난 영국의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보리로 위스키를 만들어서 100배 이상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는 사례를 소개한다. 

스코틀랜드는 기후가 좋지않아 곡물 가운데 보리 이외에는 재배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보리에는 다른 품종과는 달리 단백질이 거의 없어서 식량 작물로도 부적합하다. 이러한 여건이라면 스코틀랜드 국민은 빈곤을 면할 수 없다. 하지만 스코트랜드는 부자나라이며 문화강국이다. 

스코틀랜드는 보리를 수확한 뒤, 그 보리로 몰트(malt), 즉 엿기름을 만든다. 보리는 포도와는 달리 본래 당분을 함유하지 않는다. 보리 그대로는 술을 빚을 수 없다. 그래서 맥아(엿기름)를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 당화가 이뤄져서 효모가 반응할 수 있는 먹이가 된다. 

맥아와 효모가 섞여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는 과정에 위스키의 원료물질이 추출된다. 

그리고 이 지역 대표 식물이면서 꽃인 헤드(heather)가 썩어서 쌓인 이탄(泥炭 -진흙층)이 있다. 이것이 위스키의 주요 소재다. 그리고 맑기로 소문난 스페이강의 물이 더해진다. 

보리를 싹 틔우고 효소와 반응을 진행하는 과정에 많은 물이 필요하다. 그래서 스페이강의 맑은 물이 스코틀랜드위스키를 최고급 상품으로 만드는 데 필수 요소가 됐다. 또 맥아와 효소가 반응하도록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열을 가해야 한다. 

이때 연료로 사용되는 것이 헤드라는 꽃식물이 썩어서 쌓인 이탄이라는 흙이다. 헤드가 썩어서 쌓인 이탄은 불타는 과정에 연기가 특유의 향을 낸다. 

스코틀랜드사람들은 이탄으로 열도 얻고, 이 과정에 맥아에 특유 의 헤드 향을 덧입힌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스코틀랜드 위스키다. 줄잡아 보아도 보리에 비해 100배의 부가가치를 낸다. 이른바 보리의 족보가 바뀐 것이다. 그리고 스코틀랜드위스키를 둘러싼 많은 이야기가 있다. 이런 이야기들이 스코틀랜드의 문화가 됐다. 

무엇보다 별다른 자원이 없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을 부유하게 해주었다. ‘에든버러’라는 스코틀랜드 주도는 세계적인 문화 아이콘이 됐다. 해마다 세계 민속 축제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이른바 에든버러 축제다. 위스키가 이바지한 몫도 적지 않다. 스코틀랜드인은 ‘좋은 위스키가 있고, 그다음 더 좋은 위스키가 있을 뿐, 좋지 않은 위스키는 없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는 척박한 환경을 극복한 사례로 꼽힌다. 그래서인지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헤드라는 꽃을 무척 좋아한다. 왕관 장식에도 이 꽃의 문양을 넣는다고 한다. 헤드는 붉은색과 흰색, 보라색 등의 꽃이 핀다. 이쯤 되면 스코틀랜드인들이 얼마나 좋지 못한 열악한 환경에 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연구하고 고민해 왔는지 이해할 것이다.

하동은 ‘왕의 녹차’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특산물을 가지고 있다. 재배 여건도 좋다. 하지만 30여 년 전 반짝하던 녹차 산업은 이후 사양 길로 접어들었다. 녹차 연구소가 나름 연구를 하고 있지만 스코틀랜드 위스키에 견줄만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하동인들은 녹차 하면 당연히 하동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전남 보성과의 원조 논쟁도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동녹차연구소가 출범한지도 20여 년이 됐다. 그간 노하우도 많이 축적됐다. 하지만 기본 틀을 깨지 못하면 더 이상의 부가가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농가 소득원으로 평가받지도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녹차에 획기적인 창의성을 입혀야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녹차가 아닌 ‘또 다른 부가가치를 높일 작물’로 족보를 바꾸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해마다 개최하는 녹차 축제, 나아가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어 세계엑스포를 연다고 해서 하동 녹차가 달라진게 뭐가 있느냐? 이런 반문을 받아 마땅하다. 녹차를 주제로 한 이야기 거리 하나 만들어 진 게 없다. 

다 함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지혜를 모아보자. 그러면 스코틀랜드의 보리가 만들어 낸 위스키와 같은 기적이 우리에게도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녹차 하면 하동이고, 하동은 녹차의 고장이며, 녹차로 먹고 산다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녹차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디지털 시대에 맞는 콘텐츠로 재구성해야 한다.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시도해 보자. 이일은 녹차연구소가 앞장서야 한다.

          /김회경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