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보호‧보존 캠페인’ 그 세 번째 이야기
- 제 16 호
본문
‘섬진강 보호‧보존 캠페인’ 그 세 번째 이야기
하동의 또 다른 이름은 삼포지향(三抱之鄕)이다. 섬진강 물은 지리산을 끼고 유유자적 남해의 푸른 바다로 흘러든다. 지리산은 강과 바다와 잘 어울려져 계절 따라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선사 한다. 삼포가 서로 어울려 빚어내는 미(美)의 향연에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질 않고, 강과 바다에는 먹거리가 넘쳐난다. 이 얼마나 풍요로운 행복인가? 이곳이 바로 우리가 사는 하동이다.
강은 사람들을 모이게 한다. 문명과 문화가 강에서부터 시작되었고 발달했다는 것을 우린 잘 알고 있다. 강에서 살아가는 어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또 강은 병든 인간을 치유하고 심신을 안정시킨다. 어디 그뿐이랴.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유산이다. 잠시 외면할 수 있어도 망각하면 안 되는 이유다.
세월은 덧없이 흘렀고, 경제발전의 흐름 속에 우린 자연을 너무 쉽게 파괴했다. 흙이 있던 곳은 시멘트가 채워졌고 울창한 숲엔 콘크리트가 대신했다. 공업용수로 하루하루 흐르는 물 40만t이 하구에 닿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흘러 들어간다.
어느새 어머니의 젖줄이라고 했던 섬진강은 메마르기 시작했고 물과 바다를 오가며 사는 생물들이 사라졌다. 급기야 지하수도 바닷물에 침식당해 농작물도 키우지 못한다. 삶의 터전을 잃을 처지에 놓인 사람들은 살려달라 아우성이다.
우린 너무나도 쉽게 강을 내 주었다. 강을 잃고 있는 사이 많은 변화가 일어났음에도 인지하지 못했고 그나마 걱정하는 몇몇 사람들의 말은 흰소리하는 사람으로 취급을 받았다.
강에 사는 사람들은 더 이상 반발하지 못했고 행정도 외면했다.더 이상 물러날 곳 없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궐기하기로 결의했다.
지난한 시간 뒤에 기회를 얻었지만 ‘짚신 신고 발바닥 긁 듯’ 대책도 해결책도 찾을 수 없는 답답한 토론의 연속이다.
그렇다면 이젠 군민의 힘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애향심으로 뭉친 많은 단체가 어민들의 애환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하동이라는 우리 고장을 위해 분연히 나서야 한다.
우린 하나의 공동 운명체 속에 살아간다. 지금 당장 내게 오는 피해가 없다고 하여 나 몰라라 한다면 우린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사람이 모일 수 없는 곳은 제아무리 최첨단 시스템을 도입한다 해도 말짱 헛것이다. 지금이라도 대책을 세워 그나마 남아 있는 사람들이라도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다 떠난 뒤 뒷북 치지 말라는 말이다. 우리 군민과 행정 그리고 뜻이 하나로 모여 지금이라도 대책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서야 한다.
이글을 잃고 난 뒤 하동군민이라면 최소한 지금 현실이 어떠한가에 대해 깊이 고민 해 봐야 한다. 강은 작은 계곡에서 시작된 물이 모여 이루어진다. 강에 모인 물은 바다가 되어 우리는 바다를 통해 지구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말해 한 사람 두 사람이 모여 뜻을 이룬다면 우리의 뜻이 바다가 되어 거침없이 파도치며 멀리 나아가 더 큰 뜻을 이루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종현 기자